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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감성을 지닌 인간을 위한 공학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11-25

감성을 지닌 인간을 위한 공학

산업공학과 지용구 교수



상호작용설계(Interaction Design)란?

인간은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여러 가지 사물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인공적인 사물과의 상호작용이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공물의 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가 상호작용설계이다. 상호작용하는 인공물인, 그 대상은 일상에서는 매일매일 사용하는 변기, 침대, 소파, 의자 등과 같은 가구부터 스마트폰, 지능형 자동차, AI 기기, 더 나아가 최근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스마트 공장에서의 기계 또는 로봇까지 포괄하며, 상호작용 연구의 대상이 되는 범위는 매우 넓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어서 가끔 우리는 연구비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연구의 대상만 본다면 그 한계는 없다.


인간과 인공물 간의 상호작용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학문 분야가 상호작용설계에 관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에서부터 컴퓨터과학, 인간공학,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산업디자인 그리고 여러 융합학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저마다 다른 이론과 배경, 기술을 가지고 상호작용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풀고 있다.


공학에 속해 있는 상호작용설계 연구실은 주로 인간과 인공물의 상호작용 효율성과 효과성을 인간공학과 HCI의 이론 및 기법들을 사용해 정성과 정량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궁극적으로 상호작용에 대한 정량적 측면의 향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동차의 햅틱 시트, 스마트폰의 폼팩터, 자동차의 AV 시스템 UX, 택배 차량 설계, 스마트폰의 카메라 감성 향상 연구 등 산업체와의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많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간과 인공물 간의 상호작용 프로세스와 방법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하고 향상하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 인체 생리학적 자료 수집 기법, 인터뷰 기법, 관찰 기법 등을 사용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한 축은 인간이며,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공과대학 내에서는 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s, IRB)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연구실 중의 하나이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높듯이 상호작용설계 연구실에 참여하는 연구원 중 상당수의 참여 동기 역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며, 그중에서도 우리의 현실 속에 급속히 현실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최우선 주제이다. 자율주행의 중심에는 크게 두 개의 축이 있는데 하나는 모두의 관심을 받는 자율주행 기술이며 또 하나는 인간인 운전자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내의 운전자, 그리고 운전자와 자율주행차와의 상호작용, 자율주행차와 주변인들과의 상호작용 등이 주된 관심이다. 인간(탑승자, 도로 이용자)과 자율주행차량의 상호작용을 위해서 NHTSA는 2017년 발표한 자발적 지침(Voluntary Guideline)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언급한 바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운전제어권 전환에 관한 연구를 많이 수행하며,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서 운전제어권 전환 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인들이 주된 주제이다. 또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많은 문제가 되었던 운전자의 감시(Surveillance) 상태와 관련해 비상상황에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운전자는 운전이란 과업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조사들은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디지털화된 자동차 조종석) 도입을 통해 탑승자에게 다양한 상호작용을 제공하려고 개발 중이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의 필수 정보인 클러스터에서부터 센터페시아(Center fascia)의 인포테인먼트까지 디지털화된 정보가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정보의 유형과 중요성에 따라 인터페이스 내 해당 정보의 영역과 위치는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설계는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정보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영향을 준다. 201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삼성전자와 하만, 그리고 벤츠가 각각 디지털 콕핏과 MBUX 하이퍼 스크린을 최초로 선보였고, 차량과 AI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운전자 인터페이스도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자율주행 자동차 내 인터페이스와 관련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제품들이 계속 선보여지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의 도입에 따라 그 변화는 차량 내 탑승자뿐만 아니라 차량 외부의 도로 이용자(보행자, 이륜차 운전자, 수동주행 차량 등)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와 주변인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 eHMI(external Human Machine Interface)라는 수단이 필요하다. eHMI는 외부의 도로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상호작용 수단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주변인들의 의사소통을 위해 연구되고 있다. 차량 외부 디스플레이의 위치, 디스플레이 기술의 유형, 제공하는 정보의 복잡도 여부(텍스트, 심벌, 그림 등) 등이 주요 주제들이다. 또한, 근래에는 차량의 속도나 날씨, eHMI와 주변인들과의 거리 등과 같은 흥미로운 요인들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운전면허증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올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애플카’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동차가 2025년에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인간이 진화해오면서 습득한 본능적 태도를 포함한 행동적·인지적 태도들은 여전히 자율주행 자동차의 많은 개발 영역에서 앞으로도 큰 이슈로 자리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유사하게 상호작용이 중요한 또 하나의 분야는 차세대 스마트 모빌리티로 각광받는 도심 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이다. UAM은 도시 내 또는 도시 간 비행을 통한 운송을 목표로 하는데, 이 역시 성공을 위한 중심에는 사용자가 있다. 사용자인 탑승객의 처지에서 UAM을 이용할 때 헬리콥터처럼 귀마개(헤드폰)를 끼고, 엄청난 흔들림과 진동을 견뎌야 한다면 그것은 단지 놀이동산의 바이킹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될 것이다. 다시 말해, UAM이 사용성 측면에서 만족감을 초과하는 불편함을 일으킨다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도시 위를 날아서 비행하는 것은 대부분에게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이며, 사용자가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리고 이것이 다음 시대에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해 신뢰하기에 충분한 경험과 지각된 안전함, 안락함을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직접적인 사용자인 탑승자 외에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 있다. UAM이 돌아다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실제 UAM을 탑승하지 않더라도, 하늘에 비행체가 떠다니는 것을 항상 보고 듣는 일종의 간접적 사용자가 된다. 처음 드론이 상용화됐을 때, 신기해서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생처음 듣는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이 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할 수도 있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보이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점에 심미적 반발심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상호작용설계의 연구 분야에서는 직접적으로 인공물과 상호작용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용자들도 그 대상이 된다.





