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영원한 캡틴의 라스트 디펜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7-25

영원한 캡틴의 라스트 디펜스

안양 KGC인삼공사 최초의 영구 결번, 양희종 전 농구선수(체육교육학 03)



5월 7일, 프로 농구 챔피언 결정전 최종 7차전이 열린 안양체육관, 다시 시작되는 농구 열기를 증명하듯 시즌 최다 관중이 경기장을 꽉 채운 가운데, 안양 KGC인삼공사(이하 안양 KGC)와 서울 SK나이츠의 마지막 승부가 벌어졌다. 안양 KGC의 레전드 선수이자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양희종 선수(체육교육학 03)는 부상으로 한쪽 팔에 보호대를 한 채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이 경기는 챔피언 결정전의 마지막 경기일 뿐 아니라 프로 농구 선수로서도 마지막 경기였지만,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불의의 부상(어깨 인대 손상)을 당해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거듭하며 결국 연장전까지 이어질 만큼 치열했다.


결승전 경기 종료까지 3.4초가 남은 순간, 100 대 97로 앞서가던 안양 KGC의 김상식 감독은 양희종 선수 투입을 지시했고, 양희종 선수는 오른쪽 어깨의 보호대를 급히 풀었다. 한쪽 팔을 여전히 펴지 못하는 채로 코트에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안양 KGC의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캡틴의 라스트 디펜스’였다. 3초가 흐르고 마침내 우승의 순간, 양희종 선수는 늘 자신의 영역이었던 상대 팀의 골대 밑에 우뚝 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레전드의 국가 대표 은퇴식

7월 22일 잠실학생체육관, 한국과 일본의 남자 농구 국가 대표 평가전 하프 타임에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주관한 양희종 선수의 국가 대표 은퇴식이 개최됐다. 양희종 선수는 우리 대학교 재학 중이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국가 대표에 발탁됐다. 이후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까지 14년간 한결같이 국가의 부름에 성실히 응답했다. 매년 태극 마크를 달고 코트의 리더 역할을 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12년 만에 한국이 금메달을 따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 뛴 동료들은 뜨거운 포옹과 박수, 함성으로 캡틴의 은퇴를 축하했다. 함께 대한민국 농구의 ‘양’대 산맥이라는 별명을 달았던 양동근 객원 해설 위원(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코치)은 감회가 새로운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국가 대표 은퇴식을 앞둔 7월의 여름, 우리 대학교 교정에서 양희종 선수를 만나 그의 농구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우승과 함께 선수 생활 은퇴를 한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영광이 아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 은퇴 시즌에 팀이 우승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력뿐 아니라 크나큰 행운이 함께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은퇴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우승하며 은퇴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꿈만 꿨는데 그 꿈이 이뤄졌죠. 이후로도 며칠 동안 그 감동이 울컥하고 올라올 정도였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마지막 교체 순간, 자신과 교체되는 오세근 선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장면도 팬들을 감동시킨 명장면이었다.


“챔피언 결정전 내내 우리 후배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형인 제게 넘겨줘서 미안하기도 했고, 또 후배들이 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정말 행복하게 보내 주려고 최선을 다해 뛰어 주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어요. 여러 가지 감정이 폭발하듯 밀려 올라왔죠.”


국가 대표 은퇴식 또한 모든 국가 대표 선수가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에 임할 때마다 책임감도 무거웠지만, 동시에 설레고 행복했어요. 은퇴식을 개최해 주신 농구 팬 여러분과 협회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복했던 연세 농구부 생활

