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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Impact Makers] 비영리 스타트업,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열쇠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5-27

비영리 스타트업,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열쇠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사회사업학 88)



현대 사회는 빠른 발전 속도만큼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속도는 현저히 느리며, 에너지를 쏟는 이들도 적다. 


방대욱 대표가 이끄는 다음세대재단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미래를 이뤄 가기 위한 열쇠를 비영리 스타트업에서 찾는다. 비영리의 공익성과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동시에 갖춘 비영리 스타트업은 작지만 날렵한 움직임으로 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확신으로 다음세대재단은 2019년부터 사랑의 열매와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을 펼치며 비영리 스타트업의 정착을 지원해 왔다. 초기 인건비, 사업비, 사무 공간을 지원하면서 정착과 사업 성장에 집중하도록 멘토링해 온 이 사업은 최근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대표 김정호)와 뜻을 모은 '비영리 스타트업 상시 발굴 및 성장 지원 사업'의 개시로 더욱 규모와 임팩트가 커졌다. 공모 기간을 정하지 않고 수시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므로 많은 비영리 스타트업을 빠르게 도울 수 있다. 최근에는 농인 부모의 자녀가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는 '코다코리아' 등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재단이 지원해 온 ‘마인드풀가드너’, ‘오늘의행동’, ‘다시입다연구소’ 등 30개 비영리 스타트업의 활동물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다음세대재단 사무실 <동락가>에서 방대욱 대표와 만났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고민을 시작한 곳, 연세

“제가 집이 부산인데 합법적인 독립을 하려면, 서울로 대학을 가야 했어요. 마침 부친께서도 연세대 동문이셔서 저도 연세대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사회복지학과가 당시는 ‘사회사업학과’라는 이름이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사회를 대상으로 무슨 큰 사업을 하는 것을 가르치는 곳인가 보다’하고 지원했었습니다(웃음).”


꿈을 안고 신촌캠퍼스에 왔지만, 1988년의 캠퍼스는 혼란 그 자체였다.


“1987년에 아주 큰 민주항쟁이 있었고, 이한열 선배가 돌아가셨잖아요. 학교 다니는 내내 집회가 끊이지 않았고, 내내 최루탄과 불심 검 문이 있었습니다. 백양로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대자보가 붙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혼란 속에 방 대표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배움에 눈을 떴다.


“그해, 연세대는 민주화의 성지와도 같았어요. 매일 새로운 대자보들이 붙는데, 하나같이 치열한 고민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백양로를 걸으며 곳곳에 붙은 대자보들을 읽는 것이 제 껍질을 깨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공부가 됐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이 사회를 좋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가 제 안에 들어왔죠.”


사회사업학과의 동기들도 또 다른 자극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한 저와는 달리, 제 동기들은 대부분 뚜렷한 소명, 사명 의식으로 과를 선택한 친구들이었어요. 다들 선하고 순한 사람들인데,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고 단단했죠. 동기들을 보면서 저도 새로운 도전을 받았어요. 저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우리 대학교의 교훈을 좋아합니다. 진리를 배우고, 그 진리를 통해 이 사회를 좋게 만들겠다는 결심,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진리에 대한 탐구, 그것들을 연세대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가꿔 가는 꿈에 대한 자각이 일면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날 채비를 하던 중 새로운 방향 전환이 생겼다.


“처음엔 미국 대학의 박사 과정 진학에 필요한 현장 경력을 위해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했는데, 마침 그때가 막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각종 복지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당시로서 낯선 개념을 익히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멋진 연세인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는 ‘새로움이 출발하는 곳에는 항상 연세인들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개념이 처음 들어왔는데 이 테마에 관련된 모임이나 콘퍼런스를 가면 늘 그곳에 연세인들이 있었어요. 벤처 기업가들 중에도, 또 성공한 벤처 기업가들이 공익 재단을 만들 때도 항상 가 보면 연대 출신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사회에서 만난 연세인들은 항상 새로움이 출발하는 곳에 있었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고, 틀이 없는 곳에서 기틀을 세우는 곳, 그 자리에서 우리 동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후 그는 벤처 기업가들의 사회 공헌 의지로 세우는 <아이들과 미래> 재단 설립에 동참했고, 그곳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의 다음세대재단에 합류했다. 다음세대재단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주와 임직원들이 기부해 만들어진 재단으로 출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지원을 받다가, 카카오와의 합병 이후 완전히 독립의 길을 택했다.




비영리 생태계의 건강과 종 다양성을 지킵니다, 다음세대재단

“저희 다음세대재단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비영리 생태계가 훨씬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재단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비영리 생태계의 [ ] 다음을 만듭니다’라는 메시지가 있어요. 빈 괄호에는 저희 직원들과 기부자들이 꿈꾸는 비영리 생태계의 미래가 있죠. ‘빛나는’, ‘당당한’, ‘엣지 있는’ 등이요. 비영리 생태계가 더 주목받고 더 다양해져서, 그래서 더 건강해지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희 재단은 비영리 활동가와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중간 지원 조직 역할을 합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비영리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독과점에 가까운 현실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부 환경에서는 상위 몇몇 단체가 전체 기부금의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그 단체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기부금이 쏠리다 보면 비영리의 기부금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종 다양성입니다. 건강한 비영리 생태계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종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민하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라, 비영리 스타트업

“일반 스타트업, 소셜 벤처 등 다른 분야에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비영리 조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친구들에게는 그런 지원 체계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아이디어와 의지를 가진 친구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면 다양한 사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굉장히 복잡다단해지고 있어요. 그런데 조직이 커지고 방대해지면, 기민하게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훨씬 작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이 비영리 스타트업인거죠.”


