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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창립 137주년 창립기념식사 2022.05.16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이 자리를 빛내 주신 허동수 이사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오늘도 연세에 맡겨진 하늘의 사명을 다하고 계신 35만 동문 여러분, 오늘은 연세 창립 137주년을 맞이하는 기쁜 날입니다. 신촌, 미래, 국제 3개의 캠퍼스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재학생 여러분과 맡겨진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고 계신 교수님들, 또 오늘도 코로나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수고하고 계신 연세의료원 소속 4개 병원의 의료인 여러분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으로 ‘연세’의 첫 글자 ‘연(延)’의 말뜻처럼, 137년의 유구한 연세 전통이 과거와 “이어지고” 있으며, 또 미래로 “이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더욱 감격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2년여 만에 창립 기념식을 오프라인으로 개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본다”는 구절의 의미를 오늘처럼 실감하는 날도 없을 것입니다. 올해로 졸업 25주년을 맞이하는 93학번 동문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봄꽃 내음 가득한 캠퍼스에서 얼굴과 얼굴을 대하며 보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확산 예방 조치로 지난 2년 동안 뵙지 못했던 66, 67, 68학번 동문님, 그리고 졸업 25주년에 해당하는 91학번과 92학번 동문님들은 올 하반기에 다시 정식으로 모실 계획입니다. 코로나 예방 수칙을 잘 준수하면서도, 그동안 풀지 못했던 동문의 정을 함께 나누는 즐거운 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 2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미증유의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는 다음 세대로 학문을 전수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단절을 초래했던 코로나19의 확산은 연세를 포함한 전 세계 고등 교육 기관에 일대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캠퍼스에조차 방문하지 못한 학생들이 속출했고, 수업을 위한 팀 프로젝트나 동아리 모임이 차질을 빚으면서 학우들과의 관계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외국 대학으로 보내지 못했고, 또 외국 유학생들을 받지도 못하게 되면서 글로벌 교육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수많은 분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연세는 본연의 교육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연세 구성원들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수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2020년 1학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연세의 모든 구성원들은 특유의 기민함과 순발력을 발휘하여 지금까지 총 10,000개 이상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학업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강요된 비대면 교육의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신속하게 온라인 강의로 전환해 주신 교수님들과 학생들께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잘 구동될 수 있도록 지원했던 IT 담당자들의 노고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학문과 수업의 특징상 온라인 교육에 한계가 있음에도 전염병 확산의 위험 속에서 교육자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시면서 총 500여 개의 대면 수업을 이끌어 주신 의과대학과 음악대학 그리고 이공계열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한 고등 교육의 위기 국면 속에서도 우리 연세는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학제적 발전을 계속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학부 인공지능학과의 첫 신입생을 맞이했습니다. 이미 2019년에 인공지능대학원을 설립하여 매년 50명의 석박사를 배출하기 시작한 연세대학교는 올해부터 글로벌 수준의 AI 전문인력을 매년 100명 이상 배출하고, 수요자 중심의 AI 융합인력을 양성하게 됩니다. 단순한 인공지능을 위한 코딩 기술자가 아닌 공학, 인문사회학, 법학, 신학, 의학 등 다양하고 풍부한 AI 응용연구를 융합하는 첨단 교육을 실시할 것이며,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AI 융합 과목 개설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연세의료원에 축적된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 적용의 AI 실체화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의료산업을 혁신시켜 나갈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세계 고등 교육의 대전환의 중심에 온라인 교육의 확대가 있습니다. 캠퍼스 운영 비용 절감과 교육 현장으로의 이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온라인 교육은 이제 고등 교육의 본질까지 새롭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과 MIT가 2012년에 개설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 edX에서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한 160개 이상의 교육 기관이 참여하여 개설한 3,600개의 수업을, 4천2백만 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스탠퍼드 대학이 시작한 코세라(Coursera)는 2021년 기준 15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4,000개 이상의 수업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코딩을 포함한 IT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유다시티(U-dacity)는 2022년 현재 78개의 전공 분야를 개설하고 있으며, 190개국에서 16만 명이 등록해 IT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 고등 교육의 미래와 연결될 것으로 판단한 저는 취임과 더불어 ‘런어스(LearnUs)’를 통한 온라인 교육을 강조해 왔습니다. 