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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더 크게, 더 깊게 시장을 통찰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05-25

더 크게, 더 깊게 시장을 통찰하다 

국내 IB 업계 최초 의료인 출신 바이오헬스케어 금융 전문가, 한종수 신한금융투자 수석 매니저(의학 04)



바이오산업의 성장, 각광받는 의료인 출신 금융인 

최근 성장성이 높은 산업 분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다. 그만큼 금융 투자 시장에서 이 섹터는 다이내믹한 성장과 변화를 겪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공개, M&A, 유상증자 등의 이벤트가 줄을 잇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기술집약적인 특수 분야인 만큼,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역량을 갖춘 기업금융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의학, 약학 등을 전공한 의료인들의 금융 분야 진출도 늘고 있다. 우리 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한종수 동문이 대표적인 사례. 그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투자금이 오가는 기업금융 분야에서 일하며, 국내 IB(Investment Banking) 분야 최초 의료인 출신 기업금융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경영이 흥미로웠던 의대생, 다른 길을 찾다  

의대생에게 의사 외의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은 흔하지 않다. 입학 직후부터 의사 양성에 특화된 커리큘럼, 많은 지식을 배우고 소화해야 하는 과정만으로도 녹록지 않은 캠퍼스 생활이다. 하지만 한종수 동문은 대학 시절 조금 다른 진로를 꿈꿨다.


“학생 때 새터를 갔는데 그때 선배 몇 분이 의료보험 등의 의료 시스템 문제나 한계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궁금해졌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까 도서관에서 의료보험 제도와 같은 의료 시스템에 관련한 책을 찾아보게 됐죠. 그러다 서가의 같은 섹션에 있는 ‘의료 경영’ 책자도 보게 됐어요. 의료 컨설팅 회사에서 발행하는 책자였는데, 전문 지식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분석하는 ‘컨설팅’이라는 업 자체가 멋있어 보였어요. 사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지식을 탐구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일을 좋아했었거든요. 소위 아는 척이라고 할까요? (웃음)”

  

하지만 의대생에게 ‘경영’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막연했다. 제약회사 등 기업에 진출해 있던 선배들을 찾아가 묻기도 하고, 스스로 의대 내에서 경영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관련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본과 2학년 방학 때는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 본과 4학년 때는 경영대학에 있는 BIT(Business Innovation Track, 경영혁신학회)에 들어가 활동하기도 했다.


본과 졸업 후 친구들은 인턴 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는 1년간 해외에서 다른 경험을 쌓았다. 의료 선교를 간 선배를 따라 말라위 선교병원에서 6개월, 당시 WHO(세계보건기구)에 파견을 나간 김소윤 교수님(현 의료법 윤리학과) 밑에서 6개월을 지냈다. 그는 해외 선교병원조차도 자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돈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미국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 기업 ‘싸이퍼롬’의 창업자인 서울대 의과대학 정보의학실 김주한 교수와 함께 창업을 시작했고, 석사 과정도 병행했다. 


    

바이오산업과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우다 

창업 비즈니스를 2년 반 동안 경험하고 그만둘 때가 31살. 의대를 졸업해 자격증을 딴 의사이지만 전문의는 아니고, 본격적으로 연구자로서의 꿈을 꾸지는 않지만 석사 학위는 있는, 다소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한종수 동문. 의료인들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출할 때 대개 거쳐가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기에는 나이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경력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간의 경험들,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의학이라는 전문성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해졌다. 바로 ‘BD(Business Development, 사업 개발)’였다. 새로운 사업 기회, 파트너십을 발굴하는 등 BD의 역할은 보다 큰 그림, 거시적인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 전반에 얽혀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찾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입사했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의약부에 계시던 선배님께 BD를 하고 싶다고 하니 여기서 3년 일하면 BD를 할 수 있다고 하셨죠. 그런데 입사하고 나니 BD팀이 해체됐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의약부 메디컬 쪽에서 일했고 이어서 내부 컨설팅 역할까지 맡게 됐어요.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등을 분석하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일이었는데, 내부적으로도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1년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한 임원분께서 커머셜 부서에 추천해 주셨어요. 상업화 전략 쪽을 해야 BD를 할 수 있다는 조언도 해 주셨죠.”


