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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소셜네트워크와 지식전파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5-17

소셜네트워크와 지식전파

문헌정보학과 박지홍 교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친척은 혈연으로 연결된 일종의 네트워크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친구들과 친분으로 연결돼 있으며 회사에서 사람들은 업무로 연결돼 있다. 카톡 방 참여자들은 특정 주제를 공유하는 관계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도 소통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 배포, 이용함으로써 커넥션을 만든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 간의 패스는 경기를 보다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이다. 도서관에서 동일한 주제의 책을 대출한 사람들은 주제 유사성을 바탕으로 상호 연결성을 가진다. 연구자들은 공동 연구팀을 구성해 협업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또한 다크네트워크의 일종으로 테러리스트 간 관계 또는 바이러스 감염 연결성 등도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하거나 또는 면대면으로 다양한 연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노선도는 지하철역 네트워크이며, 인터넷은 거대한 컴퓨터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간 책을 서로 빌려주는 상호대차 서비스는 도서관 네트워크에 해당한다. 논문 간 인용 관계, 학술지 간 인용 관계, 기관 간 인용 관계, 국가 간 인용 관계 등은 인용을 통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또한 동물학 분야에서는 야생 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분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이 네트워크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차적 이유가 된다.



소셜네트워크 관점

소셜네트워크 관점은 전체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개선하기 위한 유용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 혁신의 원인을 직원들의 우수한 교육 수준 및 업무 역량 등과 같은 개별 직원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실리콘밸리의 모든 직원들을 다른 국가의 특정 지역으로 이전시킨다면 그들은 동일한 수준의 혁신을 창출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는 특정 조직의 성과는 조직 구성원의 역량의 합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으며 다른 요소들의 영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 물리적 공간, 디지털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어떻게 소통, 협력, 공유하는지에 따라 그 조직의 전체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구성원들의 개별 속성이 아닌 그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것이 네트워크 관점이다.


소셜네트워크는 사회적 관계로 연결된 노드와 링크의 집합이다. 여기서 사회적 관계는 해당 노드와 링크가 소속된 사회적 맥락에 의해 결정돼 노드를 ‘사회적 액터(ac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 분석은 구조적 관점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연결 노드들 간의 관계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창출한다는 기본 가정을 가지고 있다. 연결된 관계에 가치가 내재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 분석은 네트워크에서 노드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opportunity)’와 ‘제약(constraint)’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정 노드들이 네트워크 상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기회 또는 제약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 정도에 따라 특정 노드들은 다른 노드들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며 이러한 우위성을 여러 가지 지표로 측정할 수 있다. 중심성 지표가 이에 해당하며 중심적인 위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연결정도중심성, 매개중심성, 근접중심성, 아이겐벡터중심성, 베타중심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심성이 높은 노드들은 해당 네트워크에서 더 많은 파워를 가지며 이에 따라 더 많은 자원에 접근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가지게 된다. 반면, 중심성이 낮은 노드들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자원에 접근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한계성을 가진다.


개별 노드 대신 전체 네트워크에 초점을 두고 분석을 할 수도 있다. 모둠 수업의 경우, 모둠 활동을 통한 소통네트워크가 해당 모둠의 학습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 가능하다. 모둠 내 소통이 자주 일어나서 소통네트워크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높은 학습 효과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밀도는 네트워크에서 링크가 얼마나 촘촘하게 존재하는지를 측정하는 응집성 지표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내 노드들의 중심성 값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포하는지 측정할 수 있으며, 노드가 아닌 링크의 매개 정도를 측정해 그 값의 내림차순으로 링크를 차례로 삭제하면 작은 하위 네트워크로 군집화할 수도 있다.





지식전파: 학술지식의 이전과 공유

‘지식은 무엇인가?’, ‘지식과 정보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다소 고전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현대 사회에서 지식이 유용하며 널리 전파될수록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자명하다. 특히, 학술지식의 전파는 그 자체로 한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기본 조건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서관은 디지털 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양질의 학술지식의 전파를 촉진시키는 배포자 역할을 해 왔다. 대학 도서관의 경우 Web of Science, Scopus 등의 해외 DB 서비스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학술지식으로의 접근점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학술지식의 퀄리티를 제어하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학술지식은 문헌(텍스트, 동영상, AI 생성 콘텐츠 포함)과 연구자 사이에서 이전되거나 또는 두 명 이상의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전될 수 있다. 연구자가 Web of Science를 통해 새로운 논문을 찾아 다운로드해 읽고 인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문헌 지식이 연구자의 지식으로 이전하게 된다. 한편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와 토의하거나 협업해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자 간 지식이 이전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지식 습득 및 공유 과정을 통한 학술지식의 전파는 새로운 지식 창출의 근간이 된다.


학술지식 전파 과정 중 인용(citation)은 공식적으로 출판된 논문에 영속적으로 피인용 문헌을 기록하게 돼 다운로드 및 읽기 등의 행위와 비교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블로그 같은 인터넷 콘텐츠는 영속적으로 보존되지 않으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으며 이런 경우 해당 콘텐츠를 인용한 링크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돼 지식이전의 기록이 없어지게 된다. 한편 학술지에 공식 출판된 논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속적으로 보존되기 때문에 인터넷 콘텐츠가 가진 휘발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공식성을 가지기에 지식이전이 인준됐다는 의미도 가진다.



