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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구 프론티어] 김동호 교수팀, 분자의 방향성이 뒤집히는 ‘야누스’적 성질 세계 최초로 분광학 실험으로 규명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5-01


 김동호 교수팀, 분자의 방향성이 뒤집히는 ‘야누스’적 성질 

세계 최초로 분광학 실험으로 규명

40년 동안 못 푼 가설 증명

 

우리 대학교 연구진이 40년 동안 미확인 가설로 남아있던 분자 방향성의 야누스적 성질을 분광학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화학과 김동호 교수와 제1저자인 성영모 대학원생(석·박사 통합과정 6년차) 연구팀은 로듐 헥사피린(Rhodium hexaphyrins) 분자들의 삼중항상태(triplet state)에서 방향성 뒤집힘 현상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대 로마 신화에는 인간의 이중적 속성을 보이는 인물인 “야누스”가 등장한다. 야누스는 문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고대 로마인들은 문에 앞뒤가 없어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현대에는 이러한 야누스의 두 얼굴을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주제는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1955년에 나온 영화 “지킬 박사와 미스 하이드”가 대표적인데, 낮에는 여자가 되고 밤에는 남자가 되는 이중성을 표현한 재미있는 영화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인 이중성이 분자 속에도 숨어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공액 고리분자(p-conjugated cyclic molecule)의 방향성(aromaticity)은 분자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써 현대 화학에서 중요한 물성으로 확립되어 왔다. 방향성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왔는데, 1972년 콜린 베어드(Colin Baird)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이 분자의 상태에 따라서 분자의 방향성이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실험적으로는 전혀 입증이 되지 않아 40년간 확인되지 않은 가설로 남아 있었다. 이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김동호 교수팀은 새로운 분자(Rhodium hexaphyrins)를 합성하여 분광학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분자의 방향성 변화를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양자역학 계산을 통해 이 실험 결과가 베어드가 제안한 가설의 분광학적 증거라는 것을 뒷받침했다. 이 연구가 과학계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현대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물성 중 하나인 분자의 방향성이 바닥상태에서와 빛에 의해 생성된 삼중항 상태에서 역전되는 현상을 분광학 실험을 통해 최초로 규명한 연구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양자역학 계산을 통해 실험 결과를 완벽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나노, 바이오, 신소재 등과 같은 응용 연구와는 차별화되는 기초 화학 분야의 연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초 학문 분야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 판에 게재

이번 연구는 세계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IF 23.297) 온라인 판에 지난 4월 13일(영국시간) 게재됐다. 논문명은 “Reversal of Hüfckel (anti)aromaticity in the lowest triplet states of hexaphyrins and spectroscopic evidence for Baird’s rule”이다.

이 연구는 2014년에 연구진흥 목적의 공익재단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 의해 기초학문 분야의 독창적인 연구과제(삼중항 상태에서의 방향성 뒤집힘 가설의 분광학적 규명)로 선정됐고, 그에 따른 재정적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용어 설명

1. 로듐 헥사피린(Rhodium hexaphyrins) 분자 : 질소원자 1개를 포함하는 5원자 헤테로 고리화합물을 피롤(pyrrole)이라고 하는데, 피롤 6개가 고리형태로 연결된 분자를 헥사피린이라고 한다. 로듐헥사피린은 헥사피린에 로듐 금속을 배위시킨 분자이다.

2. 분자의 삼중항 상태(triplet state) : 일반적으로 짝수인 전자를 가지는 분자에서 전자전체가 갖는 스핀각운동량의 양자수의 합이 1인 상태이지만, 빛을 받아 전자 스핀이 바뀔 경우, 평행스핀을 가지고 다른 궤도에 귀속되는데 이상태를 삼중항 상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들뜬 삼중항 상태는 들뜬 일중항 상태보다 낮으며, 물질의 들뜬 상태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3. 분자의 바닥 상태 : 분자 내의 전자가 핵에서 가장 가까운 상태에 있을 때 에너지가 가장 낮으며 이러한 상태를 바닥 상태라고 한다.

4. 분자의 방향성 뒤집힘 현상 : 바닥 상태에서 분자들은 Hückel이 제안한 방향성에 관한 규칙에 의해 [4n+2]개의 파이전자수를 가지면 방향성, [4n]개의 파이전자수를 가지면 반방향성으로 규정되는데, 빛을 받아 삼중항 상태가 되면 [4n]개의 파이전자수를 가지는 분자는 방향성을 나타내고 [4n+2]개의 파이전자수를 가지면 반방향성을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방향성이 삼중항 상태에서 역전되는 현상을 방향성 뒤집힘 현상이라고 한다.

 

vol. 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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