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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윤동주 시인을 무대에 부활시킨 표재순 영상대학원 특임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4-03-02

부끄럼 많은 시대, 윤동주가 그리워라

독립된 조국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온몸으로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가 2004년 우리네 삶 속으로 되살아왔다. 표재순 교수가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한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연출해 무대에 올린 것이다.
표재순 영상대학원 특임교수는 방송국과 연극무대를 오가며 '집념', '간양록', '대원군', '조선왕조 500년' 등 1백20여 편의 드라마와  '빠담빠담빠담', '피터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대한국인 안중근' 등 40여 편의 연극 및 뮤지컬을 선보인 한국의 대표적인 연출가다.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출상과 대상, 문화예술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우리 민족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별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의 삶을 되짚어봄으로써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적 책임과 나갈 방향을 성찰해 보려고 했다" 는 표재순 특임교수를 만났다.


* 윤동주 시인을 무대에 올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윤동주 시인은 연세대학교가 낳은 한국문학사에서도 우뚝한 최고의 민족시인 저항시인입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폭압적인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으로 이름도 말도 빼앗긴 때 윤동주는 모국어로 시를 썼습니다. 새벽이 올 줄 모르고 조국광복이 될 줄 모는 상황에서 새벽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했고 빛을 바라봤던 분입니다.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에 부끄러움을 알고 염치를 아는 빛을 향해 걸어갔던 시인이기 때문에 이 시대에 그를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요즘 시대에 윤동주 시인이야말로 진정 필요한 시인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대학시절의 봄가을로 연극을 준비하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외고 다니던 향수와 추억도 있습니다. 50년대 후반 교정에서 바라본 밤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이 가득했습니다. 연극반 친구들과 함께 하늘을 쳐다보며 '별 헤는 밤', '새로운길' 등 윤 시인의 시들을 줄줄 외우곤 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습니다.

*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저는 대학연극 출신입니다. 대학시절 연극을 시작하면서 제 인생이 연극인생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57년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참여하면서 대학연극을 시작했고, 1959년 처음 연출을 했습니다. 사실 학창시절 연극에 미쳐 다니고 놀기만 했을 뿐 공부는 안 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와서도 연극만 하다보니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연출가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TV방송 쪽에 몸담게 됐고 1967년 TBC방송국 프로듀서를 시작으로 30년이라는 세월을 방송과 함께 했습니다.

* 40여년간 연출 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 몇 개를 꼽는다면
워낙 많은 작품을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고 애착이가는 작품은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연출한 TV드라마 중에서는 몇 개를 꼽는다면 '집념', '타국', '간양록' 등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이니 허준하면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집념'을 연출할 당시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소재였습니다. '타국'은 한국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에 관심을 가지고 만든 작품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서 일본에 도기문화를 처음 일궈 놓은 심수관씨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간양록'은 강항이란 분을 통해 우리나라 퇴계학이 일본에 건너가는 것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TV에서 주로 역사극을 많이 했습니다.
그 외에도 8년여 동안 진행한 '조선왕조500년', 파란이 많았던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을 기획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근자의 작품 중에는 SBS프로덕션 사장시절 기획한 '모래시계'가 떠오릅니다.
무대에 올린 작품 중에서는 '빠담빠담빠담'이라는 뮤지컬이 있습니다. 1976년 에디뜨 삐아프의 샹송을 소재로 만 든 것인데 윤복희씨, 곽규석씨 등 비연극인들을 참여시켜 무대에 올렸습니다. 당시 근엄한 분들이 연극계 60년사를 다 말아먹는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상업적인 작품을 한다고 언론에서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상업극을 한다고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이 더 열심히 상업극을 하더군요. 20년이 지난 후 그들이 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1979년도에 공연한 '피터팬'도 기억에 남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늘을 나르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공연 중 하늘을 난 것은 이 공연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1980년 'Jesus Christ Superstar'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것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악보를 구할 수 없어서 레코드판 두장 가지고 지금 KBS악단에 있는 정성조 씨에게 채고를 부탁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내년쯤 다시 무대에 올릴 겁니다. 'Jesus Christ Superstar in Seoul'이라고 해서 완전 현대물로 다시 만들어볼 예정입니다.

* 대연출가로서 연출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드라마든 연극이든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느냐가가 중요하죠.
제가 추구하는 연출은 '재미'입니다. 제 연출론의 1장도 재미이고 종장도 재미입니다. 재미 이후에 교훈이나 유익도 부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재미라는 것은 단순히 웃기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도 포함하는 것입니다. 즉 감동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입장료 3만원을 내고 들어왔으면 6만원 어치의 재미를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연세에 바람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영상대학원이 연세에서 해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중에 하나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통해 연세의 맥과 발자취를 짚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대학교가 국학의 본산 아닙니까. 그러니 최현배 선생, 김윤경 선생, 정인보 선생, 홍이섭 선생 등 국학의 맥을 짚어야하는데 지금까지는 다큐멘터리가 한편도 없었습니다. 또한 언더우드 박사, 알렌 박사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영상대학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연세학'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며, 신입생이 들어오면 첫 학기 공통필수로 이러한 연세학을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평생 배운 도둑질이 이것이니 좋은 작품 연출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또 교수로서 후학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가까운 계획으로는 5월 창립기념일 즈음에 교내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공연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준비하고 있으며, 6월경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공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후원을 얻기 위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모셔 본격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정신과 시혼을 보여 줄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평생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고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여러분 자신만의 꿈을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vol.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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