상업화 부서에서 했던 업무들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수많은 출장 길에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만나고 함께 토의, 조율하면서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구조와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입사 3년 반 정도가 지나자 그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BD 역할이 주어졌다.


“제약 쪽의 BD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킹 기반이에요. 사실 미국 유명 메디컬 스쿨 출신이 갖는 네트워킹의 강점이 잘 발휘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만 공부한 이들이 갖기 어려운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새로 배우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BD 팀의 임원들께서는 저를 뽑으셨죠. ‘근성’이 있어서 뽑았다고 해요. 탄탄한 백그라운드가 다 갖춰져 있어도 쉽게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거든요. 사실 근성 하나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좋았습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기업금융 전문가로 도전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의 경력을 기반으로 한종수 동문은 산업의 기본이자 중심인 금융 분야에 뛰어들었다. 현재 그는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본부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부문 수석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기업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주는 중간자적인 역할이다. 기업금융은 일반적으로 회사채 발행인 ‘DCM(Debt Capital Markets)’,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ECM(Equity Capital Markets)’, 기업 공개인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 합병인 ‘M&A’로 나뉜다. 한종수 동문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기업들과 관련해 이 네 가지 영역에서 두루 활약하고 있다. 직접 회사 대표나 임원을 찾아 딜을 따기도 하고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관련 회사의 이슈가 있을 때 다른 팀과 동반 영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IB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포지션이에요. 해외에서는 헬스케어, 리테일, 뱅킹 등 영업 조직이 산업 섹터별로 구분돼 있고 영업을 하는 RM(Relationship Manager)은 해당 섹터의 기업이 돈이 필요할 때 회사채 발행이든, 유상 증자든, 혹은 IPO나 M&A든 모든 딜을 진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을 하다 보니 대개 기업별로 영업 담당이 나눠져 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ICT나 바이오 등의 산업에서 작은 기업들이 각광받으면서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했죠. 뜨고 있는 산업인 바이오 기업의 창업자들 대부분은 교수님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고객사와 소통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해졌죠. 그래서 이곳(신한금융투자)에서도 성장 및 특수 사업에 한해 섹터별 기업금융 조직을 신설, 관련 전문 인력을 채용했고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전문 인력으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요.”


이제 기업금융 업에서의 경력 1년여. IB 업계 최초로 시도된 역할이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그가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 구체적으로 그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는 더욱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동료들에게도 먼저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먼저 다가서려고 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리서치 센터에서 일하느냐?’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예요. 새롭게 시도되는 역할이다 보니까요. 그래서 제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한발 먼저 서포트해서 고객사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신뢰를 쌓고 제 자리를 잡아 나가려 했습니다. 또 그 과정이 재밌기도 했고요. 어쩌면 안정적으로 한 기업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내에서 다양한 딜을 경험하는 만큼, 불안정적인 포지션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자율적으로, 여러 경험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다른 분이 바이오 기업의 IPO를 담당한다고 하면, 가서 먼저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 공동 영업도 할 수 있고요. 바이오 기업 대표님들을 함께 가서 뵙고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얘기들을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제가 의료 분야를 잘 이해하다 보니 고객사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기도 해요. 제 전문성이 더해져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 보람도 큽니다.” 