작년 2021년 9월에 일반인을 위한 교육 플랫폼을 개방한 런어스는 올 3월 기준 13,000여 명의 신규 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처음 세웠던 목표치를 130% 상회하는 숫자입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공식 개설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3,340개의 우수한 교육 동영상이 제작되어 수강생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문제의 핵심은 탁월하고 차별성 있는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연세의 탁월한 교육과 연구 수준을 보여 줄 수 있는 시그니처 콘텐츠를 더 제작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협력 파트너를 늘리기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습니다. 현재 카이스트를 포함한 4개 대학이 공동강의를 시작했고, 포스텍과 이화여대를 포함한 21개 대학이 공동강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런어스 온라인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의학 전통의 조선 의학에 서양 의술을 최초로 도입한 알렌 선교사는 우리 연세의 출발이었던 광혜원의 첫 번째 의사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137주년을 맞이하는 연세의 첫 출발점에 서 계신 분입니다. 알렌 선교사는 광혜원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난 후, 서양 의술로 진료한 임상 결과를 미국 북 장로교 해외 선교부에 보고했습니다. 말라리아 등으로 고통받던 총 10,460명의 조선인 환자를 치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9월에 런어스가 개설된 이후 13,000여 명의 신규 회원이 확보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알렌 선교사를 떠올렸습니다. 첫 출발부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했던 연세의 137년 전통이 런어스를 통해 계승되고 있습니다. 시작은 미미할지 몰라도 그 결과는 창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보여 준 우리 자랑스러운 연세의료원의 노력과 헌신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의료 체계를 갖춘 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 중증 치료를 위해 총 160개 병상을 운영하며 수많은 환자의 목숨을 살려냈습니다. 국내 최초로 완치자의 혈장 주입 치료를 통해 위중한 코로나 환자를 완치시킴으로써 세브란스병원의 뛰어난 임상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공기도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착용한 채 불철주야 헌신해 주신 의료진 여러분에게 뜨거운 찬사를 드립니다. 연세의료원의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노력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코이카와 협력하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0여 개국의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의료진의 개인보호구 착용 방법에서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방법, 그리고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징과 치료 방법 등을 교육시켜, 글로벌 팬데믹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연세인 여러분,


지금 우리 연세대학교는 도약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 우리 학교는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세계 랭킹 7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세계 랭킹 50위권에 진입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30~40위권 초일류 대학의 담대한 비전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지표상의 세계 명문 대학이 아닙니다. 137주년의 유구한 역사가 웅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산적한 과제에 대해 분명한 해법을 제공하고, 선도적으로 인류 공동체의 미래를 개척해 가는 탁월한 교육·연구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사회 공헌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세계 곳곳에 미치는 기독교 대학 본연의 사명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초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먼저 교육, 연구, 사회 공헌 전 분야에 대해 매우 치밀하며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적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총동문회와 힘을 합쳐 연세발전위원회를 구성해서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부자 중심의 긴 호흡을 갖는 모금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기부자가 비전을 공유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같이 학교 발전의 동반자가 되는 새로운 기부 문화가 조성이 되고 이것이 학교 발전의 든든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위대한 연세를 향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초일류 대학이 되기 위한 다른 조건은 연세의 역량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집시키는 것입니다. 1957년 연희와 세브란스가 합동하여 연세대학교가 출발한 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후 65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화학적 결합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연세의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결집시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을 열고 비전을 공유하면서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하나된 전체로서 위대한 연세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임박하고, 우리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의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씀처럼 그동안 침묵이 흘렀던 강의실에서 교수님들의 열의에 찬 강의가 들려오고, 활기를 되찾은 캠퍼스에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고대합니다. 137년간 우리 연세를 굳건히 지켜주셨던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이 초일류 대학의 담대한 비전을 품고 캠퍼스로 돌아오신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5월 14일

연세대학교 총장 서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