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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쿠르트 뷔트리히 석좌교수(언더우드국제학부)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6-11-15

“세계 최고의 학자 확보가 대학발전의 지름길” 현재 세계 최고의 석학과 미래를 책임질 세계 각국에서 모인 20살 새내기들이 만났다. 그 주인공은 쿠르트 뷔트리히(Kurt Wuthrich) 박사와 언더우드국제학부 학생들이다. 단백질의 3차원 입체구조를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분광법으로 용액 상태에서 규명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 그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 냈으며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등 신약 개발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올해 우리대학교 언더우드국제학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선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를 김유삼 대학원장이 만났다. * 우리대학교 언더우드 국제학부(이하 UIC)의 석좌교수를 맡아 주셨습니다. 연세에서 강의하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또한 UIC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UIC는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영어 능력이 뛰어나고 학업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습니다. 결석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매우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또한 이번에 제가 맡은 강좌의 정원은 9명이었는데, 그 학생들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줬습니다. 또한 UIC 교직원들은 능력이 뛰어나고 매우 헌신적이었으며 강의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 UIC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UIC는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아직 1학년 학생들밖에 없습니다. UIC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 뒤에 나올 결과를 현재의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1학년 학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아닙니까? 지금 당장 UIC의 미래가 어떻다고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 봐야 합니다. UIC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규명해 낸 공로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연구 과정 중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 저는 처음에는 체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에 물리학, 화학, 수학을 공부했죠. 그리고 결국은 무기화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ESR(electronic spin resonance)와 NMR(nuclear magnetic resonance)를 사용했습니다. 이것들은 매우 기초적인 물리학적 방법입니다. 또한 금속도 사용하였습니다. 솔직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뭔가 매우 특별한 일을 해 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벨 전화연구소(Bell Telephone Laboratories)에서 내게 좋은 자리를 주었고 많은 장비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거기서 나는 사람들이 단백질을 사용한 연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래 공부했던 것이 물리학, 무기화학이고 금속이온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ESR과 NMR을 사용하여 단백질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방법을 통해서 전에 연구되었던 것들 중에 오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NMR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연구를 시작한 이후 저는 꽤 유명해졌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한 연구가 아주 굉장한 일로 간주되었습니다. 완전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스위스에서 교수로 초빙을 받게 되었고 본격적인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를 위한 장비나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비가 필요했을 텐데 행정당국을 어떻게 설득시키셨습니까? - Basel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저는 물리학과가 아니라 화학과에서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물리학과장은 체육학을 공부한 학생이 고가의 장비들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하였지요. 그래서 전 화학과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제가 화학을 전공하면서도 물리학 분야의 장비와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우연히 EPR(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장비를 보유하고 있던 교수님 한 분이 외국으로 나가셔서 아무도 그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았고, 어떤 분이 제게 장비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고, 학위취득 후에는 UC Berkeley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하게 됐습니다. 거기에서 Robert E. Connick 교수를 만났고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그와 함께 일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 1967년 벨연구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벨연구소는 최상의 조건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969년 다시 스위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은 벨연구소가 저에게 얼마만큼의 지원을 했는지를 점검했고 벨연구소가 해 주었던 것과 똑같은 장비와 그 이상의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벨연구소에서 한해를 보낸 후로 이미 이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고 벨연구소에는 제가 필요했던 것들이 모두 다 있었기 때문에 스위스로 꼭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위스는 저에게 벨연구소에서 받았던 대우와 최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번도 저의 요구가 거절된 적이 없이 모든 지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 선구자적인 과학자로서 생명과학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구조 생물학 분야에서 분자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밝혀 내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세포 내부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백질이든지 핵산이든지 구조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이러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발전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RNAi(RNA interfere)의 경우,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런 분야에 관심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큰 연구 분야가 되었습니다. 이렇듯이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연구 분야가 많을 것이고 그것들을 밝혀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스위스와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 여건과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스위스, 미국, 한국의 연구 방식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 한국 시스템은 스위스나 유럽 방식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대학당국에서 연구자에게 비서나 업무보조를 담당할 직원을 제공해 줍니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유명한 대학에서는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비(Start-up Founds)를 지원해 줍니다. 조교수의 경우 50만에서 1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물론 장비들이 필요한지 아닌지에 따라 지원액이 조절됩니다. 학자들은 학교당국에서 연구지원을 많이 해 주지 않으면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학들은 좋은 학자들을 모셔오기 위해 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경쟁을 합니다. 이렇게 연구환경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한국 방식은 미국이나 유럽 방식이랑 매우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 시스템을 비교하자면, 유럽 시스템은 미국보다 연구 분야에 대해 보다 더 장기간, 보다 더 넓은 범위의 보장을 해 준다는 점입니다. 그에 비해 미국에서는 뭐든지 빨리 만들고 빨리 결과를 내어 놓아야 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도 유럽의 방식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 기금(HHMI)에서는 아주 좋은 과학자들을 신중히 뽑은 뒤에 10년 정도의 기간을 주고 천천히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게끔 해 줍니다. 미국 방식이든지 유럽 방식이든지 또는 한국이든지 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학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과 연세대학교의 생명과학 분야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한 연구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가장 중요한 것은 학자의 능력입니다. 아무리 지원금을 많이 제공하더라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과학자만 있다면 별로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좋은 학생들을 끌어 모아야 합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 주어야 합니다. 아무런 조건이나 구속 없이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기회도 더 많이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이나 폴란드의 경우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본국의 연구원 지위의 지원(Post-doctoral Fellowship)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외국에 나가게 되면 한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미래 학자들에게 너무 잔혹한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연세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 제 생각에 연세대학교는 이미 매우 좋은 학교입니다. 또한 연세대학교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버드대나 예일대와 같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세계 1, 2위에 랭크되는 것은 그들 또한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 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연세대에서 물리, 화학, 생물학 등기초과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는 점입니다. 이과대학을 다른 대학(학부)과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의 변호사들을 미국에 있는 변호사들과 비교할 수가 없고, 한국역사 학자를 미국역사 학자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은 한국이나 스위스가 아니라 세계 수준에서 비교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과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학자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겠지만 이과대학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의 발전을 통해 연세대학교가 세계적 연구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vol.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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