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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마음이 버거운 이들에게 치료받을 용기를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10-22

마음이 버거운 이들에게 치료받을 용기를 

정신 질환의 편견에 맞서는 김지용 정신의학과 전문의(의학 02) 



감기에 걸리면 내과로, 마음이 아프면 정신의학과로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병명들이다. 대중매체 등을 통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정신과 진료에 대한 문턱도 많이 낮아진 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해의 폭이 좁다. 매년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진단을 받을 정도로 정신 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의지가 약해서, 예민해서 걸리는 병, 사회에 해악이 되는 병이라는 오해와 편견이 존재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김지용 동문은 이런 오해와 편견을 깨고 마치 감기에 걸리면 누구나 내과에 찾아가는 것처럼 정신과 역시 마음이 아플 때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그래서 그들이 의학적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어렵게 용기를 내 병원을 찾는 이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외로운 내면의 투쟁 곁에서 힘이 돼 주고 있다. 



자존감을 무너뜨린 회피의 시간 

다른 과 학생과 달리, 의대생은 입학 때부터 진로가 명확하다. 되돌아보면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에 갔던 김지용 동문에게도 이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입학 후 그가 맞이한 현실은 어쩐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수업들, 일등만 하던 학생들이 모인 곳에서의 끊임없는 경쟁과 좌절을 맛봤다. 그래서 공부에 연연하기보다는 그 외의 것들에 빠져 지냈다. 성적이 좋을 리 없어 유급만 두 번을 겪었다. 그는 이 시간을 “회피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제 자존감의 중심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있었죠. 그런데 1등 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의대에서 새로운 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웠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실패의 경험이었어요.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도전하기보다는 회피했어요. 무너지는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 대신 농구나 게임처럼 제가 잘한다는 말을 듣는 일들에 집중했어요. 실제로 제 자존감에 도움이 됐죠. 그러다 완전히 공부를 놓게 됐어요.” 


그렇게 3년간의 시간을 보냈던 김지용 동문. 그러다 두 번째 유급을 맞자 위기감이 밀려왔다. 다른 길로 가기엔 두려움이 컸다. 결국 그는 의대에 남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이는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자연스레 그의 마음속 갈등은 줄었다. 학업 성적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중간 이상의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그렇게 그는 “어쩌다” 의사가 됐다고 말한다.



객관식 세계에서 만난 주관식 나라에서,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되다 

정신과 의사는 사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일이 드물다. 그래서 김지용 동문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정신과 의사가 됐냐는 것이다.


“내과를 비롯해 많은 과들에서는 객관적인 진단 도구나 지표가 정해져 있고, 각 증상에 쓰는 약, 치료법 등의 알고리즘이 대개 정해져 있어요. 그걸 외워서 임상에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답이 정해져 있는 객관식이랄까요. 저는 그런 수업들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정신과 수업은 좀 달랐어요. 진단을 내리는 과정도 복잡하지만 같은 진단명 내에서도 사람마다 발병 요인이나 증상, 치료 방법들이 다 다르죠. 약물뿐 아니라 대화를 통해 사람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일도 매력적이었어요. 객관식 세계에서 유일한 주관식 세계를 만난 것 같았죠. 늘 다른 사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이 길이 질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정신과 전문의의 길로 들어섰다. 다른 과에 비해 편해 보인다는 농담들도 듣긴 했지만, 그 역시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고난의 전공의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 대학교이기에 가능했던 배움들로 수련은 충분히 값졌다. 당시 우리 대학교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신건강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큰 자랑이었고, 아직까지도 ‘마음의 고향’이라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중증 환자, 희귀 사례 등이 많아 어느 대학보다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치료 프로그램을 접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되다는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게 때로는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배우면서 일하는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 가졌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졌다. 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깊은 상담은 판타지였다. 중증 환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고, 신뢰를 얻기도 어려웠다. 환자는 너무 많고 쳐내야 할 업무도 많았다. 환자들과의 씨름으로 지쳐갔다. 학문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산더미였다. 상담보다는 약을 먹게 하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었다. 


