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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존경하는 학부모님께 2006.02.17
공통 총장실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자녀를 우리 학교에 보내고 계시는 학부모님들 가정에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빕니다.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하여 평소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몇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저는 취임 후부터 중앙도서관 시설의 미비로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도서관을 자주 찾아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해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 기업의 지원으로 2, 3년 안에 새 도서관을 지을 수 있게는 되었으나, 현재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을 위해서도 당장 이용하기 좋은 도서관이 꼭 필요하였으며 다행히도 연세를 사랑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최근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사이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을 보면 전처럼 반가이 대하지 않는 것을 피부로 잘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전보다 휠씬 높은 등록금 인상, 교직원 선생님들께는 봉급 동결 및 보직수당의 새 도서관 건설을 위한 기부 권유, 그리고 관리운영비의 일률적인 10% 삭감 등을 요구하면서 학교를 위한 희생과 부담을 모든 연세 구성원들이 나누어 지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금수지에 있어서 자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큰 적자상태가 계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는 자금의 수입은 제한되어 있으나 교육·연구 환경의 개선을 위해 자금의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금수입의 주요한 원천인 등록금의 경우 25개 주요 대학가운데 18위로 하위에 머물러 있으며, 최고 수준의 대학에 비해 학생 1인당 연간 거의 1백만원이나 적습니다. 그러나 자금수지의 적자는 개인이나 기업, 병원, 학교, 정부, 국가 등 어떤 조직에서도 오래 지속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자금수지의 적자가 누적되면 모든 기관에서 발전의 기본 전제가 되는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이룩할 수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리 부자 기관이라도 자금수지가 적자가 되면 재산을 잠식하게 되고 이는 후대에 큰 짐을 지우게 됩니다.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이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상태에 있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작년에 와서야 비로소 자금수지가 균형 상태에 접근한 일도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적립금을 허물어 쓰자는 주장도 합니다. 예를 들어 장학기금을 허물어 쓰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이자로 지급하는 장학금을 더 이상 줄 수가 없게 됩니다. 마치 농부가 궁핍해 씨종자를 까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이익잉여금이라는 기업에서 쓰는 개념을 학교에 잘못 적용해 마치 학교가 이익을 내는 기관인 것처럼 오도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용도가 이미 정해져 있으며 이월해서 내년에 써야만 할 이월금을 앞당겨 쓰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신뢰의 기반위에서 투명하게 예산·결산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입니다. 자발적으로 십수 년 전부터 이미 예산·결산을 사회에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한국의 여러 대학 중 우리가 처음입니다. 이런 데도 학생회가 스스로 우리 대학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얼마나 제대로 학생을 지도하지 못했으면 선생이 하는 말도 믿지를 못하는 세태가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만일 등록금도 내리고 학교의 교육·연구 환경도 개선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우리 학생들과 학교는 제로 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경기가 아닙니다. 저는 학교의 운영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후대를 위해 자금수지의 균형을 이루는 원칙을 견지할 것입니다. 이 길이 지금은 어렵지만 후배를 위해 올바른 길임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이러한 단기적인 처방 이외에 중·장기에 걸쳐서는 우리 내부의 살림을 건실하게 꾸리기 위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다른 학교 재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우리 재단도 수익성 높은 사업을 활발히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증대도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때입니다.

저는 경제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