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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자유로 엮는 인생 탐구 생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12-22

자유로 엮는 인생 탐구 생활

화장품 기업의 성공 신화, ㈜고운세상코스메틱 이주호 대표(경영학 92)



㈜고운세상코스메틱은 국내 최초 미용 전문 피부과인 고운세상클리닉으로부터 출발한 기업이다. 피부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순한 화장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따라 화장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정통 피부 과학 브랜드’인 닥터지를 세상에 선보이는 원동력이 됐다. 지금은 연 매출 2천억 원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중심에는 이주호 동문(경영학 92)이 있다. 닥터지 브랜드를 군대 PX에 납품하고자 한 그의 결단은 적중했고, 닥터지 브랜드는 군인들의 필수템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은 국내를 넘어 해외 20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7년 동안 회사 규모 14배 성장의 신화를 써 내려간 이주호 동문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 봤다.



도전과 모험으로 이룬 10배 성장

고운세상클리닉에서 고운세상코스메틱 브랜드를 론칭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병원 원내용 제품만 만들어 판매했다. 환자들을 위해 만든 제품이었던 만큼 제품의 품질도 우수했다. 구매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제품의 경쟁력을 입증받았고,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올리브영에 입점해 판매 대상을 넓히면서 회사는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또 한 번 변곡점에 서게 된 것이 바로 군대 PX에 입점하면서부터다. 이주호 동문이 대표로 취임한 후 군대 납품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임직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제품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회사를 생각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당시 매출은 1백억 원 정도로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금에 비하면 매출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회사의 규모를 결코 작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도전과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마음이 그보다 컸기에, 임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의 설득은 통했고, 우여곡절 끝에 군대 PX 납품을 시작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회사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1백억 원 매출이 1천억 원으로 10배나 뛴 것이다. 군대 PX 납품을 시작한 지 단 1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닥터지는 군납 제품 전체를 통틀어 1위에 뽑히기도 했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며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4개의 브랜드를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20개 국가에 론칭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2030년 10개 브랜드를 100개 국가에 론칭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 줄 서기’ 운동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


대학 1학년 시절,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주최한 대학생 캠프에 참여한 이주호 동문은 함께 한 동기, 선후배들과 각별한 인연을 만들어 갔다. 캠프를 마친 후 곧이어 ‘연사모(연세 사랑 작은 실천 모임)’를 결성한 것. 그저 단순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모임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실천해 보자’는 취지의 의기투합이었다. 비록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결성한 동아리가 아니어서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교내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 만큼 뜻깊은 일들을 실천하며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사모’가 우리 캠퍼스에서 실천한 의미 있는 일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바로 ‘분리수거’와 ‘한 줄 서기’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낯설고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다. 환경운동연합이 막 태동할 무렵이었던 만큼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많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적기’였던 셈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부터 실천해 보자’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실천에 돌입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 단과대와 매점 옆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물먹는 하마’라는 제품명을 패러디한 ‘우유 팩 먹는 하마’, ‘캔 먹는 악어’, ‘종이컵 먹는 기린’ 등을 써 붙여 놓았다. 대학생들의 참신한 발상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작품이었고, 교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분리수거함에는 하나둘씩 재활용품들이 채워졌고, 환경을 지키는 일에 앞장섰다는 생각에 모임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분리수거함에 재활용품들이 쌓이면, 수업이 끝난 후 학생회관 뒤뜰에 모여 재활용품들을 씻어 말렸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서대문구청에 재활용품들을 가져다줬고, 구청에서 받은 재생 화장지를 모아 교내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나눠 주는 일까지 척척 해냈다.



이주호 동문의 재학 당시만 해도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공중전화 부스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선 광경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이었다. 만약 전화기를 오래 붙잡고 통화하는 사람 뒤로 줄을 잘못 서면,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운이 좋게 줄을 잘 서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공중전화 부스 2개가 나란히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는 공중전화 부스 뒤에 한 줄로 서는데, 우리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그는 “왜 안 돼? 우리도 하면 되지!”라고 답을 했다.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문화인류학’ 수업의 조별 과제를 활용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함께할 학우들을 모집했고, 학생회관 1층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앞 바닥에 청테이프로 발자국 모양의 유도선을 그려 놓았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고 교내 한 줄 서기는 한 달 만에 빠르게 정착됐다. 그 후에는 중앙도서관과 각 단과대 화장실까지 한 줄 서기가 정착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한 줄 서기 운동은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앙일보 사회면과 KBS 9시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실천했던 활동들이 경영자로 일하는 지금도 큰 도움이 됩니다. 국가나 정부에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식도 그런 실천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생각해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 내가 변하는 것이 쉽고 빠르니까요.”



자랑스러운 연세 문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대학 시절부터 몸소 체득한 그는 회사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그 문화를 잊지 않고 회사 경영에 접목시켰다. 직원들을 조직의 일원으로 대하기보다는,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여겨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앞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직 우선주의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 어떻게 하면 개인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마음 한구석을 묵직하게 채우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러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실천은 MZ 세대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옛날 방식의 조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졌고, 회사 성장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연세의 ‘개인 존중 문화’가 졸업 후 수십 년이 지나, 회사의 대표로 자리 잡은 뒤 제대로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신입 사원 채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22년 15명의 신입 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올해도 15명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3,000명이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200: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회사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사하고 싶은 화장품 회사’로 통하고 있다.


“조직, 즉 떼 문화가 아닌 개인을 존중하는 연세의 문화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긴답니다. 그렇기에 바람직한 조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개인의 개성은 살리되, 그 개성이 조직 전체의 목표와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지요.”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글쓰기 프로젝트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자유’라고 서슴없이 답하는 모습에는 그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대표로서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조직의 일원’이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그의 철학 말이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출 때,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은 자신과 가족의 존엄을 지키기 어렵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직원들 모두가 개인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회사에서는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판 전문 회사가 아닌 화장품 회사에서의 책 쓰기가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그만큼 확고한 철학이 담겨 있다. 직원 개개인이 자기만의 전문성을 갈고닦는 데 책 쓰기만큼 효율적인 필살기는 없다는 것이다.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 갈 수 있고, 저자가 된 후에는 전문가로서 더욱 단단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잖아요. 평생 회사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전문성을 갈고닦아,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게 하는 겁니다. 은퇴 후에는 그 책을 바탕으로 강연이나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시키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1기 대원들을 모집했다. 내년 1월부터 1기 대원들의 책 쓰기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 2년 동안은 책 읽기에 전념하고 3년 차가 되는 해에는 각자 1권의 책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향후 10년 안에 100명의 저자를 키워 낼 목표도 세워 놨다.


자유를 갈망하되 그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득한 이주호 동문. 연세 후배들에게도 “20대 시절은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탐색하는 시기”라며 “이를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여행도 다니면서 자기 자신을 탐구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도 중요하지만, 자기 내면을 찾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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