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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신간 안내] 신간 안내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15-03-01

 

신간안내

조선의 지식계보학

 

오늘날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식인은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 또는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이라 정의된다. 그렇다면 ‘일정한 수준의 지식’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또 ‘지식층’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 지식인이라는 개념은 정의에서부터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지식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선시대에는 이 모호한 지식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꽤나 구체적인 기준이 존재했다. ‘문묘 종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교의 성인(聖人)인 공자의 사당인 문묘(文廟)에 조선에서 유학과 주자학에 위대한 공헌을 한 현인(賢人)들을 모셔놓는 문묘종사는 조선의 지식인을 대외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이었다. 조선에는 수준 높은 학문과 비판정신을 겸비한 지식인들이 많았지만 문묘에 종사된 이는 정몽주를 포함해 15명뿐이었다. 그러니 ‘문묘종사’가 지니는 상징성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묘에 종사된 성현들의 목록을 읽다보면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이자 ‘민본주의’라는 그만의 성리학적 이상세계로 오늘날까지도 ‘정도전 열풍’을 몰고 왔던 삼봉 정도전은 문묘종사 성현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단심가(丹心歌)’라는 유명한 시를 남기며 조선개국에 반대했던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조선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문묘종사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왜 조선을 위해 일했던 정도전은 조선의 지식인이라 볼 수 없는 것일까? 왜 단 한 번도 조선에 충성하지 않았던 정몽주는 조선의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이 문묘종사는 어떤 기준으로 시행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 《조선인의 지식계보학》이 도서출판 옥당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조선의 지식인 15명이 문묘에 종사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러나 지식인들의 생애와 학문을 검토하는 작업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저자는 “조선의 문묘 종사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자 선정의 표면적 결과가 아니라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 정치의 적나라한 속살”이라 말하며 개별 인물 연구가 아닌 ‘문묘 종사의 정치 동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권력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기록의 주인공이 되며 패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나 《조선의 지식계보학》은 ‘결국 답은 권력이다’라는 허무주의로 귀결되지 않는다. 이 책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지식인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는지, 그 계보를 탄생시킨 당대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며, 지식인들의 진정한 토론이 살아있을 때만이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재적 의미를 말하고자 한다. 그것이 이 책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대한민국의 지식계보학을 새로 써 내려가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저자 : 최연식(정치외교학과 교수)

출판사: 도서출판 옥당

 

vol.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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