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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시몬느 박은관 회장(독문 75학번)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5-05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세계 최초’를 만들어가다

시몬느 박은관 회장(독문 75학번)

 

 

세계 1위 기업은 달랐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시몬느 본사 사옥은 마치 미술관을 연상케 했다. 연못과 나무로 어우러진 외관과 갖가지 그림과 조각으로 꾸며진 내부 공간까지 낭만과 예술이 숨 쉬는 시몬느 본사에서 박은관 회장(독문 75학번)을 만났다.

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DKNY 등 세계 유명 브랜드 핸드백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시몬느는 세계 1위 명품 핸드백 제조회사다. 올해에만 공장도가격 1조 원(소비자가격 6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의 10%, 거래처가 집중된 미국 시장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란다. 올가을부터는 자체 핸드백 브랜드 ‘0914’를 개발해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1987년 박은관 회장이 시몬느를 설립한 지 28년 만의 성과다.

 

‘최초’를 만드는 회사

시몬느는 ‘처음’, ‘선구자’라는 단어와 가장 잘 부합하는 회사다. 패션분야에 대한 산업적 시각이 미약하던 1980년대,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명품 핸드백 디자이너 컬렉션은 찾아볼 수 없었다. 1988년 당시 시몬느가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디자이너 컬렉션을 아시아 최초로 시작했고,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등 명품 브랜드 핸드백의 시작에도 시몬느가 자리하고 있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역시 박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15세기 이래 핸드백의 역사를 아카데믹하게 정리해 놓은 이 박물관은 세계 최초로 건립된 핸드백 박물관이다. 패션과 명품의 역사가 오랜 유럽과 미국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핸드백 박물관이 한국에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불황이든 호황이든 시간이 지나도 핸드백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지속된다”며 “핸드백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창립 25주년을 맞아 핸드백사(史)를 정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박 회장은 우리 대학교 언어정보원(원장 서상규)과 함께 '핸드백 용어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어와 영어가 난립하는 패션 용어에 문제의식을 느낀 뒤 한국어로 된 패션산업 관련 용어를 완성하겠다는 책임감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우리말은 물론 영어·인도네시아어·베트남어·중국어 등으로 번역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2017년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시절, 머리보다 가슴을 채웠죠”

자신을 ‘로맨티스트’라 회상하는 박 회장은 오늘날의 자신이 있기까지 인문학을 공부하며 자유롭게 향유했던 대학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독어독문학을 공부하며 학업은 물론 여행, 체육대회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상상력과 감성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고.

“패션업은 생산성이나 합리성보다는 감수성과 창조성이 더 중요한 분야입니다.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학생에게 내 경험을 보편화할 수는 없지만 패션분야나 창업에 생각이 있는 학생이라면 단순한 취업공부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깊이 파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몬느의 오너로서 박 회장은 지금까지도 독서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기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 등 학교에 크게 기여

박 회장은 모교의 발전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백양로 재창조 사업과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사업, 연세삼성학술정보관 건립, 미디어아트연구소 지원기금 등에 수억 원을 기부했다. 독문학과 학생들의 해외연수 후원금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를 후원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인문학을 양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은 올해 초에 ‘조선말 사전’을 우리 대학교에 기증했다. 북한에서 만든 최초의 국어대사전으로 희귀본인데, 시몬느 홍콩지사장이 중국 북경출판사에 근무할 때, 박봉 몇 달치를 털어 장만한 것이라고 한다. 홍콩지사장은 중국 국적의 한국인이었는데, 은퇴하고 캐나다로 이민 가기 전에 박 회장에게 선물했고, 박 회장은 이 사전을 우리 학교에 기증했다.

 

제조회사를 넘어 고유 브랜드로 뻗어나가다

시몬느는 단순한 핸드백 제조회사(OEM)가 아닌 ODM(제조업자개발생산)회사로서 생산뿐 아니라 개발까지 모두 담당한다. 개발분야에서도 시몬느가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어와 동등한 위치에서 콘셉트, 스타일, 디자인, 소재, 패턴 등을 의논하여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완제품 유통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실제로 시몬느는 의왕시의 본사를 비롯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 7개의 생산 공장, 이탈리아 소재 트렌드 소싱 지사, 홍콩에 물류담당 지사, 뉴욕에 마케팅 지사를 두고 있다.

이제 박 회장은 지난 28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고유의 명품 핸드백 브랜드 ‘0914’ 론칭을 앞두고 있다. 명품 핸드백은 유럽, 미국에서만 나온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한국에서도 세계적 명품 핸드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박은관 회장.

“단순한 스타마케팅 등으로 이슈몰이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장성, 개발력, 창의성 등 회사의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박 회장과 시몬느의 행보가 기대된다.

 

vol.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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