그는 대학 생활을 떠올리며 ‘참 행복한 선수였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교 농구부의 주축 선수로 정기전을 비롯한 주요 경기에서 활약했고, 이후 프로 무대에서 나란히 활약한 체육교육학과 03학번 동기 김태술 선수, 이광재 선수와 함께 지냈던 농구부 생활도 행복한 추억이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경기 나가는 것만으로 재미있고 행복했어요. 대학 선발팀 같은 것을 뽑아도 주전 멤버들에 우리 대학교 선수들이 많으니, 마치 단일팀으로 나가는 기분이었던 적도 있죠. 열심히 운동하고 나면 (김)태술이, (이)광재랑 껍데기집에 자주 갔어요. 학생이라 돈이 많이 없으니 삼겹살은 1~2인분만 주문하고, 껍데기를 많이 시켜서 먹던 추억이 생각나요. 예전에는 학교 근처 굴다리 밑에 조금 허름하지만 맛있는 음식점들이 있었거든요. 오늘 올라오면서 보니 추억의 장소들이 없어져서 아쉽기도 하고, 또 지금 예쁘게 잘 개발돼 있어서 지금 대학 생활을 하는 우리 학우들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연세 농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이상민 선배(경영학 91), 함께 국가 대표로 뛰었던 서장훈 선배(사회체육학 93)를 만나 농구 기술뿐 아니라, 농구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철저한 자기 관리, 철두철미한 경기 준비까지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뜻밖에도 그의 대답은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예전에 학교 다녔을 때보다 훈련량을 더 늘릴 것 같아요. 그러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요?” 


간결하고 단순한 말이지만, 농구에 대한 그의 진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지금 우리 대학교 농구부 후배들도 아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벌써 눈에 띄는 후배들도 있고요. 지금은 운동하면서 공부와 학교생활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프로 진출이나 국가 대표 등 꿈을 꾸면서 지금 과정들을 잘 견뎌 주길 바라죠. 그리고 ‘지금 연세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말도 해 주고 싶어요. 우리 후배들이 대학에서 잘 성장해서 프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요.”




팀 최초의 영구 결번, 전설이 되다 

그는 우리 대학교 졸업 후 안양 KGC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이후 안양에서만 무려 15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수비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KBL 최우수 수비상 수상, KBL 수비 5걸 6차례 선정 등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했다. 뛰어난 리바운드와 강력한 허슬 플레이로 유명할 뿐 아니라, 2014년부터는 팀의 주장으로 쭉 선수들을 이끌었다. 


코트 안에서는 다소 압박하는 거친 플레이를 펼쳤지만, 코트 밖에서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의 신뢰를 받았다. 안양 KGC에서 함께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 선수는 “전 세계 프로 농구 리그를 돌고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캡틴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양희종뿐”이라고 말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오세근 선수, 문성곤 선수 등 안양 KGC의 주축 선수들이 입을 모아 “희종이 형을 위해 꼭 우승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같은 그의 헌신과 플레이, 리더십을 기념하며 안양 KGC 구단은 양희종 선수의 등번호 11번을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10년 넘게 주장을 맡아온 코트의 리더로서, 그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무엇일까.


“후배들이 경기의 중요한 순간이나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항상 물어봐요. ‘형, 어떻게 해요?’, ‘형, 어떡하죠?’ 중요한 순간에 절박하게 물어보는데, 저도 같이 경기를 뛰다 보면 정신이 없으니까 냉정하게 어떤 점을 짚어 주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항상 더 냉정하고 침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훌륭하신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계시지만, 또 ‘형’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경기 흐름이나, 플레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말해 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그에게 연세는 사랑

“양희종에게 농구란?”이라고 묻자 그는 “농구는 양희종, 양희종은 농구”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의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까지처럼 농구와 함께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에게 연세는 어떤 의미일까.


“연세는 사랑이죠. 모든 의미에서 연세는 제게 사랑이에요. 학교생활할 때도 정말 즐겁고 행복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또 연세대라는 학교에 합격하면서 어린 나이에 날아갈 듯이 기뻤던 그런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이 새록새록하거든요. 결정적으로 제 배우자까지 우리 대학교 출신이잖아요. 연세는 저에게 사랑이죠.”


양희종 선수는 국가 대표 은퇴식을 마치고, 지도자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영원한 코트의 캡틴, 그의 더 행복한 농구 인생을 응원한다.

 

vol. 634
웹진 PDF 다운로드

연세소식 신청방법

아래 신청서를 작성 후 news@yonsei.ac.kr로 보내주세요
신청서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