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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연세 시의 전통에 서서 함께 시를 옮기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4-12-01

 

연세 시의 전통에 서서 함께 시를 옮기다

 

불어불문학과 임재호 교수의 시편들이 미국의 문예 전문지 『The Common』(Amherst College Press)에 호평을 받으며 번역 게재되었다. 번역은 영어영문학과 서홍원 교수가 맡았고 임 교수가 참여하였다. 임 교수는 임선기라는 필명으로 국내에서 『호주머니 속의 시』(문학과지성 시인선, 2006), 『꽃과 꽃이 흔들린다』(문예중앙 시인선, 2012),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문학동네 시인선, 2014)을 출간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임 교수의 시집 세 권을 차례로 번역하여 영어권에 알릴 예정이다. 문과대학 선후배 교수간의 이 공동 작업의 결과는 thecommononline.org에서도 전문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는 이번에 발표된 시 3편이다.

 

To You 2

You a little light

A traveler knocks on your door

Wind is an old traveler

No end to sandals

You a little tree

Little fallen leaf

With some words to add

Yesterday’s new books

Show through the bookstore windows

I pick up the leaf

Open the leaf’s door

Enter the leaf’s words

Turn off the light and lie down

You a little light

In a cloud reflection on a window

Lies the word ‘he’

 

 

Intern

You are a light, but fearful patient

You’re seriously ill, no you have a big

Hole in a corner of your heart Thorough

Someone’s drilled cleanly around it

I saw the winter Songjeong sea through it

A-A-An-Anyway you are lucky because early

It was discovered

What should we call it

Let’s just write lung disease

People think it’s been wiped out

I walked the no. 6 bus line, through sewage-

Bubbling suburbs, along the cosmos flowers

Wind cannot tie the hair of

The diseased poplar tree bus stop,

Birds around this time prefer the ground

Back to the tree, my frequency sent

The birds from the ground to the poplar

From the fruit box of the fruit vendor

I picked out some clementines

Why is the way home so long

The children of the poor are playing

Planting iron rods firmly in the ground,

And throwing the metal hoops

In general they miss the mark,

The air suddenly gets fierce

And sunbeams prowling round the lotus pond

All drown

How many sunbeams does the pond

Hold captive, when the wind finished his tuning

The cosmos opened their mouths

Shall I tell you a funny story, When I was

An intern, when I knew nothing about life

A time when I used to strip the skins of

Scores of mice for experiments, one of those

Can you believe it pattered toward me alive,

The desire to live, stripped of its skin you know

 

Dry Season

The sky settled like ramen soup

I like a monkey pining for trees

Go to see them

Unknowable dry fruit drops

Hanging aplenty

Yearning for water

The fig tree

The deluxe taxi driver is on the street

Quarreling with his passenger

Woman shouting in a temper

On the way to the fig tree

Those many holes,

By what sorcery am I

A water bag pining for trees

My shadow tagging along like resin

A fig leaf let go of a branch

O the soul going to the black ditch,

As if one could hear the sound of flowing water

 

임재호 교수의 고향은 인천이다. 고향집 앞에는 아펜젤러 선교사의 사택이 있었고 언덕 끝에는 알렌 박사의 별장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세상에는 연세대학교와 세브란스 밖에 없는 것처럼 주변에서 그 이름들을 들으며 자랐다. 인천에서 우리학교를 대학원까지 통학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7대학교에서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지성인인 장-클로드 밀네르 전 국제철학학교 교장으로부터 언어학을 배웠다. 프랑스어 문장구조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4년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에 부임하였다.

언어학자로서 임 교수는 불세출의 언어학자 야콥슨의 좌우명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 언어학의 메카인 프랑스 언어학의 백과사전적 전통에 따라, 언어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언어학자의 연구대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그 자신 몸 담았던 촘스키 언어학의 산문 언어분석을 뒤로 하고, 시를 가르치고 스스로 시를 쓰면서 시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했던 현대 언어학의 시조 소쉬르에 천착하여, 소쉬르로부터 시작된 언어학의 시학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임 교수에게도 시어는 언어 중의 언어이며 기원의 언어이다. 그리고 현대 언어학이 마땅히 돌아가야 할 학문적 보고(寶庫)이다. ‘어떻게 인간이 시를 쓸 수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왜 시를 쓰는가’라는 본질적 문제를 시인의 경험을 토대로 언어학의 시학 분야에서 탐구하고 있다.

임 교수의 시는 한국문단에서 다양하게 해석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윤리의 모색’, ‘언어가 중심에 있는 한국어로 쓴 가장 낭만주의적인 시’, ‘낭만주의를 넘어서는 말라르메적 시학의 동양적 모델’, ‘한용운과 김소월이 천착했던 영원한 진리에 대한 시적 전통의 계승’, ‘의미에 기댄 김춘수 시학의 극복’ 등이 지금까지 받은 평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시 언어와 산문 언어는 같은 언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따라서 산문 언어만 안다면 언어의 반만 아는 것이라고 임 교수는 생각한다. 우리 전통 속에서도 시는 선비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교양이었다. 그런 전통 속에서 퇴계와 같은 인문학자가 태어난 것이라고 임 교수는 본다. 다음은 최근 국내에서 발표한 임 교수의 시이다:

 

퇴계의 시

버드나무 洞口에 말 한 필 매어 있고

詩 보러간 주인이 되어본다

정자에 앉고 고쳐 앉으면

뼈 뚫는 靑馬를 본다

그래도 화사한 애인의 숨결 같은 매화는

잊을 수 없다

 

임 교수는 우리학교 교양교육과 인문교육이 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를 바란다. 애송시 하나는 있는 학생, 시가 최고의 교양임을 아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시는 선한 친구이고, 마음의 눈을 길러주는 자연이며, 온기있는 문화를 잃지 않게 해주는 참된 스승이라고 임 교수는 말한다.

우리학교 번역문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서홍원 교수는 영국에서 초등교육을 받은 것을 기점으로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교육을 받았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당시 법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때 서교수를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변에 둘러싸여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이른바 ‘한국인’의 틀에 자신을 맞추려고 했다. 동시에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 지금까지도 화두가 되어 있다.

현재 서 교수에게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의 구분은 불명확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것은 일본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아니라 서구의 동화라고 밝힌 바 있다. 문학에서 국경은 점점 더 지키기 어려워진다고 서 교수는 생각한다.

그러나 서 교수가 보기에 한국인의 관점과 외국인의 관점은 차이가 뚜렷하다. 영문학을 하는 서 교수는 사실상 영어권 사람들의 눈으로 그들이 정한 정전(canon)을 연구한다. 그러나 서양의 학자들은 그들의 눈을 가지고 그들이 정한 한국문학의 정전을 연구한다. 우리의 눈과, 우리가 정한 정전에 대한 외국의 인식은 낮기만 하다.

서 교수가 문학/문화 번역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한쪽으로 기울어진 서구의 눈을 교정해주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연세대학교에서 한국학을 하는 사람들이 보는 ‘한국’을 서양 학자들에게 제시하여 균형을 찾아주려 한다. 둘째, 한국문학을 가급적 많이 지구촌에 소개하여 공감의 장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크게 보면 이 두 번째 이유로 서 교수는 임 교수의 시를 번역하고 있다. 처음에는 동료 교수가 시를 쓰고 있어서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간결하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압축적이고 묵직한 사색을 머금고 있는 임 교수의 시를 번역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왜 임선기의 시를 번역하는가?’ 묻 는다면 서 교수는 ‘맛있는 그의 언어를 곱씹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vol.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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