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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22년 신년사 2022.01.05

신년사


연세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도 건승하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매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해 첫 아침입니다만, 2022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기대와 다짐은 각별하기만 합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 지구적인 코로나 창궐의 국면에서, 세상은 대변혁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 연세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역(周易)에 의하면 올 한해는 물과 불이 만나, 세상의 흐름이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코로나 이후의 거대한 변화 역시, 같은 시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대변혁의 거센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입니다. 몰아치는 도전의 파도가 거세고, 요구되는 변화의 격랑이 높다 해도, 하나가 된 연세의 기개를 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136년간 중단없이 지속되었던 연세의 줄기찬 도전의 역사가 올해도 유감없이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신년을 맞이합니다.


작년 2021년은 연세 공동체의 모멘텀이 확보된 해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각종 대학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Times Higher Education(THE)이 실시한 2021년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Impact Ranking 2021)에서 우리 학교가 세계 30위 대학으로 선정되었고, 이는 국내 1위의 성적이었습니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도 개교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것입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의 순위가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 대학만이 각종 지표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THE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대학 순위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났습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이 정체되거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을 때, 오직 연세만이 전년 대비 36계단을 뛰어오르는 쾌거를 이룩한 것입니다. 2021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종합 2위, 사립대학 중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 성적은 2015년 대학평가 체제를 개편한 이래, 최고의 성적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교직원, 동문, 재학생들이 대학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것을 걱정해 주셨는데, 그런 염려를 일소시키는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 연세가 이런 상승의 모멘텀을 확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우수한 연구 업적을 내신 교수님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입니다. 교수 1인당 국제 논문 게재 실적에서 국내 1위를 달성했고, 논문의 피인용 순위도 4위에 올랐다는 점이 모든 대학 평가기관의 높은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특별히 국가 주도의 이공계 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 논문 피인용 순위에서 우리 학교 교수님들의 연구력이 밀리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여 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그 노고에 찬사를 드립니다.