인간은 감성을 지닌 동물이다

자동차의 감성 품질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만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모 신문에 다음과 같은 자동차에 대한 칼럼이 실렸다. 칼럼니스트가 유럽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자동차에 앉아서 눈을 감고 대시보드 위를 손으로 만졌을 때 스스로 칭찬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넌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 성공했어!’라고. 하지만 한국 브랜드의 미국형 최상위 모델 자동차의 대시보드 위를 손으로 만졌을 때 스스로 다짐을 한다고 한다. ‘그래 넌 열심히 살아왔어! 하지만 조금만 더 열심히 살자’라고. 한국 자동차가 고객에게 주는 감성적인 품질의 수준이 유럽 브랜드가 주는 감성적 품질,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음을 잘 나타내는 일화이다. 199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 정부 주도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감성공학은 인간의 감성을 존중하고 감성을 분석해서 그에 적합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을 주었을 때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한다. 물론 이 말이 기술적 우월함의 가치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소위 ‘당연적(Must-be)’ 품질로 고려된다. 따라서, 고객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기술은 당연히 우수해야 하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고, 그것에 가치를 더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은 기술이 아니라 또 다른 품질로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것은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사용자의 마음을 흔드는 감성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전통적 제품 경쟁력으로 가격을 중시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가안비’(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건강과 안전을 고려) 등의 새로운 소비 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며, 기존의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과 가격보다 감성이 더 중요한 품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 대해 사용자들이 느끼는 감성에 관한 연구에서는 사진에 대해 사용자들이 중요하게 느끼는 감성적인 요인들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세련되고, 생생하며,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어주는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유행하며 ‘공유하고 싶은 사진’이라는 가치가 주목받아 감에 따라, 소비자는 트렌드에 맞는 그럴듯한 사진, 자랑하고 싶은 사진을 뽑아내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서 고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성적 요인들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하게 기계적인 성능이나 기술적인 우월성만을 내세우는 카메라 폰은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감성은 비단 핸드폰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스마트카 시대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자와 더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차량 내 공간을 주도하게 될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어떠한 정보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감성적 경험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 인간이 인공물과 상호작용할 때 감성을 느끼고 경험하는 정도는 영향을 미치는 관련 요인들을 어떠한 수준으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애니메이션 연구에서도 참가자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의 속도, 애니메이션 효과에 따라 느껴지는 감성을 다르게 평가한 바 있다. 인간의 감성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테슬라, 애플, 구글도 스마트 기기에서 성공한 감성적 접근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카의 사용자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화면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기능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아직은 아쉽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과 인공물 간의 상호작용은 그 방법과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편리해질 수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감성적 영역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제품·서비스의 기술력만을 중시하던 구매자 혹은 사용자는 다양한 가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객의 눈높이와 함께 시장의 변동성은 높아졌으며, 기술의 발전은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호작용 방법과 프로세스에 대한 치밀한 설계의 중요성은 고객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구매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vol.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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