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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빈곤층의 따뜻한 멘토를 자청한 이훈구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4-10-16

평화의 집에서 빈곤층에 무료 심리상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것은 이 사회의 엘리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빈곤층에게 무료 심리상담을 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는 교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다. 이 교수는 매주 두 차례 독립문 평화의 집을 찾아 빈곤층에게 무료 심리상담을 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무료 인생상담, 빈곤층 공부방 지원, 장애우 돕기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사회봉사프로그램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독려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교수는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우리사회를 알아야하고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애환을 알아야한다”며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학생들이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해 주길 당부했다. 빈곤층의 고민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는 이훈구 교수를 만났다. * 심리 상담 봉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습니까? IMF 사태 때 순식간에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심리학 자원봉사대를 조직해서 2년간 직업안정소 등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했고, 연구실에도 핫라인을 설치해 전화상담도 했습니다. * 무악동 평화의 집에서 무료 심리상담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습니까? 2년 전에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를 결성하면서 사회복지센터소장을 맡게되었습니다. 그때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소득층을 위한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온라인상담과 현장상담 두가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온라인상담은 시민회의 홈페이지에 인생상담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시작했고, 현장상담은 박문수 신부의 도움으로 독립문 평화의 집에서 시작했습니다. 박문수 신부는 오래 전부터 독립문지역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사목으로 봉사하며 공부방도 만들고 평화의 집도 운영해온 분입니다. 박 신부에게 현장상담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상담실을 마련해주더군요. 처음 1년 동안은 제자를 파견해서 상담을 했고, 올해 3월부터는 제가 직접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 특별히 빈곤층에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계층을 막론하고 누구나 상담을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만 중상류층은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빈곤층은 상담의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저소득층이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받고 나아가 가정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최근 빈곤층의 상황이 IMF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무악동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반찬 없이 간장만을 놓고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마땅한 조언자가 없는 이들의 걱정거리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안해주는 멘토의 역할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진학, 결혼 등 중대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때 우리는 보통 주변의 어른이나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곤 합니다. 이러한 조언자를 멘토라고 할 수 있는데, 저소득층의 문제는 중대사 결정시 올바르게 도와줄 멘토가 주변에 없다는 점입니다.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결정적인 갈림길에서 멘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간디와 몇 년 전 부모를 토막 살해한 이은석군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간디의 경우 카스트계급 말단에서 두 번째 계급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니 가정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간디에게는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습니다. 그는 대대로 간디 집안을 돌봐준 브라만계급의 귀족이었는데, 간디가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 어른을 찾아가 상의했을 때, 힘이 들더라도 유학을 가거나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더랍니다. 그 결과 간디는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변호사까지 되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에 반해 이은석의 경우, 그는 명문대 학생이었고 부모도 모두 좋은 배경을 가진 중상류층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학대와 부부간의 불화가 결국은 아들을 그 지경으로 성장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우리 인생에 있어 멘토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빈곤층에게 그러한 역할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일거리를 찾아 평화의 집에 찾아왔던 한 40대 아주머니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생이 너무 기구하더군요. 그 여성의 어머니는 남편의 학대를 피해, 딸들만을 데리고 서울로 도망을 왔다고 합니다. 서울에 와서 그녀는 어린 나이에 식모살이를 갔는데 1년동안 힘겹게 일하곤 돈도 한푼 못 받았고, 다시 어머니를 찾아 부산에 내려갔는데 이미 어머니는 개가를 해 이복동생까지 낳아 살고 있었지만 또다시 불우한 가정생활이었나 봅니다. 거기서 생선좌판을 하는 어머니를 돕다가 어머니의 권유로 간판칠장이에게 시집을 가게됐는데 남편에게 학대를 받았다더군요. 그래서 홀로 서울로 도망 나와 다방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어머니의 권유로 다뱡 주변의 건달과 재혼을 했고,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던 건달은 결국 불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불구인 남편을 건사하기 위해 지금도 서럽도록 열심히 일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여성의 경우도 옆에서 돌봐주고 조언을 해주는 적절한 멘토가 없었기 때문에 평생을 열심히 일해도 밑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겁니다. 이제 우리사회의 엘리트들이 발벗고 나서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들에게 멘토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번 학기에 사회봉사 과목을 개설하셨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이 정식 학과목으로 개설된다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덜컥 50명 정원을 신청했습니다. 그러고는 과연 학생들이 신청을 해 올까 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무려 48명이나 신청을 했더군요. 이번 학기에 우리 학생들은 공부방, 독립문 평화의 집,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에 파견되어 봉사하고 있습니다. 공부방은 저소득층 초중고생의 공부를 돌봐주는 곳입니다. 저소득층 부모들 중에서는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밖으로 나돌게 되고 비행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우리 학생들이 찾아가 공부도 도와주고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집에서는 반찬공동체를 만드는 준비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반찬공동체는 주변 음식점에서 남는 반찬을 기증 받고 주민공동체가 반찬을 만들어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또 시민회의에서는 장애우돕기, 국회의원활동 모니터링 등 각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 혹시 가족들도 봉사에 동참하고 계십니까? 이기적으로 살아 온 제게 봉사활동에 발벗고 나서는 아내의 모습은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귀국한 후 80년대 초부터 제 아내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종종해왔습니다. 또 삼성병원에서 말기 암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하기도 하고, 개포동에 있는 장애인 아파트에서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맹인부부 사이에서 자라는 어린아이를 정성껏 돌보기도 하더군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됐습니다. 아내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재래시장이나 음식점을 가보면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이러한 때일수록 가진 사람들이 이웃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연세인들이 사회봉사에 앞장서고, 학교에서도 사회봉사를 더욱 장려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대학교에 사회봉사 과목이 개설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교수들이 사회봉사 과목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많은 강좌를 개설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봉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학생들이 사회를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봉사활동은 우리의 제자들을 큰 재목으로 키우는 일이며, 나아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라 확신합니다.

 

vol.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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