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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춤추는 디자이너, 꿈꾸는 스타트업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2-03-25

춤추는 디자이너, 꿈꾸는 스타트업 

자유로운 사고로 댄스 시장의 혁신을 꿈꾸는 이서희 구스랩스 대표(언더우드국제대학 12)



좋아하는 일, 행복한 길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면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아하는 만큼 그 일에 열정을 가지고 쉼 없이 관련한 경험, 도전을 통해 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채워가며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고 일의 행복을 느낀다. 댄스와 디자인에 진심인 이서희 동문이 AI 기술과 댄스를 결합한 댄스 학습 플랫폼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도 마찬가지다. “보다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도전했다. 



댄스에 열정, 디자인에 진심   

“취미로 7살 때 발레를 배우면서 흥미를 가지게 됐고 힙합 댄스 등 다양한 춤을 배우고 즐겼어요.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거기서도 현지 친구들과 댄스를 했어요. 네덜란드에서는 전형적인 안무 위주의 현대무용을 배웠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친구들과 K-pop 댄스를 했어요. 당시에 한참 있기 있던 K-pop 그룹이 ‘빅뱅’과 ‘소녀시대’였는데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좋아해서 함께 공연도 하고 그랬지요.”


이서희 동문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 동아리 ‘하리’에서 활동했고, 뜻이 맞는 멤버들과 함께 국제캠퍼스 댄스 동아리 ‘Blow’를 만들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디자인 분야에 또 다른 흥미를 느껴 디자이너로서의 진로를 선택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인 이탈리아에 살면서 느꼈던 것은, 디자인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복합적인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실용적이고 좋은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디자인에 대한 궁금증,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그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 언더우드국제대학 테크노아트학부(현 HASS 소속)를 알게 됐다. 테크노아트학부는 디자인과 공학, 경영학의 융합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용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이것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바탕을 융합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서희 동문이 원하는 바에 꼭 맞는 학과였다. 그는 언더우드국제대학에 입학해 정보인터랙션디자인과 문화디자인경영을 복수 전공하며 UX디자이너가 되고자 결심했다. 



대기업 UX디자이너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도전 

댄스, 디자인 등 자유롭고 창의적인 것들에 관심을 둔 이서희 동문은 졸업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효율성과 시스템을 상징하는 ‘대기업’ 입사가 의외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동문에게 삼성 입사는 자연스럽게 이어진 일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삼성 디자인 멤버십’ 과정에 참여해 UX디자인의 실제를 경험하며 전공 분야에 더욱 큰 흥미를 갖게 됐다. 사용자 경험에 방점이 있는 UX디자인은 결국 IT기기와 같은 일상 속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기에 스마트 기기와 접목한 디자인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삼성 디자인 멤버십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공자들이 분야 간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자율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비롯한 인프라를 지원해 주고 과제를 부여해 학생들이 디자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결과물 발표까지 하게 합니다. 실제로 좋은 결과물은 기업의 실무에 적용되기도 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레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입사 후 무선사업부와 VD(Visual Display)사업부에서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 웨어러블 기기의 UX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렇게 4년간 일하며 업무에 익숙해지자 어느 순간 스스로 ‘다음 단계’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디자인도, 댄스도, 학과 과목도 그전까지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분야들을 선택하고 파고들었어요. 다행히 제 적성과도 잘 맞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그다음엔 내 앞에 명확히 주어진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 인생에선 무엇을 하고 살게 될까’ 싶었죠. 기업의 일원으로 실무를 하며 좀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전엔 내가 사랑하는 디자인을 주체가 돼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이젠 정반대의 입장이 됐던 거죠.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일하면서 살 텐데 좀 더 주체성 있는 일, 영혼이 들어간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그는 회사를 다니면서 외국어도 배우고 다양한 운동을 배우는 등 많은 것들을 시도하며 “무엇을 해야 할까?”의 답을 찾아가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발굴해 구현,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그가 찾던 기회였다.


“미래의 길을 고민하는 시기를 1년쯤 보내고 친구들과 창업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사내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Lab 인사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도전했지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인 댄스와 연계된 아이템으로 심사를 통과해 육성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어요.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것은 AI 기술을 활용한 댄스 비교 알고리즘 프로그램인데 좋아하는 춤과 관련된 일이라 마음껏 구상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C-Lab 프로그램은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선발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고도화하고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핀오프로 창업을 하게 되면 투자를 연결해 주고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5년 이내에 재입사의 기회도 제공한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스타트업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서희 동문은 C-Lab 프로그램에 참여해 1년간 서로 관심사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했고 지난해 가을 스타트업으로 독립, 스핀오프 했다.




