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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촌캠퍼스 소식]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 유종호 전 석좌교수 강연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5-01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 유종호 전 석좌교수 강연

- 문학, 역사, 그리고 상상력

 

“균형 있는 관점을 위해선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4월 15일,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 여섯 번째 강연이 있었다.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전 연세대 석좌교수)이 강연자로 나섰다. 유 회장은 1996년 2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에서 퇴임한 후 같은 해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우리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냈다. 2013년엔 문화융성위원회 인문정신문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제 36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문학 분야에 업적을 많이 남겼는데, 1962년부터 각종 비평, 번역, 작품 활동을 하였다. 특히 『나의 해방 전후』 『그 겨울 그리고 가을-나의 1951년』에 각각 1945년 해방 전후 시기, 6·25 전쟁 시기에 직접 겪은 체험을 가감없이 재현함으로써 시대의 실제 모습을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알리려 노력했다. 

유 회장은 이러한 저술활동을 통해 한국의 ‘편향적 시각’에 대해서 우려하는 한편, ‘균형 잡힌 관점과 역사적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강연도 특히 역사에 대한 균형 있는 관점에 대한 주제로 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만으로 80이 되었다.”며 강연을 시작한 그는 “바로 위 선배들이 60세를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렇게 장수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잘 살게 된 것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역사책을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만 가득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치욕의 역사’만 보면서 우리의 역사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이러한 문제는 역사가 ‘정치사’를 중심으로 써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사·경제사도 함께 봄으로써 역사에 대해서 ‘균형’있는 관점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정치사를 강조함으로써 한국이 ‘삼림재조성’을 성공한 점에 대해서는 어느 역사책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유 회장은 “옛날 산에는 나무가 하나 없는 붉은 산”이었다며 “우리사회의 커다란 변화는 나무가 많아졌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50년대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환경학자가 한국은 이대로 가면 30년 안에 사막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런 낙후된 상황에서 삼림재조성에 성공하여 현재는 삼림이 잘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유 회장은 “지나가다 나무들이 가득한 것을 보면 내가 부자가 된 느낌”이라며 “이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삼림낙후국 중 삼림재조성에 성공한 나라는 한국뿐 이라고 한다. 이에 유 회장은 “외국 서적에서는 한국 사례를 보면 어디서나 삼림재조성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유 회장은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안 한 것을 했다고 하는 것, 한 것을 안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현실인 ‘생략’에 의한 거짓말이다. 이런 선택적 역사책이 과연 정당성이 있느냐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유 회장은 리영희 선생을 예로 들었다. 리영희의 자전적 에세이인 『역정』에서 그는 1951년 한국 전쟁당시 북상하던 중 북한의 울창한 삼림에 놀란 장면을 다루고 있다. 북쪽 삼림이 울창하고 남쪽 삼림은 없다는 사실은 진실이고 그로 인해 촉발된 감정도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회고는 1980년대 써진 것으로 당시는 삼림조성 측면에서 남북이 역전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영희는 ‘치산치수는 정치의 요체’라며 북한의 경우 이를 잘해 성공했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삼림재조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 회장은 “이념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관찰력이나 엄연한 사실을 호도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 사회에 사실 존중 분위기가 없음을 지적하며 “엄연한 사실도 이념에 의해 오도하고 잘못보는 것, 그리고 이 것이 쏠림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법은 사회사가 정치사를 보완하는 것이다. 정치사만 가지고는 한 시대의 역사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일반사회상이 어땠는지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유 회장은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대다수 젊은이들은 ‘가난’이라고 하면 ‘밥을 못먹는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가난이 사회에 미치는 여파를 생각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한국은 가난으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영양실조로, 나아가 실명 등 후천적인 장애로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비타민A의 부족으로 후천적으로 실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유회장은 “치산치수에 성공하고 국민대다수에게 기름진 밥을 먹게 한 위정자들의 역할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라고 봤다.

마지막으로 유 회장은 우리 내부의 편중된 쏠림 현상을 바로잡고 공정한 관점을 갖기 위해 사회사, 즉 일상생활인 다양한 인간 활동에 관한 역사가 중요하다며, ‘역사적 상상력’에 대해서 강조했다. ‘가난’이 한국의 국민과 사회에 배고픈 것 이상으로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그 연쇄효과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역사 교육은 정치적인 연대표 암기”라며 “교육이 상상력을 길러줘야 하는데, 잘 안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나간 시대를 상상하는 역사적 상상력을 길러주는 데는 문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염상섭의 『만세전』이나 이태준의 『사상의 월야』같은 책은 각각 1910년대, 1920년대 한국 사회를 파악하는 데 그 어느 역사책보다 참고할 가치가 높다”며 “빛과 그늘을 배제하지 않고 양자의 무게를 가늠하는 온전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역사를 돌아보자”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파우스트』에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삶의 황금나무일 뿐’이라는 구절이 있다. 쏠림과 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구체적 세목에 의해서 보완된다면 우리 역사 현실의 황금나무도 본연의 푸르름을 회복할 것이다. 

 

 

vol. 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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