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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돈’ 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04-25

‘돈’ 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유튜브 ‘소비더머니’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MBC 조현용 기자(법학 02) 



소비 뒤에 숨은 부(富)의 비결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요즘 같은 시대, 부를 일구고 무언가 이룬다는 것은 이미 기반이 갖춰진 사람이나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세대를 넘어서 어떤 것을 성취한 사람들 다수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도 시도할 수 있는 뭔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시도해 보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풀어내 주는 이가 조현용 동문이다. 그는 소비로 상징되는 브랜드 그리고 기업의 성공 뒤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의 소비 뒤에 숨은 이야기에 매료된 많은 이들이 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업로드를 기다린다. 



나를 깊게 탐구한 대학 시절 

“꼭 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일하러 나가시면 혼자 집에서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신문의 모든 지면을 다 읽곤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또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법학을 전공한 것은 사실 용기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에 대한 깊은 고민보다는 ‘나도 사법고시를 볼 수도 있겠다.’ 정도의 생각이 있었죠.”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소비더머니’ 유튜브를 보면 그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달하는 기자가 천상 직업 같다. 주로 브랜드와 기업의 이야기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통해 재미있고 조리 있게 전달하고 시청자와 활발하게 소통한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이 꼭 맞는 직업을 찾기까지 그는 대학 시절 자기 탐구의 시간을 보내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학과 과목에는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현실적인 문제들로 수년간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사법고시는 요원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컸던 그는 전공 과목 외에도 인문, 정치, 경제, 음악 등 여러 교과목을 수강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자신을 찾아갔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학 시절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그저 호기심 따라 여기저기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좀 더 세상에 대한 관심이 충족됐던 것 같아요. 특히 정치외교와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 번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께서 저한테 ‘왜 자꾸 와서 수업을 듣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남성 합창단인 ‘글리클럽’에서도 활동했고, 여행도 다니면서 연세 캠퍼스에서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3학년이 돼서야 진로를 고민했으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진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할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대학 생활이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대학 3학년이 지나 조현용 동문은 자신이 잘하는 말하기, 듣기, 쓰기와 관련한 일을 찾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상남경영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에 공부를 하며 준비한 결과, 졸업 전 합격했다. ‘그저 나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았고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언론 고시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던 방송국 기자가 된 것이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다 

방송국 기자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6개월간의 수습 기간 중 밤을 새는 일이 다반사였고, 더러는 3주에 한 번 집에 들어가기도 할 만큼 바쁘고 혹독하게 몰아붙이는 트레이닝 문화 때문에 회의감도 들었다. 하지만 기자의 일 자체는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많이 읽어야 하고 쓰게 됐기 때문이다.


조현용 동문은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두루 거쳤다. 수많은 취재 현장을 발로 뛰었고 누구나 기억하는 재해, 큰 사건 현장들에도 그가 있었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쓰나미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빠르게 뉴스를 전했다. 그 현장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것도 그였다. 기자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최초 보도’와 같은 보람 있는 수식어도 남았지만 그는 온 감각이 쭈뼛 서는 긴박한 현장에서 삶에 대한 고민을 느끼기도 했다. 또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치다 보니 마치 여러 직업을 가진 듯했다. 


“직업이 매번 바뀌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부서에 따라 다른 경험들을 하다 보니, 한 곳에 소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제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세상을 보는 ‘관찰자’가 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전 관찰자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어요. 많은 기사에 의도가 담기기 마련이지만 일방적으로 주관이 들어가는 정보보다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팩트만 조합해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또 그것이 하고 싶었고요.”


관찰자로서 TV 보도기자 시절 내내 그가 지키고자 노력했던 것. 그것은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것과도 연결된다. 


“경제부에 5년을 있었는데 원래 경제 쪽을 좋아하기도 했고 더 재미를 느끼기도 했어요. 특히 ‘머니트렌드’라는 꼭지를 하면서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경제 소식을 전하며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회사 파업이 일어났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돈이 제일 정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교집합들이 만나서 현재 ‘소비더머니’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에 도전, ‘소비더머니’의 시작 

2018년 조현용 동문이 디지털 콘텐츠에 도전하며 한직으로만 여겨지던 디지털 부서에 자원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TV가 중심인 회사이다 보니 모두가 꺼리는 부서였다. 가족과 동료들 모두 걱정하고 말렸지만 그는 과감하게 선택했다.  


