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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세계 최초로 새로운 아미노산 촉매단 발견한 김유삼 교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2-07-02

김유삼 교수 연구팀에서 포항공대 오병하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해온 말론 아미다아제E2 연구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아미노산 촉매단'이 세계 학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아미노산 촉매단'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물학 저널인 「엠보」에서 이를 주목해 6월호에 싣기도 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이와 같은 발견을 해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연세소식』에서 6월 17일 김유삼 교수를 찾았다.

  자연과학 활성화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부터 관심 갖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번 발견으로 크게 주목받고 계십니다. 소감이라면?

오랫동안 매달려온 연구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게 되어 기쁩니다. 언론에는 저와 오병하 교수의 이름이 부각됐지만, 이번 연구과정에는 저희 제자들의 몫도 아주 컸습니다. 신세정, 이태희, 하남철, 구현민, 김소연, 이흥수,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새롭게 발견한 '아미노산 촉매단'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발견한 것은 '브레디라이조비움 자포니컴'이라는 콩과류 공생 미생물에서 분리한 아미다아제(동물의 조직이나 미생물에 존재하는 촉매효소)의 하나인 말론아미다아제E2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아미노산 촉매단'(serine-serine-aspartic acid)입니다. 이것은 사실 박테리아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존재하면서도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죠.
보통의 아미노산 촉매단은 생체 내 단백질의 화학반응이 빨리 일어나도록 돕는 효소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위치해서 반응물의 화학결합이 끊어지거나 연결되면서 새로운 생성물로 전환되도록 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 때문에 단백질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데 꼭 필요한 아미노산들은 지금까지의 진화과정 속에서도 바뀌지 않고 절대적으로 보존돼 왔죠.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 말론아미데이즈E2라는 미생물 효소단백질의 활성부위에서 저희가 발견한 '아미노산 촉매단'이 작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촉매단은 여러 효소단백질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면서 촉매부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들 가운데에는 독성물질 분해작용을 하는 효소도 있고, 이미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것들도 있어요.

이 쪽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라면?

제가 연세에 교수로 부임한 게 1978년입니다. 저는 그때 막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차였는데, 우리대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개의 연구기관들의 연구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죠. 한편으론 미국에서 지도교수님과 함께 수행하던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저만의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해내고 싶은 욕심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면서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연구분야를 찾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말로네이드 대사' 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꾸준히 파고들었던 셈인데, 덕분에 주목받을만한 연구결과도 많이 낼 수 있었습니다. 1985년에 새 효소인 '말론 아미다아제'를 발견해 연세학술상을 받기도 했고, 90년대 들어서는 '말론 아미다아제' 발견과 같은 선상에서 '말론 아미다아제E2'를 발표해서 한국과학상을 받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저의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 옳았던 것 같고, '큰 나무 밑에서는 결코 다른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제자들에게 저와 다른, 새로운 연구분야를 찾아나가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그들만의 몫이 있다는 생각이죠.

70년대에는 아직 생화학이 낯선 학문이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생화학을 공부하게 되셨습니까?

거슬러보면 무엇보다 고등학교 시절 화학 선생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당진에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 선생님이 정말 훌륭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화학과 친하게 만든 셈이죠. 나중에 우리대학교에 입학해서 화학을 공부할 때는 아주 푹 빠져서 2학년 때 벌써 교수님들을 도와가며 공부하게 됐죠. 우리대하교 대학원에서는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나중에 미국(텍사스주립대-알링턴)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생화학 공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았던 워싱턴주립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생화학 연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영향이 크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즈음 어린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도 있는데요?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가끔은 우리나라 자연과학 교육의 문제점을 느끼곤 합니다. 요즘에는 교차지원을 허용해서 문과 출신 학생들이 이과대학에 입학하는 것 같은데요, 해당 전공의 기초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이 교육 현장에선 상당히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문과, 이과 학생과 졸업생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폭넓은 교류를 벌여 균형적인 사고와 학문 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정말 자연과학 발전을 이끌 재원들을 제대로 키워내려면 좀 더 어릴 때부터 심도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선 저도 익히 들은 바 있습니다만,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공계 학문을 공부한 사람에 대해 합당한 대우가 이뤄지는 게 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고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수험생들이 무조건 자연과학을 피하지만 않겠죠. 어린 학생들에게 모델이 될만한 자연과학자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 사회에서 자연과학 분야 종사자들을 제대로 대접해 줘야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지금까지 해오던 '말론 아미다아제' 관련 연구를 일단락 짓고, 현재 제가 새로 몸담게 된 BK21 사업단 연구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총 9년 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교수 인력만 해도 17명이 참여하고 연간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 6년 남았는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 출생 : 1943년 6월 충남 당진
  • 학력 : 65년 연세대 화학과 / 71년 연세대 화학공학 석사 / 75 미국 텍사스대 화학공학 석사 / 78 미국 워싱턴주립대 생화학 박사
  • 경력 : 78년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부임 / 82∼83년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원 / 현재 한국생화학회 회장 / 연세대 단백질네트워크연구센터 소장 / 한국바이오벤처협회 감사
  • 상훈 : 86년 연세대 학술상 / 96 한국과학상(생명과학부문)

 

vol.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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