이런 고민의 끝에서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고, 비영리 스타트업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다음세대재단의 주된 사업이 됐다.


“비영리 스타트업의 개념은 매우 단순합니다. 새로운 사회 문제를 발견했거나 아니면 기존의 사회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풀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지원합니다. 비영리가 가지고 있는 공익성과 사회성에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보탠 형태죠. 그래서 저희는 비영리 스타트업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하고 훨씬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비영리들도 어려운데 굳이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냐, 기성단체를 잘 지원하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혼자 다 하려고 하면 그건 분명히 고이고 썩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들이 나와야 하죠.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비영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비영리를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영리 스타트업이 풀어야 할 사회 문제

방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초연결된 고립’이다.


“오늘날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연결할 수 있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초연결 사회를 살고 있지만 사실은 ‘동일성에 대한 과잉 접속’을 하고 있어요. 나와 정치관이 비슷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만 계속 만나게 됩니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 같죠. 지금 이 사회는 연결된 것 같지만 구성원들은 굉장히 고립돼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각종 갈등이 많은 적이 있었을까요? 세대 갈등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같은 정파나 같은 이익 단체 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죠. 이런 갈등, 갈라치기가 왜 만들어지는지, 누가 만들어 내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고립된 개인, 고립된 사회는 힘이 없어요. 서로 연대하지 않기 때문에 힘이 없고, 힘이 없으니까 어떤 사회 문제를 풀어내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그가 지적하는 두 번째 문제는 자본의 힘이 더욱더 커지고 고도화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 됐어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어떻게 하면 남보다 물질적으로 다 잘 사는지가 가장 큰 관심이죠. 2년 전, Pew Research Center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의 핵심 가치를 묻는 질문에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가족’이 주된 대답으로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물질적 풍요’가 1위였어요. 많은 사람이 돈을 원하면, 돈이 힘을 갖게 되고 돈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이 늘어나죠. 지금은 혁신의 씬(scene)마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장악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혁신의 추구조차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죠.”


세 번째 문제는 이러한 흐름 속에 우리 사회가 약자들이 더욱 위험한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적 위험은 특정 대상이 아닌 불특정 다수,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도 그랬고, 환경 오염과 미세 먼지가 그렇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위험의 대상이지만, 위험의 강도는 똑같지 않습니다. 위험은 약자들에게 먼저 향합니다. 작년에 서울에 엄청난 폭우가 왔는데, 반지하에 사시는 분들께 가장 먼저 위험이 닥쳤어요. 무더위가 계속되면 넉넉한 사람들은 에어컨을 켜고 냉방병 걱정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열사병으로 생명의 위험을 겪게 됩니다. 누군가는 가볍게 피할 위험을 누군가는 아주 힘들게 건너가거나 생명을 걸어야 하는 거죠. 위험이 점점 올라올수록 약자들은 점점 힘들어질 거예요.”


묵직한 사회의 문제들을 설명하며 그는 다시 한번 이 사회적 문제들을 극복하는 해답이 비영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과 승리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은 이런 문제를 끝까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영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사회문제도 있지만, 저는 비영리가 이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누군가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기부에 기대어 유지되는 비영리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겠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비영리의 지속 가능성은 비영리조직만이 아닌 바로 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이 사회가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비영리 생태계와 함께 하는 연세인들이 많아지기를

인터뷰의 말미에서, 방 대표는 우리 대학교의 ‘고등교육혁신원’에 대한 기대를 비췄다.


“고등교육혁신원은 역시 연세대학교다운 멋진 도전이에요.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바라기는 고등교육혁신원 안에도 ‘비영리 모듈’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후배들 중에서도 ‘내가 비영리로 세상을 한번 뒤집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길을 열어 줘야죠.” 


연세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지내는 동안,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공감력을 기르고, 사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도전도 많이 해보길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공감과 동정은 정말 딱 한 끗 차이거든요 ‘남의 감정을 나의 감정으로 취한다’라는 의미에서 보면 사실은 개념이 똑같은데 우리가 동정받은 느낌과 공감받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제가 볼 때는 그 한 끗 차이를 만드는 것이 ‘행동’입니다. 진짜 공감한다면, 어려운 이들의 삶에 공감한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취해야 되는 거죠. 내 지갑 속에서 없어져도 모를 오천 원, 만 원이 어떤 이들에게는 엄청 큰 생명줄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부 열심히 하고, 내가 많이 번 것을 기꺼이 사회를 위해 내어 놓을 수 있는 이타적인 연대생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다음세대재단을 두드려 주세요. ”

 

vol.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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