“처음 수련을 받을 때, 다들 정신과는 뭔가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데 ‘내과와 뭐가 다른가. 약을 처방하러 정신과에 왔나.’ 하는 회의감과 혼란스러움이 밀려올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을 넘기고 나면 그제서야 깊은 세계를 알게 돼요. 중요한 것은 초짜 의사의 정체성 찾기가 아니라 환자의 회복이죠. 그땐 미숙했기 때문에 이상만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약물치료도 중요하고, 또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껴요. 그리고 그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쉽게 판단하지 말 것, 함부로 추측하지 않을 것 

그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깨닫게 된 또 다른 점은 바로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책을 여러 번 읽을 때마다 그 행간과 메시지가 달리 느껴지는 것처럼 치료 후 몇 년이 지나 상상도 못할 삶을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 실제 그가 잊지 못할 한 환자가 있다. 전공의 초창기 때 만났던 환자다. 입원 당시 만 20세의 대학생, 여섯 번째 입원이었다. 진단은 조현병. 하지만 조울증과 조현병을 넘나드는 것 같았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을 그 환자와 같이 힘들어하며 보냈고 그의 첫 케이스 콘퍼런스 대상이기도 했다. 그 환자의 이력과 부모와의 심층 상담 등을 통해 케이스 콘퍼런스를 준비하면서 김지용 동문은 여러 측면에서 그 환자가 조현병이 아니라 조울증으로 진단된다는 발표를 했다.


“케이스 콘퍼런스가 끝난 후, 조울증의 대가이기도 하시고 이 환자를 조현병으로 진단하신 교수님이 따로 저를 보기를 요청하셨어요. 그리고는 제 판단이 맞는 것 같다며 스스럼없이 인정하셨죠. 그와 함께 하신 말씀이 바로 ‘정신과 진료는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그 환자는 꽤 잘 치료됐고 퇴원 후 5년 즈음이 지난 때 환자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았어요. 퇴원 후 단 한 차례의 재발도 없이 영국의 한 명문대에서 유학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그 환자를 통해 사람은 분명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큰 가르침을 받은 사례였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최대한 내담자의 마음을 함부로 추측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고, 이후 환자들과의 상담, 치료가 늘면서 확신하게 됐다. 오래 만나고 알면 알수록 더 다른 것이 보인다. 분명히 시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쉽게 판단했던 것이 잘못 본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 번 깨닫게 된다. 



정신과 의사의 일과 삶의 균형 잡기 

정신과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늘 환자들의 마음을 들어야 하는 정신과 의사의 정신은 어떨까. 환자들의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진단을 내리기 위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지는 않을까. 


“정신과 진료실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곳이에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진료하는지 알 수 없죠.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갈라파고스 섬과 같은 고립된 존재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항상 다른 의사들과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가장 감사한 것은 우리 대학교의 정신과 수련의 밀도입니다. 다른 의대에 비해 우리 대학교 정신과의 인원수가 많기도 하고요. 트레이닝의 시스템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4년간에 걸쳐 철저하게 의국에서 원하는 의사의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동기, 선후배들과 환자 진료나 심리에 있어 고민되는 점을 말하면 비슷한 지점들이 많아요. 그런 것들이 진료의 균형을 잡게 하죠. 제 인생의 큰 선물이자 자산입니다.” 


정신과 의사의 퇴근길도 때로 힘들다. 환자들의 우울, 상처 등에 귀를 기울이고 매 순간 그 의미를 생각하며 오랜 시간 듣는 일은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린 듯한 버거움이 느껴질 때도 있다. 사실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다. 정신과 의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의 정신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 일에 관한 스트레스를 겪는 환자들에게 전하는 그의 말처럼 자신도 “일 밖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 직장 스트레스가 많다 보면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 일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에 가서 잠을 자려고 하면 ‘그 약을 더 처방했어야 했나? 어떻게든 입원을 더 시켰어야 됐나?’ 그런 고민들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깨닫게 됐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요. 진료실에서 그분들과 같이 있을 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려야 하지만 진료실 밖을 나온 순간은 다음 진료에 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죠. 제 삶에도 큰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정신 질환의, 편견에 맞서는 그들의 방법 

수년간 환자를 만나며 그는 화가 났다고 한다. 분명히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데 그저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망설이다 병을 키우고 키워 심각해지고서야 병원을 찾는 이들을 수없이 봤다. 정신과 약은 끊을 수 없고, 취업에도 불이익이 있다며 과도한 공포감으로 투약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도 많았다. 동기들 역시 자주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가 동기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2017년 시작한 팟캐스트 <뇌부자들>은 이런 현실에 대한 분노와 한탄에서 시작됐다.


