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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총성이 그치지 않은 이라크에도 연세의 사랑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3-07-01

김동수 교수(소아과학교실)


세브란스 의료봉사단이 5월 31일부터 10일간의 이라크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지역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단장은 그동안 의료소외지역,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지진이 발생한 터키 지역 등 곳곳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김동수 교수(소아과학교실)가 맡았다.
의료봉사단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대학교 의과대학의 위상을 제고하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세워진 세브란스의 사랑도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봉사단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를 돌린다는 김동수 이라크 의료봉사단장을 만났다.


* 최근 이라크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브란스의료봉사단은 조선일보의 후원으로 이라크의 바그다드 지역으로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이라크 난민 구호활동에 있어서 유일한 의료기관 단독 진료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봉사단의 규모는
재난지역이기 때문에 외상환자나 어린이 환자, 감염성 질환이 많은 것을 예상해 정형외과 최종혁 교수, 내과 조정호 교수, 마취과 김기준 교수, 주언영 간호사, 최경득 홍보계장 그리고 소아과의 저를 포함해 6명으로 구성했습니다.

* 이번 봉사단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번에 다녀온 봉사단은 선발대의 성격을 띄고 있었습니다. 현지의 의료상황을 살펴보고 차후 어떻게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 이라크에 대한 첫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국내에서는 매스컴을 통해만 이라크전쟁을 접했기 때문에 부러지고 다친 환자들이 줄줄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바그다드에 도착해 보니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행정부처나 대통령궁 등 관공서는 부서져 있었으나 주거지역이나 민간 시설의 피해는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총상 등 전쟁 피해로 인해 다친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잔뜩 가져간 석고붕대는 한 번 써보지도 못했습니다. 매스컴이 너무 한 부분만을 포커스를 맞춰서 확대보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전쟁지역 같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전쟁으로 인한 환자는 없었지만 전쟁의 위협과 공포는 매우 컸습니다. 아직도 시가지에 탱크가 다니고 군인들은 총을 메고 다닙니다. 또 밤이 되면 산발적인 전투가 있었는지 총성이 들려옵니다.
작년 아프간에 다녀왔을 때보다 휠씬 더 많은 전쟁 공포를 느끼며 생활했습니다.
또 소위 알리바바라고 부르는 절도단이 기승을 부려서 위험을 느꼈습니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들어간 경기도 팀이 알리바바를 만나 방역장비 모조리를 도난 당했고, 우리바로 뒤에 이라크로 들어온 일본기자단도 방송장비를 털렸습니다.
계속 죽음과 전쟁에 대한 공포감에 눌려 있다가, 요르단으로 나와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야 비로소 편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현지의 주민들은 전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었습니까
현지 주민들은 전쟁 공포를 별로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가 지면 밖으로 나와 공을 차고 뛰어 놀더군요. 바벨론 제국의 후예들이라 그런지 전쟁의 상황에서도 매우 당당하고 자신 있어 보였습니다. 그들이 가진 역사적 유산에 대한 자존심과 풍부한 자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난과 전쟁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던 아프가니스탄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진료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바그다드 최고의 의료수준을 갖춘 메디컬 시티, 중간수준의 병원인 알리살라 병원, 가장 낙후된 지역인 사드르시티를 다녀왔습니다.
바그다드 메디컬시티에서는 관리총원장으로부터 이라크의료계 현황과 의료지원활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메디컬시티에는 최신의 의료장비와 의약품들도 있었습니다. 박사과정까지 모든 교육과정이 무상이기 때문인지 의사도 많았습니다. 그에 비하여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알리살라 병원에는 설사환자가 많았습니다. 수질관리가 안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환경, 위생, 보건 부분이 취약했습니.
알 사드르시티(구 사담시티)는 후세인이 말살정책을 펴온 곳입니다. 심지어는 50만명이 학살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낙후되고 황폐화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도시 전체가 쓰레기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위생, 보건, 환경, 의료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낙후되어 있습니다. 알 사드르시티에서 진료를 했을 때는 1시간여만에 150여명의 진료를 해야할 정도로 너무 많은 환자들이 몰려 진료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메디컬시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최신 약품들이 있었지만, 빈민지역인 이 지역에는 50∼60년대에서 쓰였던 에티르 마취제가 계속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영아연축으로 인해 경기를 심하게 하는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전쟁 피해를 입은 환자들 위주로 의약품을 준비해 갔기 때문에 이 아이에게 줄 약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또 한 아기는 3일 동안 설사를해 탈수상태였습니다. 축 늘어져있던 아기에게 링거를 맞추고 나니 1시간만에 눈이 초롱초롱 살아났습니다.

* 이라크 바그다드 지역 의료상황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의사들의 의학지식이 부족한 것과, 낙후 지역의 보건, 위생 등 기본적인 환경이 너무도 열악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 10년간 사회의 모든 면에 정체되어 있었고, 인터넷이나 위성방송수신이 자유롭지 못해서 의사들이 최신의 의학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장비나 약품은 최신의 우수한 것들이 있더라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아버지는 저체중 쌍둥이 어린이를 데려와 성장호르몬을 달라고 했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잘 먹이는 것이 우선인데도 말입니다. 또, CT, MRI 등 최첨단 장비로 검사를 해 많은 자료를 가지고는 있으나, 정작 필요한 검사는 받지 못해 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치료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 앞으로 어떤 지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의사들이 가서 진료를 한다거나, 약품 등의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간 전쟁에 대비해 약품을 비축해 두었고, 미국, 적십자, 유럽 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약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한 목사님이 '유럽 전체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약품이 이라크에 있다고 했다'고 농담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추가 봉사단 파견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보다는 의료진의 교육, 주민들에 대한 보건, 위생교육을 지원해 환경을 향상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못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만큼 발전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이러한 일들이 눈에 띄는 일들은 아니지만 이라크를 진정으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의사들을 한국에 데려와 단기연수 등을 통해 원하는 분야의 정보와 기술을 전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후배 의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의사는 직업이 아닙니다. 의사는 사명입니다.
의사를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의료행위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보따리를 싸서 다른 것을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의사가 죽을 사람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생명을 죽고 살리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의사가 사람을 죽일 수는 있습니다. 약을 잘못 처방한다든지 아차하는 실수로 인해 환자는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지치고 ,어렵고, 내가 무너지고, 내 것을 주더라도 나의 의료행위와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야합니다. 언제나 낮아지고 겸손한 자세로 환자를 돌보라고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vol.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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