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를 펴낸바 있는 김용섭 교수(사학과)는 25년만에 증보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70년과 71년에 두 권으로 출간된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는 김용섭 교수의 40여년에 걸친 일련의 한국농업사연구를 집대성한 것으로 해방후 한국사회경제사 분야가 거둔 최대의 성과로 평가받는 명저이다. 이번에 나온 증보판은 초간본의 논문 중 <양안의 연구>를 새로운 자료에 의해 완전히 교체하는 한편 4편의 새로운 논문을 추가하는 등 조선후기 농촌경제와 사회변동을 다룬 11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조선후기 농업사 연구>가 갖는 학문적 의미는 일제가 우리나라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논리로 개발해 식민사관의 중추를 이룬 '조선의 근대화는 개화를 계기로 외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이른바 「정체성이론」이나「타율성이론」을 구체적으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정면으로 극복한 데 있다. 김용섭 교수는 양안(토지대장)이나 호적대장의 분석을 통해 17~19세기 조선 중세사회의 토지소유관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농민층이 어떻게 분화되어 갔는가, 이 시기의 중세적인 지주 전호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를 이번 증보판에서 고찰하고 있다. 김용섭 교수는 이런 구체적인 분석, 실증을 통해 '사관이나 입장의 차이'로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식민사관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1975년 서울대에서 우리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후학들을 가르치는 김용섭 교수는 이번 증보판을 1권으로 하여 전 저술을 담은 <김용섭 저작집>(10권)을 차례로 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