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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12년 2월 학위수여식사 2012.02.27

오늘 영예로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수여받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자녀, 친지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연세대학교를 찾아 주신 학부모님과 친지 여러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일깨워 주시고, 세상을 향해 큰 뜻을 품도록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 축사를 해 주시는 존경하는 박삼구 회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우리 연세대학교는 지난 127년 동안 민족의 기상과 얼을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연세인은 어떤 시련과 도전에도 “뒤안에 우뚝한 무악같이, 굳세고 슬기에 영원”하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증명해 왔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위대한 전통의 연세 졸업생으로서, 자랑스러운 동문의 일원이 되셨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연세는 열정의 배움터에서 학창의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한 모교로 바뀌게 됩니다. 정든 교정을 떠나는 이 순간은 배움의 한 과정을 마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첫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광야와 같이 험난할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여러분이 접하고 배운 아카데미아의 순수성과 학문적 이성이 바깥 세상에서 그대로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인 사유가 각광받는 것도 아니고, 젊음의 용기와 패기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의 양극화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고귀한 가치와 잠재력이 빛을 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향하여 돛을 올리고 출범하는 여러분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졸업생 여러분,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십시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앞으로 묵묵히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명을 지닌 지성인이자, 자랑스러운 연세인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회의 운명은 그 사회를 이끄는 지성의 역할에 크게 좌우됩니다. 우리 지성인들은 항상, 이 시대, 이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선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여 그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역사는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여러분이 그동안 갈고 닦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창조될 것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길이 험난하다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지성과 합리성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연세의 설립자이신 언더우드 선교사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고국과 가족을 떠나, 조선 땅에 첫걸음을 내딛었던 1885년 그 해, 언더우드 선교사가 몇 살이었는지 아시는지요? 스물여섯이었습니다. 그 젊은 선교사가 혼신을 다해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연세라는 근대 교육의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지금도 그의 정신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며, 연세 정신의 표상을 이루고 있습니다. 26살의 젊은 청년이 엄청난 도전과 시련을 이겨내고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든 것처럼, 졸업생 여러분이 또 한 사람의 언더우드가 되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변화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온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세상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햄릿》에는 “이 세상천지에는 당신의 학문에서 읊조리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당시 유럽의 명문 비텐베르그 대학을 졸업한 호라티오와 햄릿의 대화에 나오는 말입니다. 대학의 문을 나서는 여러분은 이제 대학에서 배웠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과관계와 다양한 사회현실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합리성과 이성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극단적인 경우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은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의 문을 더 넓게 열기 바랍니다.
 
  지금 세상은 지식의 체계가 서로 융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의 전달 체계까지 송두리째 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격변의 시대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졸업생 여러분에게 필요한 지혜는,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열고 자신 있게 도전하는 자세입니다. 마음을 개방하는 사람만이 융합과 변화의 시대를 이끌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오늘 이 순간이 아니라, 여러분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려지게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기대 속에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여러분은 먼 훗날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이룬 사람으로 평가받으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앞으로 어느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각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달라질 것입니다. 누구도 어느 것이 더 가치 있고, 더 좋은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목표가 어디에 있든지, 어느 곳을 향하고 있든지, 저는 여러분이 항상 연세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세인다운 섬김의 정신으로 작은 것이라도 남을 위해 베풀고, 조그만 일에도 항상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성인은 사회적 존경과 함께,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의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지성의 빛이 더 찬란히 빛납니다. 연세인다운 배려와 소통의 정신으로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고, 조직내부의 통합을 이끌며, 이 혼돈의 시대에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연희 동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연세인의 모습으로,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여기 또 한 명의 위대한 연세인이, 또 한 명의 언더우드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위대한 도전과 모험이 계속되는 동안, 하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2년 2월 27일
 
연세대학교 총장    정 갑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