“방송사는 TV가 메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디지털 부서는 주목받지 못해요. 사실 개인적으로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래도 남들이 안 할 때, 오히려 더 늦지 않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디지털 쪽에서 후발 주자였기 때문에 그 경쟁에서도 더 앞서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상황에 휘둘리게 되는 부서보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부서에서 그는 엠빅뉴스 초창기 콘텐츠를 담당했고 당시 구독자는 50만 명, 이후 14F 채널의 한 꼭지였던 소비더머니를 기획해 진행했다. 구독자 100만을 목표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미 100만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부터 소비더머니는 독립 채널로 운영 중이다. 현재 그의 채널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억 회 이상일 만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업로드되는 영상에 달리는 수많은 호의적인 댓글 중, 누군가는 그를 두고 ‘기자 중에서 칭찬 댓글을 받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유튜브 ‘소비더머니’ 화면)


돈과 성공의 뒤에는 미래를 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운영하는 소비더머니는 돈에서 시작한다. 그가 말했던 가장 정직한 돈, 그 숫자 뒤에 있는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가 잘 아는 국내외 기업에서 패션 하우스, 인물, 히트 상품까지. 단순히 기업과 브랜드 소개가 아닌, 브랜드에 얽힌 돈과 사람, 기업의 이야기다. 부의 역사 속에서 그것을 일궈온 사람, 일종의 기업 성장사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 브랜드가 탄생했고 성장했는지 어떤 위기를 겪고 극복해서 현재에 이르렀는지, 이 브랜드가 바꾼 시대 트렌드는 어떠했는지 등 브랜드의 입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론 기업가의 ‘귀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촌철살인 같은 명언으로 이야기를 압축하기도 하며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모두 시청자 관점에서 기획하고 시청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데서 비롯한다.


“소비더머니는 제일 객관성을 가진 ‘돈’에 대한 이야기인데, 보통 언론사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책과 관련된 기사들이 많잖아요. 좀 더 객관성 있고 시청자들의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처음 패션 브랜드 이야기를 할 때도 제가 그 분야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방송에서 소비, 럭셔리 브랜드와 관련한 것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요. 그런 금기를 하나씩 깨뜨려 나가고 싶었습니다.” 


때론 ‘너무 기업 친화적이지 않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시사 프로그램들에서 비판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누가 열심히 일하고 어떻게 성공하는지, 그 이야기가 스스로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특히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벌써 2년여간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 이야기를 해 온 그는 수많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성공을 들여다보며 하나의 공통점을 알게 됐다. 바로 관점의 차이다.


“제 업은 많은 경우에 과거를 가지고 말합니다. 과거의 잘한 점, 잘못한 점 등 생생한 라이브가 아니라 이미 죽은 정보들이에요. 반면 무언가를 만들고 앞을 보는 사람들이 기업과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상황에 따라 안 된다는 이유를 찾는 이들이 많지만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각으로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발견하는 사람들이 뭔가를 이뤄냅니다. 그걸 보면서 저 스스로도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 대학교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어느 학교보다 잘 돼 있는 곳이에요. 그런데 저는 경제적 환경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지나고 보니 정말 하고 싶었던 사람은 무일푼으로도, 어떤 환경에서라도 가더라고요. 그때 내가 관점이 좀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늘 만나는 친구 같은 이야기  

매주 한 번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유명 기업과 브랜드를 다루는 이야기는 자료도 방대하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보고, 묻고, 생각해야 할 정보량이 엄청나다.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도, 잠시 여행을 가고 싶어도 어렵다. 때로는 그냥 ‘멍 때리는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가 지치지 않고 매주 시청자들과 마주하는 것은 이 일을 통해 스스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지속성’을 만드는 것이 사실 참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하나만으로도 스스로 보람을 느낍니다. 단순히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아니라 ‘내가 뚜벅뚜벅 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저에게 미디어가 좋은 친구였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15분 동안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고, 또 재미있고 한 번 보면 ‘피식’ 웃고 넘어갈 정보가 되는, 친구 같은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분주한 와중에도 그는 앞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다큐멘터리 포맷으로 한국인이 화자가 돼 한국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인 화자가 없기 때문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누구에게나 역전의 기회가 있다. 조현용 동문은 대학 시절을 회상하면 연세에서 많은 귀인들을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그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당시 세법을 강의하셨던 박정우 교수님께서는 사회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가수의 노래 가사에 빗대어서 현실에 대한 많은 조언도 해주셨고요. 또 교양필수 과목 강의를 하셨던 김정주 교수님은 제 글을 보시고 ‘계속 무엇인가를 써야 한다.’고 권유하셨어요. 제 재능을 알아봐 주시고 용기도 많이 주셨습니다. 졸업 후에도 종종 캠퍼스에 가는데 많은 추억들이 떠오르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는 우리 대학교에서 만난 귀인들, 또 풍성한 경험들이 자신에게 힘이 됐던 것처럼 많은 청년들에게도 자신의 경험, 자신이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응원하고 싶다. 


“제가 입사할 당시 방송사는 경쟁이 치열했고 모두가 가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 각광받는 일이 10년 뒤에 또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역전의 기회는 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처음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말렸지만, 유튜브가 잘되다 보니 얼마 전에는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메인 앵커도 맡았습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할 예정이고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세상이 변했고 그 흐름에 발맞춘 것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때로는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거나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예요. 저 역시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고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제게도 기회의 순간들이 오더라고요. ‘남의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자기 것’이 되기는 어려워요. 남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지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희망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동문이 ‘소비더머니’를 만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가의 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명언, “도전을 멈추는 것이 가장 큰 실수다.”라고 한다. 조 동문은 그가 좋아하는 이 말처럼 늘 한 걸음씩 작은 도전, 새로운 시도들을 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그의 채널 콘텐츠처럼 차곡차곡 쌓여 시청자들에게 ‘늘 함께하는 친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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