통찰력 있는 솔루션 제시가 영업 전략 

한종수 동문은 결국 그가 ‘잘 아는 것을 전략적으로 잘 파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영업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내 대기업에서부터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각기 다른 지식과 눈높이를 가진 고객사를 만나야 하니 그는 결국 ‘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똑똑해지는 게 가장 어렵죠. 사실 고객사 현업에 계신 분들이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경우도 많고요. 우리 기업, 우리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통찰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저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의미 있는 정보를 주는 사람, 전략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람이 돼야죠.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인 출신으로서 제가 이 일을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일하며 느꼈던 것은 신약 개발의 경우 초기에는 기초과학이 중요하지만 어느 단계 이상에서는 ‘시장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시도되고 있는 많은 바이오 기술 기반 제품들이 해외에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더 좋은 약이 될 것 같았지만 임상에 들어가고 데이터가 나오면 한계가 보이죠. 처음 설계부터 시장 트렌드, 경쟁 구도 등 좀 더 거시적인 것들을 바라보고 틈새를 찾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전략적인 부분의 정보나 통찰을 말씀드리곤 합니다.”


한종수 동문은 이의 일환으로 분기별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시장의 트렌드 분석 리포트를 만들고 있다. 사실 주로 증권 종목 기반 분석을 하는 사내 리서치 센터에서도 하지 않고 있는 일이다. 어쩌면 당장 눈앞의 성과로 다가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는 이런 거시적인 관점의 인텔리전스야말로 고객과 자신의 윈윈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기존에는 그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들리는 이야기들로 정보를 수집했죠. 일부 대기업은 이런 분석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사실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하고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요. 그렇다고 컨설팅사를 쓰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여러 상황을 고민해 보면서 이 리포트를 만들게 됐어요. 사내, 대기업 및 중견, 중소 고객사, 투자자, 타 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배포합니다. 보시고 좋았다고 얼굴 한번 보자는 대표님들의 연락을 받을 때도 있어요. 저 스스로도 산업 동향이나 시장 정보들을 항상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죠.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그래서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일, 그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연세 동문 네트워크는 또 다른 경쟁력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식, 통찰력과 함께 한종수 동문이 가진 또 다른 영업 자산은 연세의 동문이라는 점이다. 영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고 그 사이에서 쌓인 신뢰를 통해 일은 확장된다. 늘 고객들을 만나려 한다는 그의 또 다른 영업 비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동문 네트워크다.


“투자자들을 통해 고객분들을 많이 소개받기도 하는데 제가 활동했었던 경영혁신학회 분들이 VC 등 투자 업계에서의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사를 소개받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는 의대 동문 선배님들이 메디컬 쪽 임원으로 자리 잡고 계십니다. 그분들께 먼저 찾아뵈면 만나 주시기도 하고 제게 도움이 되는 인맥을 소개하거나 조언을 해 주시곤 합니다. 사실 기업 임원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요. 무엇보다 든든한 것은 앞선 선배님들이 사회에서 길을 튼튼하게 닦아 주셨다는 거예요. 선배님들이 실력이 좋고 신망을 얻고 계시기 때문에 후배들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세가 제 삶과 네트워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요즘 이 일을 하며 체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그래서 요즘 ‘선배님들 덕에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한종수 동문은 앞으로도 금융 분야에 몸담으며 고객사에게 가장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어떤 환경 속에서도 고객사의 신뢰를 받는 전략적인 의사결정 파트너가 되고 싶다. 또 나아가 시장의 큰돈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어쩌면 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꽤 현실적이지 않은 진로를 선택한 한종수 동문. 혹시라도 그의 대학시절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그가 만들어 온 길은 그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응원이 될 것 같다. 그 역시 자신의 길을 바탕으로 앞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성장과 발맞춰 IB 내 헬스케어 금융 전문가 모델을 만들고 싶다.


“되돌아보면 많은 시간들이 의미도 있었지만, 스스로 참 무모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처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무조건 도전해 보라는 말 대신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리스크를 안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물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는 갖춰야 하지만요. 또 이 분야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지적 탐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식, 정보에 대한 욕심, 고객보다 내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나 고객에 대응해야 하고 또 고객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한종수 동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린 시절 막연히 꿈꿨던 바로 그 일’이라고 한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면서 내 영역을 확장하고 또 이를 통해 통찰을 나누는 일. 평범하지 않은 그의 선택은 이 꿈과 이어져 그의 생애 가장 큰, 성공적인 딜(deal)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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