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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송크리’로 사는 하루하루, 꿈만 같아요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4-24

‘송크리’로 사는 하루하루, 꿈만 같아요

1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선택한 송은혜 뮤지컬 배우(성악 12)



지난 3월 30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은 1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한국어 공연이다. 이 세계적인 뮤지컬은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고,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은 송은혜 배우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팝페라 가수 출신인 그는 두 번째 작품 만에 주연에 발탁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서 보고 싶은 꿈의 무대에서 주역을 맡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배우 송은혜를 만났다. 




뮤지컬계를 놀라게 한 실력파 신인의 등장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엉엉 울었어요. ‘배우님, 되셨어요. 축하합니다.’라고 하는데 믿기지 않아서 계속 ‘네? 네?’, 이 말만 반복했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그날 잠도 못 잤어요.”


크리스틴 역에 캐스팅된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순간의 감동과 놀람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오디션이 진행된 것이 지난해 초였고, 프리뷰(본 공연 오픈 전 미리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사전 공연) 첫 공연이 지난 3월 25일이니 1년 가까운 시간을 연습에 쏟아부었다. 오페라하우스의 프리마돈나가 되는 크리스틴 역할을 위해 발레도 배우는 등 노래 연습과 함께 몸을 유연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동명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인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다. 지난 4월 16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35년간의 대장정을 마치며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번 무대는 국내에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공개되는 한국어 공연이다.  


공연 때마다 흥행 신기록을 세우는 화제작인 만큼 캐스팅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아름다운 외모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은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꿈의 배역’이다. 뮤지컬계에서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가 주연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송은혜’를 검색한 것은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출연작은 단 하나, 2018년에 앙상블로 참여한 ‘엘리자벳’이 유일했다. 




음악 방송에서 주제곡 부른 후 운명처럼 만난 작품  

“운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오디션 보기 몇 달 전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든요. 거기서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불렀는데, 그게 좀 화제가 됐어요.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알아보는 분도 있더라고요. 더 신기했던 건, 그때 듀엣으로 함께 노래한 분이 브래드 리틀이었어요. 브래드 리틀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 역을 가장 많이 한 배우로 알려진 월드 클래스의 뮤지컬 배우입니다. 그런 대배우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것 같았는데, 이게 저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청아한 음색으로 고음도 깔끔하게 소화하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도 올랐다. “브래드 리틀과 지금껏 호흡을 맞춘 여배우 중 최고로 조화롭고, 고음 처리 또한 예술이다.”, “음색과 고음이 아름답다 못해 천상의 소리가 들린다.”, “홀린 듯 노래하는 목소리, 진짜 깨끗하고 맑다.” 등 그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 얼마 뒤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일정이 나온 거예요. 평생 이 무대에 한 번 서게 될 날이 있을까, 그렇게 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이런 생각을 늘 했거든요. 꼭 합격하지 않아도, 자주 공연하는 작품이 아니니 오디션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크리스틴이 됐으니 제가 얼마나 놀라겠어요.”


‘오페라의 유령’ 팬들 사이에서 그는 ‘송크리’로 불린다. 열혈 뮤지컬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이나 성에, 배역의 이름을 합쳐 애칭을 만들곤 한다. 애칭으로 불리는 뮤지컬 배우들을 동경해 왔던 그로서는 ‘송크리’로 불리는 지금이 그저 꿈만 같다. 



성악가의 꿈 접고 선택한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 그는 팝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성악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막상 대학 입학 후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성악으로는 최고의 대학에 입학했다는 기쁨도 잠시, 방황이 시작됐다. 노래가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정통 성악가의 꿈을 일찌감치 접은 그는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뉴질랜드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등 동기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대부분 유학을 준비하기 때문에 성악과에서 휴학은 흔치 않은 경우다. 


복학 후 선배의 소개로 아르바이트 삼아 축가 공연을 시작했다. 성악 창법으로 부르는 대중음악, 뮤지컬 레퍼토리가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무엇보다 노래할 때의 행복감이 다시 살아났다. 그렇게 즐겁게 노래하다 보니 공연 요청이 많아졌고, 자신의 노래를 듣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도 개설했다. 


그가 유튜브에서 부른 영화 ‘제5원소’의 OST ‘The Diva Dance’는 조회 수 298만 회를 기록했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노래로, 인간의 목소리로 부를 수 없다고 알려진 곡이다. 이후 ‘너의 목소리가 보여’ 작가가 그에게 방송 출연을 제안했고,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을 부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청아한 음색을 각인시켰다. 때마침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이 열렸고, 간절히 바라던 크리스틴이 된 것이다.  


“운이 정말 좋았어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마치 모든 게 예정된 듯이 흘러간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엔 전공에 대한 회의가 많아서 학교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고민과 방황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는 시간이요. 그때는 앞이 안 보여서 참 막막했거든요.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성악이 그냥 정해진 길이라 생각하고,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가는 것보다는 시야를 넓히면 분명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 말을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어요.”




노래를 통해 전하는 위로와 감동  

요즘 그는 공연 일정을 소화하느라 부산에서 지낸다. 일주일에 4~5회 무대에 오르지만 힘든 줄 모른다. “너무 좋아서 피곤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지금 크리스틴 역에 푹 빠져 있다.  


“저는 ‘오페라의 유령’만 하게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음 목표는 뭐냐’,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 대답이 떠오르질 않아요. 그저 지금 목표는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이 공연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고요, 그 이후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좋아요. 나무로 등장해도 좋으니 뮤지컬 무대에 서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정말 행복해요.”


무대 위에서 그는 송은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 그 자체로 보이기를 원한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수로서는, 진심을 담은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언젠가 큰 사고를 겪은 소방관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You raise me up’을 불렀는데, 관객이 전부 울어서 눈물바다가 됐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제 손을 꼭 잡고 ‘노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 분들도 있었죠. 그날, 제가 노래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았어요. 노래로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안을 주는 이 멋진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천상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마음, 그는 현실에서도 ‘크리스틴’을 닮은 듯하다. 그의 노래가 아주 오랫동안, 더 멀리 퍼지며 세상에 위안을 주길 기대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사진 제공 | 에스앤코

 

vol.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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