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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코로나가 앞당긴 미래와 사회복지 존립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12-23

코로나가 앞당긴 미래와 사회복지 존립 

- 소멸 또는 진화의 기로에서

사회복지대학원 김진수 교수



요즘은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어떤 설명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 같다. 모든 뉴스의 첫머리는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로 시작하니 정말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시대가 된 듯하다. 발전된 의학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팬데믹이 중세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을 능가했을 것이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전 세계가 긴장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21세기 초유의 사건이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많은 사람이 질병과 사망으로 내몰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격리와 완화의 반복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경기 침체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은 서로 충돌하는 정책을 유도하고 있으니 해결책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은 의학적 위협과 경제적 위기 

먼저 질병과 사망 관련한 걱정은 현재 코로나 외에도 조류 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만일 제2, 제3의 더 무서운 코로나 변이가 겹쳐서 발생한다면 인류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경제 위기라고 하면 우리 사회는 닉슨쇼크 위기(1971년)와 오일쇼크에 따른 위기(1980년),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까지 네 차례나 겪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다섯 번째가 된다. 이 경제 위기들은 한국에 국한된 것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경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언제든지 겪을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선점 경쟁에서 우리는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거의 동일하게 ‘격리와 완화의 물결 타기를 반복하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처’이다. 우리의 경제 위기 극복 전략은 소위 ‘한국판 뉴딜’로 불린다.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추진과 이를 가속화해 국제적 경쟁력으로 미래 산업을 선도한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되 명확한 선두주자가 없는 첨단 산업을 선점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부강 국가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즉각적인 피해를 보전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실업에 대한 안전망을 확고히 한다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경기회복의 전형적 대응에 사회복지의 확충을 새롭게 추가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회안전망 확충을 포함한 정책을 기존과는 차별화된 정책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유사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거꾸로 보면 과거 우리 정책은 경기부양에만 초점을 두었는데,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가하니 이제야 선진국의 경기부양 정책과 맞먹는 형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추구하는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의 투자를 강화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선점하고 확보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것으로 거의 판에 박힌 듯 비슷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집중해 선점하려는 4차 산업혁명의 영역은 모두가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한데,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문제는 우리의 사회복지 수준이 선진국의 1/2~1/3에 불과하니 사회복지 구축은 우리가 훨씬 모자라는 수준이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희생양을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방비 상태의 미래 사회상, 사회복지는 역할 상실로 무기력한 상황이 될 것 

한편 공통점도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 이후에 관해서는 관심이나 대비가 없다. 모든 국가가 추구하고 앞당겨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에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사회 경제 상황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AI의 세계와 근로자 없는 로봇 생산체제, 1 대 99의 사회... 이와 함께 소득의 극단적 양극화, 노동 시장의 양분화, 소득 개념과 경계의 불명확성과 경계의 모호성... 결국 전체 인간의 입장에서는 훨씬 어려운,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모든 국가가 단기적 경제 위기로 증가한 실업에 대한 대응에는 관심을 두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과정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과 그 시기가 앞당겨지는 데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우려는 찾기 어렵다. 미래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없는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보다 더 정밀할 수 있으며, 포괄적이고 종합적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있게 한다. 공장 노동자가 모여서 일하던 공간에는 아무도 없이 24시간 로봇이 움직인다. 휴식 시간도 필요 없고, 초과근무도 반대하지 않으며, 노조도 없으니 임금 인상 요구도 없고, 파업도 없다. 당연히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다.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을 쓸까, 기계로 대체할까 망설이다가 사회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로봇을 선택할 것이다. 사회보험이 고용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시대가 문 앞에 온 것이다.


상상을 넘어선 현실은, 국민연금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소득에 비례한 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할 수 없듯이 가입조차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입 기간을 계산해서 연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는데, 일해서 소득이 있어야만 가입과 보장이 이뤄지는 구조로 설계된 건강보험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잔재가 될 것이다. 



할 일이 없는 사회에서 사회복지의 방향성은?

생산을 더 활발히 하고 이윤은 극대화되며, 인간은 할 일이 없는 사회에서 사회복지는 무엇을 하는 제도여야 할까? 그저 길거리에 나둥그러진 낙엽 같은 존재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중세의 제도로 회귀해야 할까? 아니면 로마처럼 한 해에 1/3을 강제 휴일로 정하고 이에 적응 못한 인간의 심리 상담이나 정신 치료에 집중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할까? 이를 해결할 사회복지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돼 소멸되거나, 사회복지가 미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로 변화하는 진화 과정을 겪게 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동안 사회복지는 생각보다 단순한 논리로 빈곤과의 전쟁을 수행했다. 빈곤을 예방하고 빈곤 보호와 빈곤 탈출을 돕는 역할에 충실했다. 한 세기 반이 지나도록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효과를 보았고, 종교적 자선과 도덕과 윤리를 넘어서 법적 권리로 확고히 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 경제적 변화가 근본적으로 전환되면서 재정적 위기와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대안을 논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의 어려움이 파도처럼 계속해서 밀려오는데 재정안정과 지속가능성에 급급한 임시방편을 마련하는 데 정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단기적 위기의 파도를 넘어 뒤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해일처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복지의 근본적인 위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오히려 커다란 사회문제를 앞당기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그 결과로 야기되는 미래의 새로운 위험의 가속화 현상에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다.





소멸인가 진화인가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태도가 결정   

이제 사회복지는 빈곤이라는 영역을 벗어나 좀 더 넓고 높은 곳에서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달라진 위험을 미리 간파하고 이를 예방하고 보호하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질이 충만하면 정신도 같이 충만해질 수 있도록 하고, 정신적인 안정감이 사회에 흐르지 않으면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 바다로 갈 수 있도록 정신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사회복지가 빈곤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막연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우리 인류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모든 것의 기본 중 기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류의 존재와 존립 그리고 기본정신은 개인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근본임을 확고히 하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복지의 출발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vol.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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