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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글쓰기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할 바 제시하는 송복 교수를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2-06-17

  '문·사·철'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인재 키워내야 대학 발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올 여름에 정년퇴임을 맞게 되셨는데, 소감은 어떠십니까?

정년퇴임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건 없습니다. 퇴임 후에도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글쓰기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고, 이것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것이 학자가 할 몫이기 때문이죠. 한편으론 정년퇴임을 기준으로 제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가름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돼 반가운 마음도 있어요.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내놓고 계십니다. 글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랄까 소신이라면 무엇입니까?

불구종 불구묵(不苟從 不苟默). 구차스럽게 따르지도 않고, 구차스럽게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 글을 쓸 때의 제 마음입니다. 제가 평생 몸바쳐온 사회과학은 현실을 탐구해서 일정한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일입니다. 공부하면서 얻어낸 바를 강단에만 묶어두는 수도 있지만, 저는 사회과학자로서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고 대중을 향해 지표를 제시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까닭이죠. 그래서 심지어 저는 대학 안에서 보직을 맡는 것도 줄곧 사양해왔습니다.
글쓰기에 따르는 또 다른 원칙이라면, 절대 사실에 엄정하자는 겁니다. 일말의 왜곡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저는 컴퓨터 자판기 대신 원고지에 만년필로 쓰는 글쓰기를 강조해요. 학생들에게도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쓴 리포트를 내도록 했습니다.

퇴임 후에 주력하실 분야라면?

그동안 수행해온 국학 연구 작업의 성과물을 내보자는 희망이 큽니다. 이미 제1권으로 내놓은 「동양적 가치란 무엇인가」를 5부작으로 구상하고, 그 나머지 작업을 한 5년에 걸쳐 수행할 예정입니다. 워낙 연세는 국학 연구의 요람으로서 자리해왔고, 저 자신이 국학연구원장을 맡아 일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직 우리의 국학 연구가 가야할 길이 멉니다. 특별히 선조들의 삶의 밑바탕이 되었던 사상이라든가 가치의 개념 설명조차 부진한 형편인데, 이를테면 인(仁), 덕(德) 같은 개념들을 그저 우리말로 번역해놓는 단계에서 벗어나 그것들을 현대 지식체계에 맞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선 '인문학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학문간 불균형을 걱정하는 소리도 있습니다.

과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무려 15년 전부터 기부금입학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기부금을 받고 몇 명의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대신 그 돈으로 '수학·물리·화학·생물'의 기초과학이나 '문·사·철'의 인문학에서 높은 단계까지 오를 수 있는 영재들을 육성한다면 오늘날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고사를 운운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요즘 우리대학교에서 얘기하고 있는 기여입학제로는 부족합니다. 재능 있는 소수의 인재를 기초학문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키워내야만 대학에서 수입학문이 아닌 진정 토착화된 우리 학문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초학문을 포기하고서는 결코 사회과학이나 의학·공학 같은 응용학문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30년 가까이 연세에서 후학들을 길러내셨습니다. 보람이라면?

흔히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만, 저야말로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해온 것 같고, 그것이 제 교수 생활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크나큰 축복이랄 수 있는데, 좋은 후배와 제자들을 많이 만났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최근에 동료 교수님들과 「북한산 솔바람」을 펴내셨는데요?

남기심, 이상섭, 전병재, 정현종 선생 등 문과대학의 여러 분들과 한 10년 전부터 등산을 함께 해왔어요. 북한산뿐만 아니라 설악산, 계룡산, 축령산, 참 많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북한산만큼 특별하게 생각되는 곳도 없습니다. 저는 일년에 적어도 60번은 북한산을 오르내리곤 하는데요, 다른 분들도 이 북한산을 귀하고 각별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등반할 때마다 산행기를 남겼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 '북한산 솔바람'이란 제목의 책으로 내게 됐죠.
산에 오르는 것말고도 저는 틈틈이 서예에 시간을 내고 있어요. 늘 당시(唐詩) 삼사백 수를 외우고 있는데, 이렇게 시를 완전히 외우고 있어야만 서예를 온전히 즐길 수 있죠. 한 번은 제가 쓴 것들을 모아 '당시서예전'의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아내와 함께 '부부서예전'도 열었던 적도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공부하십시오. 글을 쓸 때에는 뼈를 깎고 피를 토하며 쓰십시오. 옛날 어른들은 성(誠)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우리가 공부할 때 온 정성을 다해 성실하게 임하지 않으면 결국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교수든 학생이든 요령껏, 재주껏 할 생각하지 말고, 오직 마음을 다하길 바랍니다.



  • 출생 1937년 6월 경남 김해
  • 학력 56∼60년 서울대 정치학과 / 68∼70년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 / 71∼73년 미국 하와이대 사회학과 석사 / 77∼80년 서울대 정치사회학 박사
  • 경력 75년 연세대 교수 부임 / 83∼84년 미국 아이오와대 객원교수 / 92∼93년 미국 워싱턴대 객원교수 / 96∼98년 국학연구원장 / 현재 사회발전연구소장
  • 저서 「동양적 가치란 무엇인가」(생각의 나무) 「열린사회와 보수」(명경사) 「한국사회의 갈등구조」(경문사) 「조직과 권력」(나남)

 

vol.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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