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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코린도그룹 승은호 회장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5-03-15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개척정신으로 인도네시아의 합판왕 되다 300여 종족들이 500여 가지의 언어로 생활하는 인도네시아. 이따금 호랑이가 목재운반 트럭에 부딪쳐 죽기도 하는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잇는 경제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연세인이 있다. 원목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된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코린도와, 그 기업집단을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승은호 회장(행정 62년 입학). 코린도그룹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경제 발전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인도네시아 드림의 장본인이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합판 제조업체, 인도네시아 신문용지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제지업체, 내수시장의 12%를 차지하는 신발공장, 인도네시아 유일의 콘테이너 제조업체. 이 기업들이 바로 승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코린도그룹 계열사의 일부다. 인도네시아 경제계에서 엄청난 거목으로 자리 잡은 승 동문은 최근 모교의 발전을 위해 1백만불을 쾌척했다. 세계무대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연세인, 승은호 동문의 성공기를 들어본다. * 동문님께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한인기업 코린도그룹을 경영하고 계십니다. 어떤 연유로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창업을 하셨습니까? 1970년대 중반에 제 부친께서 동남아에서 원목을 생산, 수입해서 가공하는 목재업을 하셨는데 그 당시의 정치 사회적인 상황과 맞물려서, 달리 표현하자면 ‘시대와의 불화’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밑에서 편안하게 살던 저는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지요.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하던가요? 부도를 맞아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일본회사의 간부가 인도네시아에 별도의 회사를 차려서 원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1백30만 달러의 벌채장비 구입자금을 순전히 신용으로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제가 아버지 회사의 LA지사에서 일할 때 그 일본기업 중역을 잘 사귀어둔 덕분이었습니다. 코리아와 인도네시아를 합성한 ‘코린도’라는 회사이름은 이 기업을 창업하고 이끌고 있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기업이 터 잡고 있는 공간이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을 잘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날 것이 운명적이라 할 수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 코린도그룹은 목재, 제지, 컨테이너 등 3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린도그룹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코린도그룹의 주업종은 제조업으로 한국인 2백여 명에 현지인 2만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주력사업은 합판생산으로 인도네시아의 여기저기에 4개의 합판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합판공장들에서 생산하는 합판이 연간 약 70만~80만㎥로 전량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 전체 합판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합판을 만들기 위한 원목의 절반가량은 직접 생산해서 조달합니다. 합판사업과 더불어서 코린도의 또 하나의 주력 부문은 제지사업이며, 이 제지공장에서는 신문용지만을 연간 43만 톤 생산합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신문용지는 미국을 비롯해서 동남아 각국에 수출되며, 인도네시아 국내 신문용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컨테이너 제조 공장, 화학공장, 육상 및 해상 운송회사, 신발공장, 금융회사, 증권회사 등 코린도그룹 산하 기업체가 30여 개쯤 됩니다. 계열회사의 숫자로 따진다면 ‘문어발식 기업집단’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 말이 대자본이 중소기업의 입지를 무차별적으로 잠식한다는 의미라면 저희는 문어발식 기업집단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의 인프라가 미비한데 대한 미봉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사회여건이 닿는 대로 회사를 정리해 나가야겠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인도네시아 경제계에서 코린도그룹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초등학교 때부터 죽을 때까지 등수에 치여서 평생을 살기 때문인지 저를 만난 한국 사람들은 “코린도가 인도네시아에서 몇 번째냐?”고 자주 묻습니다.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합판은 인도네시아 수출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합판 제조업체입니다. 그리고 신문용지는 인도네시아 국내신문용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신발은 자체 브랜드인 'EAGLE' 제품이 내수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콘테이너 생산 공장은 중국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인도네시아 유일의 콘테이너 제조업체입니다. 그런데 외형만 가지고 따지는 순위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기업의 건강성이 문제지요. 