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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21세기 연세 혁신의 리더] 생뚱 맞은 과학자 미래 연다- ①인공위성 궤도학의 선구자 연대 최규홍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4-12-01

"우리기술로 로켓 쏘겠다" 미국 벨연구소 과학자들은 라디오 소음을 줄이는 연구를 하다 우주의 기원을 밝혔고, 입자물리학 과학자들이 데이터 전송을 위해 고안한 ‘비트넷’은 인터넷의 전신이 됐다. 기초과학의 업적은 이처럼 ‘우연성’이 크다. 이는 모두 ‘생뚱맞은’ 생각을 했던 개인 과학자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연에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기여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과학적 호기심에 기반을 둔 기초과학 연구가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 모든 교수에게 기초연구비 1000만원씩 일괄 지급해 기초과학 연구를 장려하는 이웃 일본의 이야기는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서도 생뚱맞지만 독창적이고 기발한 연구를 묵묵히 해나가는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에도 많다. 천문학 물리학 화학 수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창의적 연구에 매진하는 이들을 만나본다. “어릴 적 꿈 속에서 수없이 날려보낸 로켓을 이제 직접 띄울 차례입니다.” 참 유별났다. 로켓에 ‘미친’ 중학교 1학년 까까머리 소년은 직접 깡통로켓을 제작했다. 로켓 화약은 유황 가루에 질산칼륨, 목탄을 섞어 만들었다. 동기는 단순했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가난했던 한반도에 사는 한 소년을 자극했다. ‘소련은 어떻게 로켓 발사에 성공했을까’ ‘인공위성은 왜 떨어지지 않고 지구를 도는 걸까’ 등 물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던지며 해답을 찾기 시작했던 그 소년은 정확히 35년 뒤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KITSAT-1)를 띄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인공위성 궤도학’의 선구자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최규홍 교수가 그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화공학이나 섬유를 전공해서 비료나 섬유 공장에 취직하는 것이 당시 엘리트 코스였는데, 저는 로켓 이야기나 하며 천문학과에 진학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결국, 198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로켓 궤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냈다. 당시 어려웠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주위의 우려를 무릅쓰고 힘들었던 유학 시절을 버텨내 그가 우리나라 최고의 로켓 전문가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자료를 갖고 와 그에게 ‘위성인지 로켓인지 판별해달라’고 수차례 자문하기도 했다. 유학을 마친 뒤 90여편의 논문을 닥치는 대로 써갔다. 우주에 관한 물음에 답변하고자 하는 노력이 논문 한권 한권에 아로 새겨졌다. 이 가운데 그에게 가장 큰 도전은 ‘삼체 문제’였다. 삼체 문제는 수백년간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로, 세 개 이상의 물체끼리 주고받는 힘의 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일반해’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물체 간의 힘은 뉴턴의 운동법칙에 따라 명확히 규명되나 실제 우주에서는 달, 태양 등 다른 천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삼체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구해야 인공위성 궤도를 계산해 낼 수 있다. “박사 논문을 마치고 20∼30년간 삼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했죠. 그런데 나중에 이 노력이 결실을 보더군요. 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 궤도 프로그램을 완전 국산화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프로그램 제공 요청을 거절했죠.” 인공위성 궤도 프로그램은 실제 인공위성의 궤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위성 관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현재 기술은 오차 범위 1m 이내로 정확한 인공위성의 위치를 계산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왜’라는 소년 시절 물음에 대한 해답을 평생 찾아왔던 그는 환갑인 지금도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필과 노트와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는 그는 어릴 적 꿈에서 쏘던 로켓 이야기를 이론으로 다시 풀어내고 있다. 또 정치적 이유로 선배들이 먹지 못한 ‘로켓 기름밥’을 후배들이 맘껏 먹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도 한다. “사무실에서 연구하다 숨을 거두는 게 꿈이에요. 물론 우리나라 기술로 로켓을 쏘는 걸 봐야죠. 그걸 보면 아마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우한울기자 세계일보 11월 22일자

 

vol.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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