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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의료원 소식] 6,186명이 전한 세브란스의 나눔 정신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4-16

6,186명이 전한 세브란스의 나눔 정신

 - 제중원 130주년 기념 전 직원 참여한 5만원 나눔 봉사…소외된 이웃부터 국경 넘어 전한 사랑

 

3일 오전 8시 30분. 세브란스병원 청소담당 협력업체 직원 4명과 전기설비 담당 보안팀 직원 1명이 세브란스병원 사무팀, 사무처 시설관리팀과 함께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허름한 판잣집을 찾았다.

전세 3,000만원의 30㎡ 남짓 자그마한 공간. 갈라진 벽 사이로 물이 차올라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하고 단열이 되지 않아 겨울에는 찬바람이 고스란히 방으로 들어왔다. 이 집에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이모(12)군과 할머니가 단 둘이 살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해 이군은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가 노인일자리와 파지수거를 통해 벌어온 얼마 되지 않은 돈이 세 가족 생활비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할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식당일을 시작했다. 간간히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온 할머니는 심해진 허리통증으로 그 마저 힘들게 됐다.

또래 아이들보다 왜소하고 뇌전증까지 앓고 있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군의 꿈은 과학자다. 하지만 이 집에는 이군이 제대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창고로 쓰는 쪽방과 할아버지 제사를 위해 비워 둔 방 한 칸, 할머니와 함께 하는 공간이 이 집의 전부였다.

의료원은 이군을 위해 엄마의 온기가 담긴 공부방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우선 곰팡이 슨 벽지를 뜯어내고 바닥을 드러낸 장판을 교체했다. 한기를 막아주는 단열재도 시공했다. 가재도구를 드러낸 공간을 정리해 이군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과 컴퓨터를 선물했다.

이군의 할머니는 “세브란스가 우리 아이를 도와준다”며 지나가는 동네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했다.

 

 

1인당 5만원…종잣돈이 만든 기적

의료원은 제중원 130주년을 기념해 6,186명을 대상으로 1인당 5만원씩 총 3억 93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쁨나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아픈 환자를 돌보는 제중원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고 기부와 나눔을 통해 성장한 의료원의 참모습을 실천하며 “우리 이웃을 돌아보자”며 기획한 행사였다. 프로젝트에는 의료진과 사무직원뿐만 아니라 병원 청소·보안·주차 업무를 책임지는 협력업체까지 137개 전부서가 참여했다. 의료원이 설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5만원은 나눔을 실천할 수만 있다면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는 돈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작게는 6명이 한팀을, 많게는 6개 부서가 모여 나눔 봉사에 사용했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은 “모두가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우리 기관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은 나눔을 실천하며 부족한 부분은 재능기부로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더 나눴다.

 

삼삼오오 이웃 찾아 도움 손길 전해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뜻맞는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다양한 나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세브란스병원 사무팀과 협력업체, 입원원무팀, 적정진료관리팀, 사무처 시설관리팀, 홍보팀 등은 뜻을 모아 서대문구 보건소와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찾았다. 우리가 소홀할 수 있는 힘든 이웃을 돕자는 취지였다.

방문간호사와 센터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60여 가정에 세탁기와 TV, 냉장고, 컴퓨터를 선물했다. 그 중에는 김군과 같이 도배와 장판 등 생활환경 개선 작업도 이뤄졌다.

남편과 이혼한 후 어렵게 아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는 베트남 엄만 얀의 고장난 세탁기와 냉장고가 필요하다는 소원과 부모의 이혼으로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사촌 할머니에게 맡겨진 김모(9)양의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소원도 들어있었다.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ADHD 진단을 받고 수많은 자해와 자살 시도 끝에 뮤지컬 배우가 꿈인 서모(11)양에게는 뮤지컬 티켓을 선물했다. 좁은 집에 옷을 걸어 둘 행거가 필요하다는 유모(19)군에게는 행거와 함께 전선이 다 벗겨진 전기밥솥을 바꿔줬다.

신경계 중환자실도 서대문구 신촌동과 홍제동의 차상위 계층을 방문해 방한복과 쌀 20Kg, 라면을 전달했다. 핵의학과는 인천시 쪽방촌을 찾아 연탄 300장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공터 화단 조성을 위한 잡석 제거 봉사활동을 펼쳤다. 외래 원무팀 역시 영등포 노숙자와 증산동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했다.

연세암병원 외래 간호팀은 마포구 보사노인 복지관과 고양원당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쌀과 보일러용 기름, 영양제 등을 후원했다. 외래 간호팀은 단순히 물품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 건강강좌와 체육활동 등 자원봉사활동도 진행했다.

약무팀은 서대문구 천연동 주민센터 행정복지팀의 도움을 받아 저소득층 장애우와 독거노인 60가구를 방문해 쌀 600Kg과 구급함세트를 선물했다. 101명이 참여한 영상의학과의 경우 고양시와 강화군, 용인시, 부천시 등 4개 지역의 조손가정과 저소득층, 양로원, 지적장애인 시설, 미취업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방문해 생필품과 의류,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시설보수에도 직접 나섰다.

이밖에도 간호고충관리파트를 비롯해 PA파트, 입원간호 1, 2팀과 수술간호팀, 심혈관간호팀, 연세암병원 입원간호팀, 안이비인후과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외래원무팀, 국제진료소 등이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나눔을 실천했다.

 

 

색다른 아이디어로 나눔 실천에 앞장

세브란스 간호국 입원간호 2팀은 이태원 우사단 마을을 찾아 특별한 전시회를 가졌다. 재개발 예정지로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독거노인들과 수십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도깨비시장 상인들, 이슬람사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이 공존하는 곳이다. 입원간호 2팀은 임수민 사진작가와 함께 ‘동네 사람들’을 주제로 주민들의 다양한 삶과 표정을 담아 이태원 도깨비시장 엘로퀸스 스페이스에서 10일간 사진전시회를 가졌다. 하루 30~40명이 전시회장을 찾아 자신과 이웃들의 모습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우사단 마을을 확인했다.

입원간호 2팀은 “우사단 마을 주민들이 전시회의 주인공이자 관객으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 모델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원간호 2팀은 전시회와 함께 총 254명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도 진행했다. 특히 의료봉사 기간동안 일일빵가게도 열어 주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했다. 또 우사단 마을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우사단 마을 도깨비 시장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봉투도 제작해 배포했다.

간호담당부원장실과 간호교육개발팀은 교육분야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선교훈련원을 찾아 심폐소생술 훈련을 위한 Little Anne과 Baby Anne, AED trainer를 기증했다.

선교지도자 양성 훈련공동체인 한국선교훈련원은 선교사를 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필요한 Anne(교육용 마네킹)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유아 Anne이 없어 막대기를 이용해 교육하고 있었다. 간호담당부원장실과 간호교육개발팀은 Anne 등 교육기자재 지원을 통해 해외 선교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vol.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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