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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달 시장 혁신에 도전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10-22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달 시장 혁신에 도전하다

로봇 배송의 미래를 여는 혁신가, 뉴빌리티 이상민 대표(천문우주학 16) 



스타트업계의 라이징 스타 

창업한 나이가 21살, NASA 주관 대회에서 항공우주 부문 대상 수상, 2021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선정, 자율주행,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수십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대표. 화려한 이력이 돋보이는 이상민 학생은 한국 스타트업계의 라이징 스타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뉴빌리티’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봇 기술로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 ‘사람이 하는 배달 서비스’.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 ‘미래 시장’을 발견하고 로봇을 통한 배달 시장이 곧 도래할 것이라 믿었고 도전했다. 그리고 이제, 로봇이라는 새로운 모빌리티가 만들 배달 시장의 혁신은 점차 가까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배달비, 위험한 배달 오토바이의 질주 등 현 배달 서비스의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쉬워 보이지만,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우주에 매료되다 

이상민 학생은 사실 로봇보다는 ‘항공우주’에 매료된 학생이었다. 2013년 나로호 로켓 발사를 보고 막연히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언젠가 우주 발사체를 만드는 로켓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 때론 우주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했고, 관련 책을 탐독하고 매일매일 우주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흥미롭고 새로운 세계였다. 그 세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해 보기로 했다. 


고등학교 시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모아 ‘한국청소년항공우주학회’를 결성, 초대 회장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30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모여 1년에 한 번 학술대회를 열고, 연구 주제를 선발해 회비로 지원했다. 당시 우연하게 우주정거장 화장실의 잦은 고장 문제를 알게 된 그가 원심분리기 원리를 이용한 나선형 변기 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함께할 수 있는 팀원들을 찾은 것도 이 학회에서다. 이 아이디어는 NASA에서 주관한 경진대회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를 필두로 하는 학회의 활발한 활동은 NASA 교육국의 관심을 끌어 우주인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벅찬 기회도 가졌다. 그저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했을 뿐인데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항공우주에 대한 흥미는 값진 경험들로 채워졌고 자연스레 우리 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입학으로 이어졌다. 



로켓에서 로봇으로, 삶의 전환점이 된 로켓 동아리

우주항공 공학자가 되고 싶었던 이상민 학생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로켓을 만들어 보는 일. 하지만 캠퍼스에서는 이를 경험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 나섰다. 소형 로켓을 만드는 ‘로켓 동아리’를 결성하고 회원을 모집했다. 어쩌면 다소 전문적인 공학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는 누구에게나 문을 활짝 열었다. 


“과를 가리지 않고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지원받았어요. 로켓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꼭 전자과나 기계과 학생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로켓을 디자인하는 디자인과, 행정적인 문제를 도울 경영학과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융합’의 시너지가 가장 필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소형 로켓이라 할지라도 개발하는 데는 적어도 3~4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그러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알게 됐다. 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했던 것일까. 재단에서는 5천만 원과 사무 공간을 지원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응원했다. ‘투자’라고 했지만 이상민 학생은 사실은 ‘그저 믿어 준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힘입어 로켓 개발도, 하고 싶은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기도 하면서 견문을 넓혔다. 그리고 어느새 재단 지원금 5천만 원은 바닥을 드러냈다. 돈을 벌어야 하니 온갖 대기업 기술 외주 작업을 했다. 동아리였기에 ‘우리가 관심 있고 재미있는 일이라면 하자’ 싶었다. 지게차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고 NASA 우주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건설용 3D프린터도 만들었다. 자율주행 기술로 실무진에게 인정받으며 자신감이 커졌고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다는 결심에 힘이 붙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투자자를 찾는 일. 각종 벤처투자사에 메일을 보내 투자를 요청했다. 


“우리의 경험들을 정리해 여러 투자사에 보냈지만 연락이 온 곳은 ‘퓨처플레이’가 유일했어요. ‘자율주행 기업인 ‘만도’와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는데, 기술적으로 잠재력이 있을 것 같다. 그간 해 온 일들과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 투자유치 발표회까지 사흘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3일 밤을 새우며 준비하면서 떠오른 것이 상암동에서 본 자율주행 로봇이었고, 이 아이템으로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어요.”


당시 심사를 했던 벤처투자사와 만도에서는 “떨어질 것 같아서 높은 점수를 줬다.”며 비화를 전하기도 했지만 단지 사업 아이템이나 기술뿐 아니라 이 반짝이는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잘 성장시켜 보겠다는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었을까. 




로봇 배달 시장의 잠재력을 발견하다 

그렇게 현재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를 창업, 운영하고 있는 이상민 학생. 항공우주 분야와는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듯싶지만 들여다보면 연계돼 있다고 말한다.


“로켓 사이언스는 매우 어려운 학문이에요. 로켓은 다양한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 자동차, 로봇 등 ‘우리가 못할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상암동 자율주행 특구에 갔고, 그곳에 배달 로봇을 하는 회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학교에서 초소형 인공위성을 만들며 경험했던 위성 영상처리 기술을 활용하고 로켓 제어를 하던 친구는 로봇 제어를 하는 등 그간 로켓을 개발하며 쌓은 역량이 다 적용될 수 있죠.”