한국 생산성본부의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병원 부문 11년 연속 1위를 달성해, 이 분야의 신기록을 세운 의료원에서도 기쁜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 장비를 이용한 치료시스템을 설치하여 암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펼칠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1969년, 국내 최초로 암센터를 개원한 세브란스의 선구자적인 전통이 계속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국내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세브란스 병원은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방형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내용과 양질의 임상 데이터는 최신의 IT 기술과 결합하여 디지털 헬스의 강력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관련 사업체와의 협업, 장기 국책 과제의 수주, 글로벌 디지털 의료 리더십의 달성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료원의 모든 구성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미래 캠퍼스에서도 자랑스러운 소식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2년 연속으로 교외연구비 수주 600억 원 이상 달성이라는 기쁜 소식과 더불어, 역시 2년 연속으로 대학혁신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A등급을 획득하였다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이는 미래 캠퍼스의 구성원 모두가 중장기 발전계획인 Vision 2030의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덕분입니다. 위기 속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연세의 전통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신 미래 캠퍼스 구성원 여러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계획하고 있는 원주 연세병원의 신축 사업도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상세히 보고드려야 할 2021년의 소식이 많습니다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게 될 런어스(Learning Ubiquitous Square, LearnUs)에 대한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연세의 구성원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면, 백양누리 동문 광장 좌측에 우뚝 서 있는 반투명 유리 건물을 보게 될 것입니다. 캠퍼스 중앙에 신축된 런어스 오픈 스튜디오로, 저의 핵심 공약중 하나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 사업의 가시적인 결과물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 우리 학교는 국내 고등교육 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갖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런어스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접근성을 높였고, 양질의 교육 컨텐츠도 계속 확보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계속되는 사회적 격리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시켰고, 연세는 런어스를 통해 이런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제공되던 고등교육의 커리큘럼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런어스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단순한 교육 서비스 제공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연세와 한국 고등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런어스 구축을 위해 헌신해 주신 연세 구성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매일 아침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대학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대학의 정신은 무엇인가?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대학은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런 생각들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 대학(Universitas)이라는 고등교육 기관은 1088년 볼로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볼로냐에서 알프스산맥 이북과 이남의 도시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학문의 자율권을 확보하고 학습 조합을 구성한 것이 대학의 출발이었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뒤를 이어 설립되었지만, 중세 대학은 곧 낡은 교육 시스템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유럽의 모든 대학이 라틴어라는 공용어를 사용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결과 커리큘럼의 획일화라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대학이 이름만 달랐을 뿐, 통일된 커리큘럼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흑사병의 창궐, 100년 전쟁, 신대륙의 발견,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중세 대학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인쇄술의 발전은 중세 대학의 몰락을 촉진 시켰습니다. 책을 통한 학문의 전수는 대학 교육의 혁명을 불러 일으켰고, 강의 중심의 중세 대학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비약적인 학문의 발전과 정보의 확산을 따라가지 못했던 중세 대학의 몰락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속해있는 근대 대학의 효시는 1810년에 설립된 독일의 홈볼트-베를린 대학입니다.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 세대의 교육과 학문의 심화와 확산을 위한 연구 중심의 대학이 탄생함으로써 근대 대학이 시작된 것입니다. 독일에서 제기된 근대 대학의 필요성을 재빨리 수용한 영국은 이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인재 양성 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대학 교육은 미국이 주도하게 됩니다. 그들은 독일 대학으로부터 연구를 중시하는 사립 대학 제도를, 그리고 영국 대학의 국가 주도 모델로부터 주립 대학제도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엘리트 교육과 대중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미국의 대학 시스템이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또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독일, 영국, 미국에서 발전되어 갔던 근대 대학의 모델은 지금 또 다른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쇄술의 발전과 서적의 대량 보급이 중세 대학을 해체 시켰다면, 지금 대학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과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매체의 혁신입니다. 이미 변곡점을 넘어선 사이버 미디어의 교육 혁명은 규격화된 커리큘럼, 학문의 지역성과 지식의 국가 경계선, 적절한 교육 기간에 대한 통념 등을 여지없이 무너트리고 있습니다. 이제 고등교육은 캠퍼스가 없는 대학, 연령 제한이나 전공의 세분화가 사라진 열린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노마드처럼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고,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새로운 대학의 모델까지 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 새로운 변화의 속도를 증가시켰습니다.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대면으로 지식을 전수하고, 실험실에서 함께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교육과 연구의 기본 전제가 도전받게 된 것입니다. 한 세대가 걸릴지도 모르는 느린 변화의 가능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단숨에 바꾸어 놓는 것을 우리는 지난 2년의 경험을 통해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대학은 그 방향성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적인 변곡점 위에 놓여있습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중세 대학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당한 것처럼, 새로운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은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런어스를 통해 새로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제안한 것도 이런 절박한 위기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당위성은 우리가 처해 있는 교육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시급한 과제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학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2046년에 국내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대학은 유구한 전통과 우수한 교수진, 그리고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들이 지원하는 명문 대학이기 때문에 소멸과는 전혀 무관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의 근원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 자체에 있습니다. 연세라는 고등교육 기관이 대한민국에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 연세는 세계를 선도하는 배움터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진리와 자유를 향한 연세의 도전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는 런어스를 통해 “탈경계, 초연결시대의 대학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도해야 하고, 이를 통해 “지구와 인류가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도전적 연구와 지식 추구”를 새로운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연세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이것이 바로 하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연세의 사명인 것입니다.


코로나가 극복될 것이라는 섣부른 희망을 말씀드리는 것도 조심스럽고, 사회적 격리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이 와중에 인내를 다시 부탁드리는 것도 죄송하기만 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고, 올 봄학기에 다시 캠퍼스를 개방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연세의 담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되, 꾸는 꿈은 원대할 것이고, 실행은 구체적일 것입니다. 저는 우리 연세 구성원의 능력과 잠재력을 믿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이 우리 연세와 함께 하는 한, 시대의 제약과 환경의 열악함을 극복해 나갔던 자랑스러운 연세인의 전통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상호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의 주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질책해 주시고, 함께 나눌 꿈이 있다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나누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이 올 한해도 변함없이, 우리 연세 가족 여러분과 동행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총장 서 승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