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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개

연설문

2021년 2월 학위수여식사 2021.02.22

오늘 영예로운 학위를 받고 정든 연세 교정을 떠나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연세의 품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으로 지원해 오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도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자랑스러운 연세 동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졸업생을 항상 격려해주시는 허동수 이사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과 제자들을 정성껏 가르치고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도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졸업식도 다시 비대면으로 진행하지만, 졸업생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초미세 바이러스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는 인류와 세계 공동체를 지켜보았습니다. 2021년 우리에게 펼쳐진 앞날은 어떤 미래학자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불안해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이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여러분에게 저는 자신 있게 연세의 진리와 자유 정신을 가슴에 품고 미래로 나아가라고 배웅하고 싶습니다.


연세는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진리를 깨달으라고 가르쳤습니다. 연세의 진리는 세상을 지배하는 지식이 아니라, 진리 앞에 겸손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연대할 것을 강조합니다. 아프리카 차드의 문인 무스타파 달렙(Moustapha Dahleb)은 한낱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하는 미생물이 서방의 강대국과 기업들,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단숨에 성취해 냈다고 역설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인간이 멈추자, 자연이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매연과 공기 오염이 줄어들었고, 멸종 직전의 야생동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서식지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달렙은 “하늘의 힘에 맞먹으려 했던 인간의 지식 또한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연세의 진리는 하늘에 맞서는 지식이 아닙니다. 우리 대학교를 세우고 지금까지 연세를 연세답게 만들어온 선각자들은 하늘의 뜻과 사명을 이 땅에 펼친 거인들이었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가 조선 땅에 처음 발을 내디딘 바로 이듬해 조선은 콜레라 전염병으로 인해 매일 400명 가까운 백성들이 죽었다고 역사는 기록합니다. 이 때 제중원의 알렌 선교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헌신적으로 나섰습니다. 가족도 멀리했던 감염병 환자들을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간호했고, 콜레라로 죽은 자들의 장례식을 정성껏 치러주었습니다. 연세를 만들어온 선각자들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믿고 고백한 진리를 세상을 향해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선배 연세인들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섬기는 리더로서 그 진가를 발휘해 왔습니다. 이러한 연세의 진리 정신을 여러분도 유산으로 이어받았음을 반드시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하늘의 진리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거친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십시오. 연세의 자유 정신은 개방성과 포용성을 만들 수 있는 바탕입니다. 연세의 자유로운 학풍은 자신과 다른 목소리에, 그리고 약자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산업사회가 필요로 한 인재가 똑똑한 사람이었다면,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이웃과 공감하고 생태계와 공존하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역량을 가진 리더가 코로나 이후 시대를 이끌어 가고 변화시킬 수 있는 참다운 인재입니다.


우리 대학교는 2020년 ‘THE 영향력 평가’에서 국내 1위, 세계 47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연세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사회적 책무와 공존의 미래를 만드는 역할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연세의 진리가 그저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증진하는 데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연세 동산에서 캠퍼스 밖 세상으로 나가 혁신적 가치를 발휘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였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연세 교정을 떠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 136년 동안 연세의 선각자들과 선배들이 만들어온 자랑스러운 유산을 이어받아, 자신감과 담대함을 가지고 ‘진리와 자유를 향한 도전’의 길을 계속 걸어가십시오. 하늘의 빛을 바라보며 인류와 지구 공동체를 품고 세상 가운데로 나아가십시오. 거기서 다양한 이들과 만나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세상과 지구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들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틀림없이 ‘공동체 정신을 지닌 혁신적 리더’로서 인류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코로나 시대 여러분이 떠나는 미지의 여행에서, 여러분은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십시오. 오늘 교정을 나서더라도 여러분의 뒤에는 여러분을 지금껏 성장시키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원할 연세가 있습니다. 모교와 맺은 인연과 관계의 끈을 계속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22일 

연세대학교 총장 서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