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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15년에 걸쳐 「조직신학」체계 완성한 김균진 교수를 찾아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1999-09-16

  대학 본연의 사명인 연구와 교육에 충실할 때만이 발전 기대할 수 있어

오랜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들여 집필해오신 「조직신학」 전집 완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글쎄요, 우리 나라 개신교 역사상 처음으로 조직신학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신학 저술은 신학의 여러 분야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이면서, 또한 새로운 시대에 기독교가 지향해야할 바를 제시해야 하는 것인데, 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는지 걱정스럽기도 하군요.

「조직신학」 저술의 동기가 있다면?

우선 120년의 역사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 나라 개신교에, 그러한 외적 성장에 부응하는 내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일입니다. 직접적으로는 제가 연세에 교수로 부임한 1977년 봄, 당시 대학교회에 계시던 박정세 교수님이 교직원 식당에서 제게 던진 한마디가 결정적 동기입니다. "교수님, 여기 연세대에서 신학을 6년이나 공부했지만, 아직도 조직신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아주 겸허한 말씀이었죠. 저로서는 최소한 저의 제자들만큼은 조직신학을 제대로 알도록 하자는 각오가 생겼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조직신학」은 꽤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됐기 때문에, 각 권을 집필할 적에 선생님이 갖고 계신 생각도 그때마다 나름대로 변화가 있었을 테고, 한편으로는 끝내 변하지 않았던 중심사상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그렇죠. 실제적으로는 79년부터 집필작업을 시작해 84년에 제1권을 냈으니까, 그동안 신학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구체적으로는 민중 혹은 해방신학, 환경생태학, 여성신학 등의 흐름에 저의 조직신학 집필이 영향을 받았죠. 그러나 무엇보다 창조론에 큰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창조론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이 세계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조직신학의 중심사상이랄 수 있겠죠.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분야가 워낙 방대해 섣불리 얘기를 꺼내기 두렵기도 합니다만,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된 제5권 「종말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논의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종말을 부정적인 어떤 것으로만 이해하고, 이 때문에 현실의 삶을 포기하는 극단상황까지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장 고린도전서, 에베소서, 골로새서를 보자면 종말은 단지 파괴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세워지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이러한 희망의 신학을 통해서 우리는 이 세상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변화하려는 의지를 부여받고, 마침내 창조세계의 구원의 역사를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스승이신 몰트만 박사님을 비롯해 현재 세계의 신학자들이 종말에 대해 취하는 입장은 이와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일을 계획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조직신학 집필은 어떤 면에서 서구의 사상을 체계화하는 작업이었던 것도 같아요. 그런 생각에서 이제부터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세계와 생활문화를 기독교 안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까 합니다. 이를테면 다도(茶道)나 동학에는 기독교와 맥락을 같이 하는 평등과 화해의 사상이 깃들여 있거든요. 우리에게 어울리는 신학과 신앙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좀 사적인 얘기입니다만, 경남 통영이 고향이시죠. 선생님의 경상도 사투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하던데요?

통영은 박경리, 유치환 선생을 비롯한 훌륭한 문인들을 배출한 곳이죠. 요즘에는 도시화하는 바람에 볼품이 없게 됐지만 예전에는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음, 사투리를 쓰는 것 때문에 처음 강단에 섰을 때는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낸 적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라도?

당연한 얘기지만, 대학의 사명은 연구와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물론 봉사의 미덕이 필요하긴 하지만,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봉사라면 껍데기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대학은 교수들로 하여금 연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고, 교수들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본분을 다할 때 대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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