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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특별기획] 유연함,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지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3-04-21

유연함,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지혜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 경제학부 최상엽 교수



요즘 우리나라 경제를 특징짓는 세 단어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다. 일명 ‘3고 시대’로 불리는 지금, 경제학부 최상엽 교수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하다 2017년 모교에 부임한 그는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연구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경제학은 그 불확실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불확실성을 그 원인에 따라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와 ‘월 스트리트(Wall Street)’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정치적, 후자는 경제적 요소를 뜻한다. 이 두 가지는 개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불안하면 당연히 시장도 혼란스러워진다. 최상엽 교수는 이 두 불확실성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중심으로, 이것이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불평등’입니다. 그 타격을 가장 많이, 그리고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이 바로 서민들이에요. 따라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절한 정책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해 줘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에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유지해야 불확실성이 더 큰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각 분야 경제학자들이 모여 융합적 연구 진행

그는 현재 이 주제를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연구 중이다. 이 사업은 우리 학교가 대표 연구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그는 경제학 부문으로 선정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연구’의 단장을 맡고 있다.


“기존의 경제학 연구는 미시경제, 거시경제, 계량경제 등으로 분야가 나뉘어 있었어요. 이제는 그 벽을 넘어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실 문제를 연구해 보자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입니다. 경제학에서 하고 있는, 일종의 융합적 연구라고 할 수 있지요.”


연구 주제는 크게 세 가지, ‘범세계적으로 대두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의 증대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동이 노동·교육·의료시장 등에 미친 영향’, ‘초거대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고용이나 사업 구조에 미친 영향’ 등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6명의 경제학부 교수들이 모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출산, 부채 등 구조적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노력 필요

정치·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그가 우려하는 것은 저출산과 부채 같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국가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빚을 갚을 수 있는 인구가 줄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출산율 저하가 이 상태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저는 지금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이런 구조적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시민으로서,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를 슬기롭게 지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유연함’을 꼽았다. 불확실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에서 보듯 예측도 때로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렇다고 그 불확실성에 압도당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의 학술 연구를 보면, 시대 변화에 따라 바로바로 생산 요소를 조정해 나간 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걸 개인에게 적용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유연한 사고로 불확실성이 가계와 직장에 미치는 영향에 잘 대처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IMF에서의 근무 경험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연세 우수학생 육성프로그램 1기로 입학해 경제학과 03학번인 그는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17년 모교에 부임하기 전까지 2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다. 국제금융, 응용 거시, 금융시장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 자본시장의 불완전성, 통화 및 재정정책, 국가 간 자본 이동 등이 그의 주요 연구 주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등과 같이 급속히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서 그의 연구는 더욱 중요해졌다. 학계가 그의 논문에 주목하고 있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연달아 큰 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학회 학술상과 연세대 상경·경영대 동창회가 연구 업적이 우수한 동문에게 주는 초헌학술상을 수상했다.

  

사례 위주의 생생한 강의로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부임 후 우수강의교수상을 3년 연속해서 받았고, 연구실에는 학생들이 보낸 감사 카드와 편지가 가득하다. 그와 함께 재학 중에 해외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제자들은 현재 프린스턴, 예일, 존스홉킨스와 같은 해외 명문 대학교의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청출어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그 비결로 IMF에서의 근무 경험을 꼽았다.

  

“IMF가 있는 곳이 워싱턴 D.C.예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있고, 세계은행과는 지하로 건물이 연결돼 있어요. 연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도 종종 참석해 현안에 대한 시각을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세계 경제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빠짐없이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어 좋았어요. 경제학 박사가 수백 명이 넘는 큰 조직이다 보니 연구와 관련된 의견을 나눌 동료들도 많았고요.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이다 보니 게을러질 틈도 없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도 큰 힘이 됩니다.”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 이코노미스트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탄탄한 네트워크 덕분에 지난해 IMF가 세계 각국을 돌며 개최하는 ‘세계 경제 전망 포럼’이 우리 대학교에서 열렸다. 학생들도 100명 이상 참석해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올해도 IMF의 ‘재정 점검 포럼’을 우리 대학교에서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IMF에서 일할 학부생과 석사과정생을 뽑는 채용 설명회가 마련된 것도 그의 적극적인 노력이 한몫을 했다.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것 같아 뿌듯했다.”는 그는 “IMF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과 학교에 기여할 방법을 꾸준히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vol.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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