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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훈민정음부터 컴퓨터 한글 코드까지 한글 550여년을 모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3-06-15

디지털한글박물관 개관을 앞둔 홍윤표 교수
 

 

 

 

 

 

 

 

최근 이백(李白)의 시집을 한글로 번역, 풀이한 언해(諺解)본이 언론에 처음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있다. 이 이백시 언해본의 소장자가 바로 홍윤표 교수(국어국문학전공)다. 홍 교수는 한글박물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70년대부터 한글자료를 수집해 현재는 이백시 언해본, 춘향가 창본을 비롯한 수많은 조선후기 한글자료와 한글이 사용된 생활사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문화관광부의 국어정보화 사업인 '21세기 세종계획'을 주도해 '디지털한글박물관'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1년 6개월 전 연세로 둥지를 옮겨 한글자료의 종합적 정리와 국어정보화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홍윤표 교수를 찾았다.

 


주요 연구 분야와 성과에 대해 궁금합니다

국어학계의 대표적인 업적인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 유창돈 선생의 「이조어사전」, 「연세한국어사전」은 종합적인 연구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연구에 감명을 받고 분석적 연구보다는 종합적 연구 위주의 작업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어정보화 사업의 하나인 디지털한글박물관 구축, 「17세기 국어사전」이라는 쓰기별 사전 편찬, 한자에 대한 자석사전 발간 준비 등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국어기본법 제정, 북한 국어학자들과의 학술교류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한글박물관 구축 사업은 무엇입니까

문화관광부에서 지원을 받아 국어정보화 기반 구축의 일환으로 디지털한글박물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한글박물관을 세우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각종 한글자료를 총정리하고 디지털화해서 온라인상에 전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한글 자료들을 모두 촬영해 디지털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월인석보 1, 2권 초간본, 장수경언해, 능엄경언해활자본 등 보물급의 자료들을 포함한 15세기 문헌들이 많습니다.
디지털한글박물관 오는 10월 9일에 개관을 할 것입니다. 온라인 상에서 한글자료를 모두 볼 수 있게 됩니다.
 

국어기본법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헌법에 우리나라의 국어가 한국어라는 사항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긴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국어에 관한 법률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저는 최근 국어 발전을 위한 기본법인 국어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어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주요내용으로는 국어상담소 마련, 외국에 국어를 보급시키기 위한 국제국어진흥원 설치, 국어진흥기금 설치, 그리고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국어책임관을 둘 것 등이 있습니다.
 

북한 학자들과의 교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저는 현재 국제고려학회 서울지회장, 한국어학회장, 국어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학회 중에서 국제고려학회는 남북관계를 주로 다루는 학회입니다. 94년부터 작년까지 북한 국어학자들과 활발한 교류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언어통일의 문제, 컴퓨터에서의 한글 코드 문제 등 한글 정보화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연구소 문영호 소장과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0여년간 북한 국어학자들과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자료들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언어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남북한간 언어차이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남북한의 언어 이질성 극복, 동일성 회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차이점만을 나열함으로써 이질성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일반에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가 현격한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얼음보숭이'는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단어입니다. 그들도 '얼음보숭이'라는 단어보다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에 익숙합니다. 조선말대사전에 순화단어로 수록되어 있을 뿐입니다. 외래어 사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심한 편이지만 일반적인 단어들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최근 이백시 언해본이 언론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국어학적 가치는

그동안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문을 어떻게 한글로 번역했을까 그 과정에 대해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다만 추정만 해왔던 구체적인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자료 중에는 이백시 언해본과 함께 언해의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있는 책도 있습니다. 이 두권의 자료를 한꺼번에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명확하게 과정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학적 측면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학문에서 접근해야할 부문에 대해서는 그 분야의 학자들에게 자료를 제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문서 등의 자료들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외국에 나가 보니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등 유명한 박물관들의 초입에는 모두 문자관이 있었습니다. 문자는 문화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고 문화를 전달하는 기초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한글박물관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70년대 중반부터 골동품상을 통해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자료가 몇 점 정도 있습니까

몇 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현재는 25평여의 공간이 자료들로 꽉 들어차 더 이상 들여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소장한 자료들은 대부분 한글 관련 자료입니다. 조선후기와 근대의 책이나 문서도 있고, 한글이 쓰인 기와, 대에 한글이 쓰인 화살 등 생활사 자료들도 많습니다. 소장 자료 중 일부를 국립민속박물관, 부산박물관 등에서 전시하기도 했고, 자료를 촬영한 사진과 설명을 디지털한글박물관에 전시해 일반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공개된 귀중한 자료들도 있습니까

우리선조가 남긴 문화재는 발견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대부분은 이미 공개를 해 관련분야의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전문학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제공한 조선후기 춘향가 창본(唱本)은 문학분야의 학자들에게는 매우 귀한 자료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제공한 자료를 이용해 논문을 쓴 학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또한, 「연세한국어사전」을 만들 때 1940년부터 1960년까지의 자료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책들을 가져와 언어정보개발연구원에서 데이터로 입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정청에서 발행한 국어교과서, 조선학회에서 만든 국어 학습참고서 등 30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젊은이들이 인문학 연구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후학들에게 한마디

남이 안 할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남이 고속도로로 간다고 해서 따라서 같이 가면 아무리 넓은 도로라도 꽉 막힙니다. 오히려 남이 안가는 샛길로 가면 흥미롭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남이 택하지 않은 작은 길도 가치가 있고 즐거운 것입니다. 물론 몇 사람 같이 가면 더 좋겠지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인문학을 연구하면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가치만이 우선시 되는 것 같지만 인생의 가치가 경제적인 것만으로 완성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보람으로 채워진다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어렵다는 길만을 택해서 걸어 왔더니 보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백시 언해본

 

vol.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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