또 평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흐름으로 변해가는지 세상을 통찰하는 일을 즐겼던 그에게 잠재력이 보이는 시장이 있었다. 바로 배달 시장이었다. 그간 배달 대행 서비스의 과도한 배달료는 고객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여기서 그는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 그 과정을 대체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과 서비스 시장의 미래 가능성을 봤다.


“현재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많지만 미래 관점에서 보면 배달이라는 것은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뉠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지금처럼 사람이 하는 배달,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로봇 배달입니다. 사람이 하는 배달은 고가의 프리미엄 영역으로, 로봇 배달은 빠르고 값싼 배달의 영역으로 나뉠 것입니다. 현재 편의점, 영세 자영업자 등은 배달비가 너무 비싸 배달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배달비가 싸지려면 인건비 구조가 대체돼야 하고 로봇이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배달 시장의 영역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어요.”


뉴빌리티에서 개발해 상용화 과정에 있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Neubie)’의 목적은 확실하다. 배달을 싸고 빠르게 잘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이를 위해서 뉴비 자체도 저렴한 가격이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로봇은 ‘라이다(LiDAR)’를 활용해 위치를 인식합니다. 정밀성이 매우 뛰어나죠. 하지만 수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입니다. 라이다를 사용하면 로봇의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에 반해 저희는 로봇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추정 기술을 활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3D 라이다와 비교해 유사한 수준의 정밀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실증을 마치고 송도에서 실제 운용에 돌입한 뉴비는 서울 강남 등 도심 지역에 추가로 투입된다. 배달 로봇이 도심 실외 인도에서 상용화되는 것은 처음. 까다로운 규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실증 특례를 받아 2년간 적용받지 않는다. 안정적인 운용에 확신이 든 만큼 앞으로는 기술뿐 아니라 서비스 경험 측면에서 뉴비의 완성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사진 제공 : Neubility)


빠르게 실패하라 

로켓 동아리에서 출발해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이상민 학생은 개발자에서 경영자의 모습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이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에게 꼭 들어맞는 역할인 듯싶다. 스타트업의 경영자로서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은 “빠르게 실패하라.”는 것이다. 


“저는 직원들에게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개선하자.’라고 말합니다. 다른 말로 람보르기니를 만들지 말고 마티즈를 만들자는 것이죠. 마티즈도 람보르기니도 모두 이동합니다. 이동하는 기술이 필요하면, 일단 마티즈를 만들어 개선하면 됩니다. 스타트업은 모든 것이 빨라야 해요. 대기업이 전투기라면 스타트업은 경비행기예요. 경비행기가 먼저 이륙하고 대기업의 전투기가 후에 이륙합니다. 경비행기는 전투기에게 따라 잡히기 전에 최대한 멀리 가야 해요. 멀리 가는 과정에서 투자도 받고 인재도 확보하면서 스스로 전투기가 돼야 하죠. 완벽한 차를 만들려면 5년 이상이 걸리지만 동작하는 것을 먼저 만들고 실패를 통해 빠르게 개선하면 됩니다.”


빠르게 실패하지 못하면 완벽에 집착하게 되고 속도가 느려지면 스타트업으로서 한계를 맞게 된다. 그는 완벽함보다는 점점 완성도를 높여가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것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뉴빌리티의 기업 문화이자 차별성이다. 


뉴빌리티에는 국제캠퍼스 기숙사 첫 룸메이트에서부터 로켓 동아리에서 동고동락한 동기, 선배들까지 우리 대학교 동문들이 많다. 아직까지도 함께하는 좋은 친구들은 그에게 큰 동력이다.


“학교에 감사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줬다는 거예요. 초창기 동아리부터 함께한 동기나 친구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기획, 전략 부문에서 선배님들이 함께하고 계셔서 든든한 힘이 됩니다. 지금 회사의 성장은 모두 구성원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가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

이상민 대표는 뉴빌리티의 정체성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가 아니라 배달 대행 회사로 불리고 싶다. 


“10년 전 음식 배달은 중국집 소속 기사가 다였지만, 배달 대행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죠. 그래서 저는 우리 회사가 단지 최고의 기술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배달 시장을 혁신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로봇이라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는 시대를 선도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전성기의 시대. 많은 청년들이 그와 같은 성공 사례를 접하며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고 실제로 도전하고 있다. 학생 창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당사자인 이상민 대표는 오히려 ‘경험 삼아’ 창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청년들에게 ‘창업에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범람하고 있고 기회도 열려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업가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업인으로서의 압박, 스트레스를 모두 견뎌내야 하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또 단지 스타트업 창업 이력을 취업을 위한 이력 한 줄 정도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끝까지 갈 수 없다면 이룰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진지한 자세를 갖춘 이가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당장 몇 년 후 구체적으로 뉴빌리티가 어떤 모습일지는 단언할 수 없다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지금의 뉴빌리티가, 그리고 현재의 자신이 존재한다는 이상민 대표는, 3년 전 뉴빌리티는 어떤 회사인지 질문을 받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그는 당장 3년 후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현재에 기반한 ‘미래 관점’으로 세상을, 사업을 바라본다. 미래는 현재로부터 창조된다는 것을 믿는다. 현재의 가치가 지속 확장되면 그것이 곧 자신의 미래가 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vol.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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