내실을 따지지 않고 기업규모가 몇 번째다 하는 자랑만 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우리 제지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면 인도네시아 전체 일간신문이 1주일 동안 발행되지 못 할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IMF 이후 많은 합판회사들이 40~50%밖에 조업을 못하는데 우리 합판공장들은 100%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현지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1만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는 각 지역마다 나름의 전통과 생활풍습을 유지하면서 살아온 300여 종의 수많은 종족들이 있고, 그 종족들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500여 가지의 언어가 있습니다. 우리 코린도의 사업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보니 그 지역 출신 직공이나 현지 주민들과 어떻게 융화해서 뿌리내리느냐, 이것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중부 칼리만탄에서 70년대 후반 무렵에 있었던 일인데, 한국인 직원이 밤에 지프를 몰고 가다가 현지 주민을 친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밤중에 소식을 듣고 숙소에 있던 한국인 총무가 급히 병원에 도착해 보니 원주민들이 칼, 낫, 곡괭이 같은 연장들을 들고 무더기로 몰려나와서 총무 두 사람을 에워싸더랍니다. “우리는 사람을 친 사람이 아니다”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막무가내로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마두라 족 한 사람이 죽었으니 너희 한국 사람도 아무나 한 사람 죽어야 한다”는 식입니다. 경찰이 출동해도 꿈쩍도 안 했습니다. 인근 군부대에 급히 연락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다행히 치료가 잘되어 현지인이 살아났기 때문에 그 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들의 그런 전통과 문화가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야만적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부터 저는 모든 임직원들에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되,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들을 인내를 가지고 설득하고 감동시켜서 우리 편으로 만들자, 그렇게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우리가 그들 문화를 포용하자’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처음에 칼리만탄에 세운 합판공장을 가동했을 때 가장 큰 애로점은 현지 직공들의 기도 습관이었습니다. 한참 일을 하다가 갑자기 공장 직공들이 한꺼번에 일손을 놓고 우르르 나가버리는 겁니다. 인도네시아는 회교국가이기 때문에 알라신에게 기도 올릴 시간이라는 겁니다. 참 난감했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생활습관이고 문화입니다. 그들 방식의 예배를 보지 못하게 통제하거나, 그들의 종교를 비하하고 다른 종교를 가지도록 강요했다면 코린도 합판사업은 시작단계에서 이미 손을 들었을 겁니다. 궁리 끝에, 아예 작업장 내부 여기저기에다 휘장을 둘러 간이기도실을 만들어 놓고 한두 사람씩 교대로 들어갔다 나오게 함으로써 작업효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환경문제 때문에 벌목기업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고 있습니다. 코린도그룹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린도가 산판에서 벌목을 하고 그 원목을 가공해서 합판 만드는 일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니까, ‘산림훼손에 의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일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무차별적인 남벌은 문제가 되겠지요.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으로 자란 나무만 베어 낼뿐만 아니라 벌목을 한 다음에는 그 자리에다 반드시 대체 조림을 하도록 의무화 돼 있고 코린도는 그 방침을 충실히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수령이 오래된 나무보다 새로 조림해서 자라는 나무가 산소배출량이 월등하다는 보고가 나와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그 의무조림과는 별도로 칼리만탄 지역의 3만7천 ha(여의도 면적의 약 44배)에 3천만 그루의 유카리투스라는 수종을 개량하여 심었는데 2년 만에 15미터 가량이나 자라납니다. 10년 후부터는 그 임지에서 10분의 1씩 벌목을 하고 재조림할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황무지나 다름없는 이리안자야 지역에 8천 ha(여의도 면적의 약 9.5배)에 90만 그루의 팜나무를 심어 팜유를 생산하며 녹화사업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칼리만탄 지역에는 3배, 이리안자야 지역에는 약 6배쯤 더 심을 작정입니다. 그러니까 매스컴에서 무분별한 산림벌채로 인하여 대기환경이 악화된다는 기사를 접하더라도 우리 코린도는 그 혐의자 명단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희망사항입니다. * 모교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최근에는 모교 발전을 위해 100만 불을 기증하셨습니다. 모교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전세계적으로 교육은 경쟁이라는 개념으로 투자와 개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줄 압니다. 우리 연세대학교도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연세'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연세 엘리트, 기업에 만족을 주는 엘리트 연세인을 배출하는 대학으로 거듭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젊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뚜렷한 목표와 야망을 가지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에게만 성공이 보장될 것입니다. 또한 지구촌이 하나로 소통하고 기능하는 오늘날, 환경과 전통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손잡고 더불어 지내야 하는 세계화의 무한경쟁시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확고히 유지하되,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열린 가슴을 지니는 것과 도전정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vol.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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