“다들 계속 한탄만 하기는 싫었어요. 한탄이 쌓이고 좌절이 반복되면서 확실히 알게 됐죠. 정신 질환을 향한 공포와 편견은 ‘몰라서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당연한 일이었죠.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나 지식을 최대한 정확하고 쉽게 전달해야 모르는 사람이 줄고 사회적 편견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팟캐스트는 녹록지만은 않았다. 진료를 끝내고 시간을 쪼개 주제를 고민하고 대본을 직접 작성하고 녹음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과연 우리 방송을 들어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이 이어졌다. 구독자가 점점 늘었고 급기야 한 달 만에 아이튠즈 전체 차트 2위에 랭크됐다.


“이 폭발적인 반응은 정신과의 문턱이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간 우리가 듣고 보아왔던 것은 모두 병원 안의 이야기였고 <뇌부자들>을 통해 병원 밖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요. 그곳에는 아직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 수많은 분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계셨어요. 2019년에 가장 사랑받은 팟캐스트 베스트 20에 선정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아직까지 분에 넘치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여전히 정신과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수년 전에 비하면 요즘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이 무너졌고,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그 변화에 아주 조금은 일조했다는 보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이들은 정신과 치료 대신 굿을 하고 약물 치료의 효과를 믿는 대신 과도한 공포감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김지용 동문은 앞으로도 계속 그간 해오던 이야기를 무던히 전하고자 한다. 


“사실 요즘 오은영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주목을 받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정신과에서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아요. 계속 대중을 향해 이야기하시니 어느 순간 진심이 통했고 그래서 파급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몇십 년째 우리의 이야기를 안 들었던 것이죠. 사실 <뇌부자들>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안 들어 본 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다음 단계의 고민에 앞서 우리가 강점을 가진 이야기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불안의 시대, 현재에 집중하기 

그가 최근 낸 책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의사의 삶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들로 채웠다.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정신과 의사도 자기 인생에서 좌절하고 헤매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 단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배웠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인생의 방향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길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며 겪은 경험과 느낀 감정을 털어놓았다.


책을 내고 놀랐던 것은 정신과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 정신과를 전공하고자 하는 의대생들이 편지를 보내고,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들에게 필요했고 어쩌면 가이드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사실 팟캐스트, 유튜브, 강연으로 바쁜 와중에 책까지 낸 것은 각 매체를 선호하는 타깃층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기를, 마음의 어려움을 가진 누구나 쉽게 정신과를 찾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때론 후배들을 위한 자리에 참석하기도 한다. 일반 의사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피부과 이민걸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의사로서 임상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후배들을 위해 해 줄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고 하셨죠. 너무 반갑고 뿌듯했어요. 그곳에서 저는 의대 입학 시절 방황했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했어요. 의대생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자존감의 폭락에 매몰될 수 있겠지만 인생은 이것만이 아니라는 것, 성적 외에도 많은 능력을 가졌다는 것. 자기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것은 많은 청년들에게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진료실을 찾는 이들 중 다수는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들이다.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린다. 미래에 대한 공포에 오늘을 희생한다. 많은 명문대생들은 이 타이틀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 그들에게 김지용 동문은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명문대생이라는 타이틀도 누가 선물한 게 아니에요. 내가 얻어낸 하나의 큰 성과죠. 스스로를 충분히 칭찬하고 격려했으면 합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게 바라봐야 또 다양한 것들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좁은 세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새로운 기회들을 찾아 나갔으면 합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 그대로 충분하다  

다들 자존감에 매달린다. 역시 불안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끊임없이 안심할 수 없게 한다.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다. 그는 진정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는 공부, 성적 몇 점, 대기업 등이 척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아야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너는 너 그대로 충분하다”라는 것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을 지속하면서도 의사로서의 본분을 늘 잊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기도 해요. 많은 기대를 하고 진료실을 찾으시죠. 때론 기대만큼 실망도 안겨 드리긴 하지만,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의사가 되는 것이 제가 진짜 할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달 이상 대기하는 예약은 잡지 않아요. 다른 의사에 비해 치료 능력이 뛰어날 이유가 없는데 6개월 이상 기다리느니 빨리 다른 곳으로 가서 치료받는 게 낫죠.”


정신과에 와서 상담 치료를 하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김지용 동문. 다른 사람을 탓하는 쉬운 길 대신, 나와 타인의 마음에 의문을 품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환자들을 대면하는 ‘지금, 이 순간’, 이 진료실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늘 마음에 새긴다.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정신과 의사로 사는 것이 목표. 과한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70점짜리 의사’로 지치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됐다지만, 정신과 문턱을 넘는 환자들의 마음의 답을 찾기 위해, ‘마음을 들여다볼 특권’을 허락받은 직업에 감사한다. 


 

vol.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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