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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현대한국학연구소에 희귀본 기증한 이정식 용재석좌교수를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01-06-16

  국학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근 현대한국학연구소에 근대 한국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희귀본 79종을 기증하셨는데요. 어떤 책들인가요?

서양사람들이 조선왕국을 발견한 직후에 발간한 고전적인 서적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1840년에 출판된 Basil Hall선장의 「Narrative of a Voyage to Java, China, and the Great Loo-Choo Island」는 1816년에 황해도, 충청도의 해변을 관찰하고 가서 쓴 책인데, 흔히 볼 수 없는 책이지요. 1874년에 발간된 달레이(Charles Dallet)의 「한국교회사」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천주교 선교사들의 보고서들을 근거로 해서 쓴 책인데, 지금은 한국에 관한 고전중의 고전입니다. 한국의 지리, 역사, 풍습, 종교 등이 모두 서술돼 있지요. 이번에 기증한 79권 중 1800년대에 출판된 책들이 15권이고, 20세기에 들어와서 1910년 전에 출판된 책이 14권인데, 모두 가치가 높습니다. 어쩌면 한국연구가 아주 활발하게 전개된 오늘의 처지에서 이 책들의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발간된 책들이 대부분인데, 그 당시 서양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당시의 서양사람들이 쓴 글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그들의 시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과 다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고 했으니까요.

이 책들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기증한 책들은 약 30년 전에 올리버 교수(Robert T. Oliver)라는 분이 주셨던 것들입니다. 그분은 미국에서 연설학 교수였고, 연설학회 회장도 하셨는데, 1941년경 이승만 박사를 알게 된 후 수십 년 동안 이박사의 친구로서, 독립운동의 조력자로서, 그리고 건국 후에는 대통령의 고문관으로서 많은 공로를 세운 분입니다. 그분은 이승만의 전기도 쓰셨지만 이승만과 그의 외무장관들, 그리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활약한 많은 한국외교관들의 연설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제가 올리버 교수를 알게 된 것은 60년대 후반입니다. 저는 63년에 한국민족운동사를 영문으로 발간했었는데, 그 책의 후속으로 해방후의 정치사를 연구하기로 했었지요. 그래서 당시의 주인공의 한사람이었던 이승만의 기록을 보고 싶어서 올리버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그분께서 이승만에 관한 문헌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 분은 제가 쓴 책을 읽어보았다고 하시면서 제가 독립운동시기의 이승만에 대해서 비판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묘사했다고 칭찬을 해 주시고, 만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분을 찾아가게 됐고, 몇 년 후에 그분은 가지고 계시던 이승만 관계의 모든 서류를 저에게 주셨어요. 수십 년간 이승만과 왕래했던 편지들도 주셨는데 큰 상자로 10여 개 되었지요. 그러면서 수십 년간 수집해 오셨던 한국관계 책자들도 이양해 주셨는데, 그것이 제가 이번에 기증한 책들입니다.

이런 귀중한 자료들을 연세대에 기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제가 소장하고 있는 장서 가운데 올리버 교수의 장서는 별도로 분리해서 그분을 기념해야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들에 관한 일화가 한가지 있는데, 사실 올리버 교수는 몇 해 전 미국 내 어떤 대학에 기증하겠다며 그 책들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미국에선 이 책들이 희귀하기는 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책들은 한국에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어쨌든 돌아가시기 얼마 전 그 분에게 국내대학에 「올리버 문고」(Robert T. Oliver Collection on Korean History and Culture)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연세대의 현대한국학연구소는 오랫동안 이승만 관련 문서들을 수집, 정리해 왔고, 또 연구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승만의 벗이었던 올리버 교수의 장서는 연세대가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께선 지금까지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해오셨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난달에 연세대 출판부에서 저의 영문서적 「Syngman Rhee: The Prison Years of a Young Radical」(「한성감옥 시절의 이승만」)을 출판해 주셨어요. 이승만이 한성감옥에 수감됐을 당시 그가 기독교인이 된 과정, 그의 옥중전도, 한성감옥의 상황 등에 관한 책인데, 그러니 제가 이승만 전문가라고 알려지게 되었지요. 사실 저는 [한국의 공산주의](Communism in Korea) 라는 책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후 해방후의 정치과정에 대해서도 논문을 꽤 많이 발표했지요. 이제 그 제목에 대한 책을 끝낼 단계가 되기도 했지만요. 제 전공은 현대정치입니다. 그 맥락에서 한일관계나 만주에서의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책도 썼고, 남북관계에 대한 연구도 했습니다. 서재필, 김규식의 전기도 썼지요. 지금까지 오랫동안 자료수집과 정리를 해 왔고, 경험도 쌓았으니 이제부터 책을 좀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70세가 되었으니 시작할 때가 되었지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는 한 학기동안 내내 알렌관에 머물렀기 때문에 약동하고 있는 연세대학교의 모습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항상 흐뭇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40여 년간 한국현대사연구에 몰두해 온 저로서는 연세대학교에서 국학진흥을 특성화분야로 삼고 활발하게 연구하고 계신 것을 너무나 기쁘게 생각하며, 정인보, 최현배 등 빛나는 전통 위에 더욱 큰 업적이 쌓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연세대에 머무르는 동안 저는 학문적인 연구 외에도 해외 대학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온정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학의 세계화, 다변화 그리고 전문연구인력 양성에 미력이나마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출생 : 1931년 7월 평남 안주
  • 학력 : 56년 미국 UCLA 정치학사 / 61년 미국 UC Berkeley 정치학박사
  • 경력 : 63∼98년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교수 / 70년 미국 사회과학연구협의회 및 인문학회협의회 한국학 연구공동위원회 위원장 / 80년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외교연구소장 겸 국제학과장 / 현재 펜실바니아대학 명예교수
  • 상훈 : 74년 미국정치학회 Woodrow Wilson Foundation Award / 90년 위암 장지연 학술상
  • 저서 : 「Syngman Rhee: The Prison Years of a Young Radical」(2001), 「혁명가들의 항일회상 : 김성숙, 장건상, 정화암, 이강훈의 독립투쟁」(1988) 등 다수
  • 전자우편 : cslee@sas.upen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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