취미인 킬러 콘텐츠로, 온라인에서 배우는 댄스  

이서희 동문이 창업한 스타트업 ‘구스랩스’는 댄스 학습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제까지 늘 당연히 춤은 오프라인에서 전문 댄서에게 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시도다.


“초등학생 때부터 춤을 췄지만 춤을 배우는 과정은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었어요. 영상을 보고 무조건 따라 추는 것이었죠. 독학으로 배우고 싶어도 서포트해 줄 툴이 없었어요. 영상을 보고 춤을 배울 때 동작 자체를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거울과 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따라 해야 했죠.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지?’ 싶었어요. 기술의 도움으로 바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AI를 활용한 댄스 학습 프로그램을 고안한 것이고요.”


AI 기술을 활용한다고 하면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직업을 뺏거나 축소시킨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을 수 있다. 이서희 동문은 이런 지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실제로 전문 댄서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그분들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자신이 수업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음악 시장을 보면 노래는 한 곡을 만들면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계속 활용할 수 있잖아요. 댄스 콘텐츠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더욱 확장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니즈를 반영한 구스랩스의 댄스 학습 프로그램은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초보자를 위한 동작 해설이 안무 영상과 함께 나오는 상세 보기와 원본 안무를 따라 하는 사용자의 모습이 한 화면에 떠, 실시간으로 틀린 동작을 교정할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원본 안무와 자신이 따라 한 동작을 비교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 댄서들이 모여 콘텐츠를 만들고 이들의 안무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융합교육은 혁신의 기반 

이서희 동문은 돌이켜 보면 그가 현재까지 이뤄낸 것들의 많은 부분이 대학 시절의 배움 덕분이라 말한다. 이 동문이 우리 대학교에 입학하던 2012년 테크노아트학부가 개설됐다. 테크노아트학부에서 배운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교육은 첫 입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자,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첫 입학생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정체성 정립과 진로 탐색에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조언해 줄 선배도, 외부 사례도 없었고요. 생소한 학과다 보니 전공을 소개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또 여러 학문이 융합해 있다 보니 한때는 내 전문성은 무엇인지 혼란을 겪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디자인, IT, 경영 전반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출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렇지 못했다면 통합적으로, 현실적으로 사고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아요. 다방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연결해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 대기업에서 사업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더욱 복잡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창업 시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수업을 들을 것 같아요. (웃음).” 


이서희 동문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것을 남다르게 보는 시야와 통찰력은 결국 다양한 배움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었던 캠퍼스, 곳곳의 강의실에서 시작됐다. 그것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혁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댄스를 즐길 수 있도록

구스랩스의 댄스 학습 프로그램은 아직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구체화된 수익 모델이나 가시화된 성과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 때로는 테스트를 위해 같이 춤을 추면서 프로그램을 개선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즐겁다. 이서희 동문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댄스 시장을 혁신할 것을 확신한다. 댄스 콘텐츠를 온라인에 옮겨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댄스를 배우는 것도 있지만 콘텐츠를 보거나 공유한다든지 서로 댄스 배틀을 한다든지 댄스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쉽게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습을 중점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즐기는 것’이니까요. 서비스를 론칭할 때도 학습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먼저 즐길 거리를 제공해 흥미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댄스 게임을 먼저 론칭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서희 동문뿐만 아니라 직원들 모두 춤을 진심으로 즐기는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구스랩스이기 때문에 그 목표는 머지않아 실현될 것 같다. 아무리 보다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꿈꿨다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면서 아쉬움은 없었을까. 이서희 동문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창업을 선택하는 것을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눈앞에 있는 작은 것들을 시도하면서 큰 것을 이뤄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대기업을 만들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면 너무 원대한 꿈이 되잖아요. 지금에 집중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세요. 퇴사한다고,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한다고 그것이 제 인생의 끝이 아니었듯, 계속 도전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면 역량이 쌓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인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서희 동문은 좋아하는 취미, 자신이 실현해 보고 싶었던 디자이너로서의 도전들을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실현해 가면서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다. 즐거운 일은 언제나 삶의 원동력, 도전의 이유가 된다. 춤추는 디자이너로, 꿈꾸는 스타트업의 대표로 성장해 나가는 그의 미래, 그리고 시장에 선보이게 될 그의 댄스 플랫폼이 이끌 혁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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