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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친근한 화술의 달인 임성훈 동문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4-09-16

심장을 울리는 ‘아카라카’는 내 평생의 보화

가을이 다가오면 연세인들의 심장은 고동친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펼쳐지는 정기 연고전이 있기 때문이다. 전 연세인들의 기를 모아 선수들에게 불어넣는 최일선에는 단연 응원단장이 있다. 70년대 초 대학가를 주름잡았던 명물 응원단장이라면 이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 아닐까. 학창시절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응원단장으로, 사회에 나와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친근한 화술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문 MC로 우뚝 서있는 임성훈 동문(사학 1969 입학)을 만났다. * 학창 시절의 임성훈 동문을 돌이켜보신다면 어떤 학생이셨는지요. 한마디로 눈에 띄게 나서 보려는 의욕이 많았던 적극적인 학생이었다고 할까요. 대학시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앞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마지막날 오락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통기타를 준비해갔고 노래를 해 1등을 했죠. 당시 응원단장이었던 황만길 선배가 오락시간 진행을 맡았는데, 오락시간에 1등을 한 덕분에 쉽게 응원단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올해도 어김없이 연고전이 열립니다. 응원단장 출신으로서 연고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기 연고전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뜀이다.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야하는데, 방송스케줄 때문에 연고전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으로는 죄를 짓는 기분까지 듭니다만, 운동장 밖에서나마 손에 땀을 쥐며 아카라카를 외치고 있습니다. * 연고전 또는 응원단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1970년 연고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운동장(현재 동대문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했는데, 양교는 야유나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하프라인을 지키면서 응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프타임 응원 중 우리 여학생들이 퍼레이드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고려대 농악단 학생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서 우리 여학생을 툭 건드렸죠. 그러자 그걸 본 우리학생들이 뛰어내려가고, 이어 고려대쪽 학생들도 내려오고, 급기야는 양교 학생들이 운동장 메인 그라운드에서 뒤엉켜 집단 싸움을 하게 됐었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싸웠고요. 연고전을 전후해서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모두 잊을 수 없는 추억들입니다. 또한, 1974년 단장시절 연고전을 마치고 선두 오픈카에서 1만여명의 연세인들을 이끌고 종로통을 지나 신촌까지 퍼레이드를 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연세대 응원단장이었다는 것은 대중을 앞에서의 리더십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 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는 사회에 나와 어떤 일을 하든, 특히 MC라는 역할을 해냄에 있어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바탕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게 대학시절은 너무도 큰 재산과 복이 되었습니다. 모교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 재산이 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 교내외적으로 연고전의 방향과 의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임 동문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시지요. 연고전이 오랜 세월에 걸쳐 스포츠계에 크게 영향을 준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건전한 스포츠의 장, 연고전을 통해 훌륭한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스포츠에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연고대가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공부만하는 대학이었다면 우리나라 스포츠의 큰 산맥은 형성되지 않았을 겁니다. 단언컨대 연고전은 지속되어야합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운영방식을 조금씩 개선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고전의 폐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연고전을 며칠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연고전의 주역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경기에서 패하면 마치 큰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승부를 떠나 멋진 경기와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주십시오. 이제 승부에 집착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아테네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패자가 우승한 선수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듯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도 더없이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 예전엔 가수로서 활동하셨고, 또한 태권도와 보디빌딩 등 각종 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전문 MC의 길을 선택하셨는데, MC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다면?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우연히 방송인이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수많은 미팅을 했는데, 앉아서 여학생과 만남을 가지는 대신 늘 앞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진행 솜씨가 주변에 알려지면서부터는 타대학에서 축제나 행사 때 MC요청을 받기도 했죠. 1974년 때마침 TBC방송에서 각 대학교 명물들을 뽑아서 TV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소문이 나있던 터라 연세대 명물로 발탁이 됐죠. 그렇게 본의 아닌 기회로 방송에 입문하게 됐고, MC를 하게 됐습니다. 응원단장을 하면서 키운 자신감과 배짱, 미팅이나 축제 같은 크고 작은 행사에서 갈고 닦은 말솜씨가 우연한 기회를 만난 셈입니다. * 30년 이상의 경력이 쌓으신 최고의 전문 MC로서, 방송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말을 잘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도 기본적인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노하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만 하지 상대방이야기를 잘 들으려는 생각을 미쳐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대방 이야기를 정성을 다해서 듣고 마음으로 느껴야만 질문도 잘 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눈을 맞추며 따뜻한 마음으로 경청할 때 상대편도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아직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남아있다면, 또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사실 30여년동안 각 장르의 MC를 거의 다해봤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더 도전해 보고 싶은 부문이 있다면 미국 CNN방송 󰡐래리킹 라이브󰡑와 같은 토크쇼를 꼽고 싶습니다. 연예인 위주의 토크쇼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일반국민 등 각계 각층의 사람과 1대1로 마주앉아서 토크쇼를 해보고 싶은 겁니다. 아마도 곧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임성훈 동문께 있어서 「연세」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연세에서의 모든 것이 저의 재산이 되었습니다. 어딜 가다가도 연세라는 단어를 들으면 포근하고 편안합니다. 연세치과라는 간판만 봐도 다시 되돌아 볼만큼 그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의 고향 같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을 받는 달까요. 연세라는 말을 들으면 주마등처럼 학창시절이 스쳐지나갑니다. 농담입니다만 “올해 연세가 몇이죠?”라는 질문에도 가끔은 깜짝 놀라죠. 연세가 이렇게 내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습니다. * 연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사회에 나서면 현실적인 많은 문제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기적인 마음이 생기곤 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각박하더라도 우리 연세인들만은 포용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와 친화력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넓은 안목과 기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 연세인과 연세대학교는 늘 자랑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연세인이라는 이름에 사회가 환대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느낍니다. 그럴 때 그 긍지와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동문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반가움과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일 것입니다. 우리 연세가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앞으로도 무궁하고, 연세가 배출하는 연세인들의 긍지 또한 변함이 없기를 바라며 아카라카의 함성이 우리에게 참자유와 기쁨을 주리라 확신합니다.

 

vol.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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