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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전 세계 곳곳에서 콘텐츠를 연결하고 감동을 전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12-23

전 세계 곳곳에서 콘텐츠를 연결하고 감동을 전하다 

글로벌 미디어 현지화의 선도자, 이현무 아이유노SDI미디어그룹 대표(건설환경공학 96) 

 


글로벌 진출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 

여러 OTT 서비스와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서 국가와 문화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다. 우리가 넷플릭스에서 한 편의 해외 드라마를 감상할 때 우리 언어로, 우리의 문화적 맥락 안에서 스토리가 번역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외국어를 보며 알아들을 수는 있어도 우리 문화와 언어의 맥락에서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즐거움은 덜할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하루 24시간 내내 세계 곳곳의 언어로 원 콘텐츠를 각 지역과 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일이 진행된다. 번역에서부터 특정 지역에 맞는 콘텐츠 편집, 가령 인도네시아에서는 돼지고기, 중국에서는 정치 내용을 편집하는 등의 과정까지 아우르는 것이 미디어 콘텐츠의 현지화다. 이현무 동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고 아이유노SDI미디어그룹(Iyuno-SDI Media Group)을 창립, 현재 넷플릭스, 소니픽처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및 미디어사들의 콘텐츠를 세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찍이 영세한 산업으로 ‘레드오션’이라 여겨지던 영상번역 분야에 첨단 기술을 더해 한 발 먼저 나아간 그는 업계 글로벌 No.1 기업으로 사업을 키워 냈고, 글로벌에 진출한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가의 길을 선택하다 

“대학시절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냈어요. 1학년 1학기 때는 당구 치고 술 마시느라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죠. 학업보다는 오히려 좋은 친구와 같은 인간관계에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았어요. 때론 작곡가가 되고 싶어 컴퓨터 음악에 심취하거나 화상 채팅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전전긍긍했었죠. 무언가를 철두철미하게 계획해서 실행하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날라리 대학생이었죠. (웃음) 그러다가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꿨던 시기, 학점이 좀 부족해 재수강으로 한 학기 더 다니게 되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으니, 사람 일이란 것이 부족한 것들도 나중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졸업 무렵 구조 역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선택했고, 유학을 준비하며 입학 전까지 경험을 쌓고 용돈을 벌기 위해 그는 작은 번역 회사에 잠시 취직했다. 하지만 월급이 밀리기 일쑤였다. 친구 2명과 10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접 번역 회사를 차렸다. 그때까지도 유학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친구들과 딱 1년만 하자고 시한을 정하고 시작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사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처음 일하게 된 DVD 제작 고객사는 6개월이나 12개월에 한 번씩 어음으로 결제해 주기 일쑤였어요. 자막을 처리하는 1년이 지나자 동업자들은 늘어나는 손실을 부담할 수 없어 그만두게 됐죠. 빚도 졌어요. 그때 사업을 접고 유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사실 저는 지나치게 낙관론자이거든요. 당시 너무 비효율적인 번역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영역도 확장하면서 사업에 재미가 붙은 이상 유학을 접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때로는 데리고 있던 직원들이 프로그램을 빼돌려 창업을 하면서 사업이 다시 고꾸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그답게 그 역시 순리대로 받아들였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보여준 비전이 부족했다 여기며 좌절하기보다는 미래를 보기로 했다. 

 


생존을 위한 돌파구, 해외 시장에서 찾다 

국내에서 이어온 사업만 8년. 그럼에도 빚만 남았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그는 ‘생존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유일한 고객이 ‘디스커버리’라는 다국적 방송사의 싱가포르 지사였는데 한국어 물량만을 수주할 때였어요. 영어/한국어만을 서비스하는 SLP(Single Language Provider)로는 계속 가격 경쟁과 고객 횡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겠다 싶었고,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당시 다국적 방송사의 아시아 지사 70%가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었고, 그곳에는 다국어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국어 회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싱가포르 진출 초창기에는 고객을 찾아 발로 뛰어다녀야 했다. 그러던 중 찾아온 기회가 소니픽처스와의 만남이었다. 한국의 방송사와 콘텐츠 계약을 맺고 한국 콘텐츠 전용 다국어 채널을 개국한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그간 자막 처리 기술뿐 아니라 일반 인터넷망을 이용해 고용량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도 확보해 둔 터라 소니 쪽에서 원하는 것 이상을 제안할 수 있었고, 수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처음 수주한 언어가 한국어-말레이시아어 더빙이었는데 당시 말레이시아에는 지사가 없어 하청 업체를 세팅하고 개국을 준비했죠. 그런데 업체 품질과 납기에 문제가 많아, 개국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해당 업체와 계약을 파기하려 했는데 당시 말레이시아에 가 있던 저희 직원을 위협하기까지 했죠. 하청 업체 회장을 방문해 무릎을 꿇고 빌었던 일화도 있어요.”


결국 그는 개국에 성공했고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이후 해당 방송사가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진출하며 지사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제는 역으로 싱가포르 내 고객사에 다언어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SLP에서 MLP(Multi Language Provider)로 한 단계 도약한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가 10여 개국에 지사를 둔 아시아 내 가장 규모가 큰 업체로 성장했다. 그때까지 외부 투자를 전혀 받지 않고 20% 이상의 이익을 내는 건실한 성장이었다. 

