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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13년 8월 학위수여식사 2015.07.28

존경하는 연세가족 여러분, 
  오늘 연세대학교에서 영예로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게 되는 여러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사랑하는 자녀들을 연세의 품에 맡기시고, 정성과 희생으로 성원해 주셔서 오늘 이 영광스러운 졸업의 기쁨을 함께 나누시는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기여하신 공을 기려 명예경제학박사학위를 수여받으시는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님께도 함께 축하드립니다. 
  또한 졸업식을 빛내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김석수 이사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졸업생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일깨워 주시고, 배움을 실천하는 진정한 지성인으로 거듭나도록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우리 연세대학교가 배움의 문을 연 지 128년째 맞이하는 하계 졸업식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가족들의 지원, 그리고 졸업생들의 노력을 통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연세는 자랑스러운 1,230명의 학사와, 12명의 연구과정, 1,404명의 석사, 그리고 315명의 박사 졸업생들을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모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아쉬움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될 세상의 도전에 가슴이 설레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연세의 제자들을 떠나보내며, 다시 한 번 대학의 본래적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대학은 모름지기 ‘큰 배움’을 의미하는 곳입니다. 큰 배움이란 삶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큰 배움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세상의 지식을 익히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지성인으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큰 배움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연세 교정에서 여러분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큰 배움의 정수(精髓)를 체득하였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 삶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함께 보낸 연세는 이제 여러분 삶의 추억이요 삶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연세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삶의 새로운 출발점에 섰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서 계신 자리는, 그동안 진리의 터전에서 연마한 전문 지식을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 총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여러분은 항상 연세의 정신을 깊이 간직하고, 이를 세상에 나가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세의 정신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척박하고 혼란했던 시기, 불모의 땅위에 근대 의학과 고등교육을 통해 새 시대를 이끌고자, 한국 최초의 병원과 대학을 창립한 알렌과 언더우드가 지녔던 개척 정신입니다. 연세의 정신은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하였고 기독교의 가르침 속에 사랑과 구도와 자기성찰을 몸소 실행함으로써, 우리를 늘 올바른 역사의 선택으로 이끄는 이정표 역할을 하는 윤동주의 조국 사랑의 정신입니다. 연세의 정신은 평생 한국의 얼을 지키고 한국의 말, 글, 역사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정인보의 민족정신입니다. 이들 모두가 자랑스러운 연세의 정신이자 연세의 ‘얼’인 것입니다.
 
  연세는 이 땅에 최초로 근대 학문을 도입하여, 고등교육을 위한 진리 추구의 산실이 되었고, 연세가 배출한 많은 선배들은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 산업화를 주도하였습니다. 또한 기독교의 섬김의 정신을 바탕으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였고, 사회적 책임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면면히 흐르는 연세 정신의 핵심은 바로 ‘시대정신을 이끄는 선구자의 역할’이었고, 이렇게 연세는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 세상을 향해 연세 동산을 떠나는 여러분 역시 우리의 선배들을 좇아서, 용기와 지혜와 담대함의 연세 정신을 실천해야 합니다. 불확실하고 혼돈스런 이 시대에 연세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빛나는 연세인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지식인으로서 새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주역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회 발전을 선도하려면 우리 사회의 과제와 시대정신에 대해 가장 앞서 깨닫고, 가장 앞서 나아가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회의 구성원들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의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연세는 암울한 일제 지배 하에서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1928년 당시 연희와 세브란스 두 학교의 교장이었던 에비슨(O. R. Avison) 박사는 졸업생들에게 “진보(Progress)가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지적 성과는 물론이고, 영적인 깨우침과 정신력 (spiritual understanding and power), 도덕적 품행,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사회봉사, 경제적 성취(economic achievements) 등 모든 면에서 연세인은 먼저 깨닫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에비슨 교장이 당시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말들은 지금 세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연세 교육의 정신이라 하겠습니다. 연세인은 하늘의 소명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강조했던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선진화를 위한 과도기를 맞고 있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전통적인 제도와 이념, 철학이 모두 큰 도전에 직면해 있고, 내일의 세상을 열어 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존재 가치는 창의성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회적 여건은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양성이 없는 평준화와 경쟁이 없는 보편적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사회 풍토로 인하여, 대학의 위상이 크게 위협 받고 있는 것입니다. 비단 교육만이 변화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온 세계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새로운 기술이 급속히 유입되고, 전통적인 제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캠퍼스를 나서는 여러분들이 바로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며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 주인공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 발전을 이끄는 참된 주인공이 되어 한국과 세계의 진보를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미래의 주역이 되시기 바랍니다.
 
  셋째, 포용하고 베풀며, 함께 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함께 하고 나누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수용하는 사람이 되려면 상대방을 품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경쟁 만능주의를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며, 이웃과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잘못된 경쟁과 승리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실천해 주길 부탁합니다.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 자신감을 갖고 젊은 꿈에 도전하십시오.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역경을 겪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어딘가에 ‘가시’를 안고 있습니다. 때로는 병약함으로 몸에 가시를 갖고 있기도 하고, 가정의 어려움이나 일시적인 실패로 마음의 가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성경에는 “내가 교만하게 되지 못하도록 몸에 가시를 주었다”(고후 12:7)는 구절이 있습니다. 역경이 없으면 노력하지 않고 나약해지게 됩니다. 진정한 용기와 잠재력은 역경을 뚫고 나타나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행여 일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약할 그 때에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는 성경 말씀을 기억하시고 도전해 가십시오.
 
  샘이 펑펑 솟는 샘물을 목마른 이들에게 대가 없이 나누어 주듯이, 여러분도 여러분들이 지닌 재능과 열정을 활용하여 여러분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아낌없이 베풀고 사랑함으로써, 하늘의 축복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연세인이 되어 주십시오.
 
  공정한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성찰해야 합니다. 목표 없이 단지 앞으로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관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공자는 말하기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령되다(學而不思則罔)”고 하였습니다. ‘생각’은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을 의미합니다. 늘 최초의 토대(土臺)를 생각하고 성찰하면서, 배움을 실천하여 공정한 삶,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협력과 포용의 태도로 소통의 사회를 이루어 가고,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배움을 실천해 간다면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공정한 삶을 이루게 될 것이며, 새로운 역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연세인 여러분, 
  최근 연세에는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학문과 교육의 수월성을 완성하고자 하는 ‘제3의 창학’은 이미 원대한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대학 교육의 신기원이 될 송도 캠퍼스의 레지덴셜 컬리지(Residential College) 운영으로 새로운 땅, 기회의 환경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백양로의 재창조 사업’을 비롯하여 캠퍼스의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연세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명문으로서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에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늘 연세 캠퍼스를 떠나는 연세인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연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바로 여러분이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며, 연세의 미래 경쟁력도 여러분이 연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모든 산업 부문에서, 크고 작은 모든 변화에서, 여러분은 하나하나 연세의 별이 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자랑스러운 연세 동문으로서 연세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성원해 주셔야 합니다. 연세가 발전할수록 연세의 별은 더욱 더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연세를 거쳐, 지성과 품성과 영성을 함께 갖춘 인재로서 세상으로 나갈 준비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옛 선현들은 인생을 “위대하고도 긴 여정”(Magnae et Longae Viae)이라고 불렀습니다. 졸업은 인생의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사회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 여러분들이 이 “위대하고도 긴 여정”에서 꼭 뜻을 이루는 승자가 되시길 빕니다. 여러분들의 희망찬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 이 교정을 거쳐 간 수많은 동문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동행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가호와 은총이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8월 30일
 
총장    정 갑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