학술지식의 전파는 고전적인 계량서지학적 관점에서 인용으로 측정 가능하다. 인용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영향 요인이 존재하나 계량서지학적 관점에서 한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하면 피인용된(cited) 연구자의 지식이 인용한(citing) 연구자에게 이전(transfer)된다는 가정을 지니고 있다. 즉, 인용 관계가 ‘A ← B (B가 A를 인용)’라면, 지식이전은 그 반대 방향인 ‘A → B (A의 지식이 B로 이전)’로 이뤄진다. A와 B는 인용의 개체로서 논문일 수 있으며, 해당 논문의 저자일 수도 있고, 저자의 소속 기관인 대학 또는 기관이거나 소속 국가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인용 관계에서는 A가 B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출판된 논문이다. 따라서 출판 시기가 더 이른 논문 A의 지식이 인용으로 인해 그 이후 출판된 논문 B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용에 따른 지식이전은 두 논문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수의 논문 사이에서 이뤄진다(A → B → C → D …). 실제적으로 A, B, C, D 논문뿐만 아니라 X, Y, Z 등 여러 논문 사이에서 지식이전이 이뤄지며 이러한 논문들 간의 연결 관계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가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방향성 있는 링크(화살표)를 통해 다수의 노드(논문) 간 지식이전이 이뤄지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 지식이 널리 퍼지는 현상을 ‘지식전파’라 한다. 일단 네트워크가 구성되면 소셜네트워크 분석에서 사용 가능한 여러 지표를 적용해 노드(개체)가 가질 수 있는 기회와 제약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계량서지학적 분석기법 중 하나는 공저자분석이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들이 협업 관계에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협업 관계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에 해당하기에 협업 관계 규명을 통해 특정 학문 분야의 하위 커뮤니티를 알아낼 수 있다. 공저자 네트워크는 논문의 저자 사항에 두 명 이상의 저자가 동시출현(co-occurrence)해서 생기는 연결 관계이기에 방향성이 없고 지식이전이라기보다 지식공유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동시출현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계량서지학적 분석에는 공저자분석뿐만 아니라 참고문헌에서 동시출현을 고려하는 동시인용분석과 서지결합분석 등이 있다. 


다양한 동시출현을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맥락은 무궁무진하다. 논문의 제목, 저자 사항, 초록, 키워드, 본문의 일정 부분, 감사의 글(acknowledgement), 참고문헌 등의 서지 사항뿐만 아니라 특정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 특정 장소에 일정 시간 머문 사람들, 특정 소셜미디어 그룹에 피드백을 올린 사람들, 또는 특정 커뮤니티에서 일정 빈도 이상의 활동을 보인 사람들은 특정 사건, 장소,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등에 동시출현해 상호 연결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다만, 모든 네트워크가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며 분석 결과의 유용성 및 기대 효과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소수의 지식이 다수에게 전파되다

일반적으로 학술 커뮤니티 내에 다수의 연구자가 존재하며 연구자들은 인용 및 공동 연구 출판 등의 학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인용네트워크의 예를 살펴보자면, 모든 연구자가 동일한 수의 피인용을 받지 않으며 소수의 연구자들이 대다수의 피인용을 받게 된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소수의 노드가 많은 수의 링크(화살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대다수의 노드는 매우 적은 수의 링크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인용네트워크에서만 일어나지 않으며 공저자네트워크를 포함한 다른 학술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서도 일어난다. 특정 주제 분야에서 소수의 저자가 많은 수의 공저자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대다수의 저자는 매우 적은 수의 공저자 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현상을 계량서지학에서는 마태 효과(Matthew effect), 헤일로 현상(halo effect)으로 부르며, 저자, 학술지, 단어 단위에서 각각 로트카의 법칙(Lotka’s law), 브래드포드의 법칙(Bradford’s law), 지프의 법칙(Zipf’s law)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동일한 현상을 서로 다른 개체(저자, 학술지, 단어) 분석에서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일반적으로는 파레토 법칙(80대20 법칙)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네트워크의 보편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앨버트 바라바시의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와 선호적 연결(preferential attachment) 이론은 해당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실재하는 네트워크는 새로운 노드가 추가되는 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용네트워크와 공저자네트워크의 경우 각각 새로운 논문과 저자가 추가될 수 있는 동적 네트워크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노드가 추가될 때 무작위적으로 균등하게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이 많은 기존 노드를 우선적으로 선호해 추가되게 된다. 이를 선호적 연결이라 하며, 선호적 연결이 반복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되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네트워크는 평균값 등으로 측정 가능한 무작위 네트워크와 달리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없는 비대칭 분포를 가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비단 학술지식 네트워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지하철역 네트워크의 경우, 승하차 인원이 많을 때 다른 역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며 이러한 연결 링크가 많을수록 승하차 인원이 더 많아지게 돼 또 다른 역과의 연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워블로거의 경우, 일정 수준의 좋아요 링크를 받게 되면 그 이후로는 거의 자동적으로 좋아요 링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네트워크가 이런 보편적 현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이 세상이 그리 평등한 세상이 아니라는 점과 어느 분야에서든 초기 선점해 링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박지홍 교수는 우리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교 학사 졸업 후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정보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셜미디어, 소셜네트워크, 정보서비스, 학술커뮤니케이션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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