 


단순 번역 기업이 아닌 테크 기업으로, 세계를 선도하다 

그는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한발 앞서 대응했다. 미디어 시장이 유료 방송에서 OTT 서비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흐름을 포착하고 2016년 미국에 지사를 세웠다. 그의 예측대로 OTT의 물결이 가속화되자 탁월한 번역 품질과 서비스로 전 세계 OTT와 영상 제작업체들이 먼저 그를 찾아왔다.


“넷플릭스가 미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 론칭을 준비할 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저희에게도 문의가 왔어요. 뒤늦게 넷플릭스의 현지화 업체로 합류하게 됐죠. 하지만 기존 방송사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하청 업체들의 품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또 클라우드를 통해 하청사와 본사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등,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기술 대응을 요구했습니다. 초기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오류와 내부 품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들이 있었어요. 오류가 나는 모든 경우를 자체 클라우드에 자동 검수 기능으로 개발해 모든 오류의 경우를 자동으로 경고하는 기능을 만들었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저희는 2년 이내에 넷플릭스의 벤더 중 가장 우수한 품질을 내는 NPV (Netflix Preferred Vendor) 올해의 상을 두 번 수상했습니다. 지속 신뢰 관계로 이어졌고 저희는 사업 영역을 자막, 더빙을 넘어서 콘텐츠 편집과 마스터링 등까지 확장했고 성공적으로 넷플릭스의 글로벌 사업 론칭을 도우며 동반 성장했습니다. 저 역시 우수한 기술뿐 아니라 기업 문화 등 무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현무 동문은 ‘우리는 테크 기업’이라고 말한다. 결국 성장의 바탕에는 기술에 대한 그의 아낌없는 투자와 관심이 있었다. 전 세계 OTT와 방송사마다 각각 수천 개의 표기 가이드라인이 있고 동시에 수천 명의 다국적 작가들이 여러 언어로 번역을 하는 상황에서 모든 작업자들이 동시에 번역, 자막, 감수 과정을 한 화면에 모여 공유하며 일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은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이다. 


“일반 방송물이나 시리즈물은 창작적인 면도 있지만 예산도 적고 물량이 많기 때문에 공급망 관리의 영역에 가까워요. 월간 수만 편의 영상물을 번역한다는 것은 유능한 작가 확보도 필요하지만 결국 균일한 품질을 관리하고 프로세스를 최대한 자동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안녕하세요, 와 같은 문장은 사실 창작적 요소가 많지 않죠. 결국 효율화 측면에서 보면 이런 부분을 AI를 통해 자동화해서 번역가들이 보다 창작적인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 단순히 비용 절감뿐 아니라 품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기부터 기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늘 현재 규모의 5배가 돼도 문제없도록 미래 지향적인 기술 자동화에 투자를 해 왔습니다.” 


이런 경쟁력은 이미 넷플릭스, 소니, HBO, 디즈니 플러스 등 세계 유수의 OTT 자회사들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증명됐다. 그의 회사는 현재 전 세계 34개국, 67개 지사를 갖추고 한국어에서 아프리카 통가어에 이르기까지 100여 개의 언어로 콘텐츠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에는 유럽 1위 사업자 BTI 스튜디오를, 2021년에는 미국 1위 사업자인 SDI미디어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아이유노의 연례 고객 감사 행사에서 연설 중인 이현무 대표, 미국 할리우드)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삶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온 그의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그가 겪은 여러 실패들을 이겨낸 여정이다.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그의 낙천적인 면모, 그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미래 지향적인 시야에 더욱 놀라게 된다. 그의 삶의 철학과 닿아 있는 지점이다. 그는 삶의 모토를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 단어는 존중, 변화, 그리고 끈기입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존중은 실로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죠.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것인데 존중을 통해 마음을 얻어 내면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또 누구나 배움이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작은 성공을 맛보고 나면 배움을 멈추고 기존의 지혜와 지식을 통해 모든 문제를 보려고 합니다. 성공의 가장 큰 적은 성공이라고 하잖아요. 변화를 수용하고 치우치지 않은 균형 감각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 기꺼이 배우고 시도하는 것은 사업을 떠나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데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어떤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들 하죠. 집념은 모든 성공한 사업가들의 가장 큰 덕목 같습니다.”


그의 모토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무엇인가를 이뤄 내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긴다. 늘 어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살기보다는 무언가를 이루면 다시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꿈꾸며 최선을 다해 이뤄 나가는 과정, 그러면서 실패해도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과정 자체, 매일 새롭게 나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도 은퇴를 하고 평온하게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기도 하겠지요. 사실 그런 날이 기대가 된다기보다는 두렵습니다. 그 지루함을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때 또 저를 열정에 불타오르게 할 무언가가 나타나겠지요. 그때까지 이 과정 자체를 충분히 즐길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발 앞서 도전하고 성취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의 폭을 넓히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충분히 도전해 보길 권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만의 영역이 있기 마련입니다. 인간을 이해하는 공감과 세상을 읽어 내는 지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 내는 대인 관계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해 온 세대일수록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스스로를 박스 안에 가두지 말았으면 해요. 어찌 보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생활, 다양한 인간관계와 경험에 투자해 보세요.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받아들여 나만의 사고방식과 철학, 세상을 읽는 시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책보다는 직접 부딪혀 꺾여 보는 삶, 나쁘지 않습니다. 인생을 너무 조심스럽게 정도만을 걷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은퇴를 하고 보내게 될 평온한 일상이 기대되기보다는 지루할 것 같아 두렵다는 이현무 동문. 그러나 그는 또 열정을 다할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 과정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 틀림없다.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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