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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비만의 보건경제학적 고찰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7-20

비만의 보건경제학적 고찰

약학대학 한은아 교수



건강행태와 보건경제학

건강을 하나의 재화 혹은 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는 늘어나고 이에 따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돈과 시간을 쓴다. 이렇게 투입되는 자원이 늘어나면서 투입의 성과를 고민하게 되고 경제학과 보건의 접점이 형성되는 것이다. 보건경제학은 건강 관련 서비스 및 재화들의 생산과 공급,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이용, 개인의 건강 자산에 대한 투자 요인과 성과 등에 관심을 갖는 응용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건강자산에 대한 투자는 개인의 각종 건강 관련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 개인의 건강행동은 개인적 요인뿐 아니라 개인이 접한 사회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개인의 건강행동은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 이외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때로 개인의 건강행동은 사회적 비용 및 편익도 야기한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행동 결정요인 및 이러한 건강행동이 야기하는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관심을 갖는 경제학의 중요한 영역이다. 



비만 관련 보건경제학적 연구의 필요성

1980년대부터 최근 몇십 년간 비만 유병률의 지속적인 상승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가에서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만 유병률이 2001년 평균 29.2%에서 2015년 평균 33.2%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만은 조기사망, 2형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 담석증, 골다공증, 불면증, 천식, 호흡장애, 암, 고콜레스테롤증, 임신합병증, 스트레스, 다뇨증,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들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만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건강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비만이 야기하는 여러 건강 문제들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치료비와 조기사망으로 인한 상실 소득 그리고 입원이나 외래 서비스 이용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비용 등의 간접비까지 감안할 경우 비만은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따라서 비만의 유병률 파악, 비만 유병률 상승의 원인 파악 그리고 비만이 개인의 건강 및 건강 외 측면의 여러 요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함으로써 관련된 개인 및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비만 유병률 상승 : 개인 요인 및 환경 요인?

급격한 비만 유병률의 상승 원인으로 과거에는 유전적 요인 혹은 생활 습관 등의 개인적 요인이 관심을 받았고, 이에 따라 개인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비만을 통제하고자 하는 개인적 접근이 주류를 이뤘다. 


개인의 비만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먼저 개인의 유전적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만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는 인구 집단 내 급격한 비만 유병률 상승 트렌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 개인의 비만도에 일정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주어진 인구 집단 내에서 유전자의 변이가 급속하게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적 접근만으로 급속한 비만 유병률 상승세를 설명하고 효과적인 예방책을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경제학적 요인을 변동시킴으로써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사회경제학적 시각을 가미한 융합적 연구가 점차 증가해 왔다.


비만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사회경제학적인 요인으로는 식료품 가격의 변화, 패스트푸드 등 열량이 높고 영양소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불건강 식품의 실질 가격 하락 및 지리적 접근성 증가 그리고 특정 불건강 식품의 광고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가구의 식품 섭취 패턴과 가구 소비에 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여러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총 에너지 소비 중 외식을 통한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경제학적 모델은 각 개인이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주어진 예산 제한 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관련 행동을 선택한다고 가정한다. 또한, 개인의 식품 섭취 혹은 에너지 섭취 및 운동 패턴은 개인의 소득 및 관련 상품의 가격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며, 관련 상품의 가격은 화폐가격 및 다른 물리적 접근 등에 필요한 기회비용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한다. 즉,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예를 들어, 신선식품 및 불건강 식품의 가격 정책,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 정책 등) 혹은 물리적 환경(예를 들어, 학교급식 변화, 식당에서 칼로리 정보 제공, 식음료 가격 조정 등)을 변화시키는 공공정책을 통해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교육 등 개인적 접근보다 더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의 건강 외 영향 

비만은 상술한 여러 질병의 원인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건강뿐 아니라 결혼, 교육, 임금, 취업 등의 건강 외 부문의 개인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비만인 성인의 경우 비만이 아닌 성인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비만이 전반적 취업 및 전문직종 취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또한 비만 청소년의 경우 비만하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평균 학점이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비만이 노동시장 성과, 학업성취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차별, 비만을 건강 혹은 자기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여겨 고용을 꺼리거나 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의식해 대외활동이 많은 업무에서 비만인 사람을 배제한다는 등 비만이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원인은 다각도로 연구돼 왔다. 예를 들어, 비만이 개인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 연령 및 각 직업에 필요한 대인 관계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더 요구되는 직업(예를 들어 판매직)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체질량지수와 노동시장 성과 간의 음의 관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른 가설로 현시 선호도를 들 수 있다. 현시 선호도가 높은 사람은 미래에 실현되는 효용보다 현재의 효용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덜 하게 된다. 각종 불건강하지만 맛있는 식품의 섭취, 안락한 좌식 생활 등은 당장의 만족감을 주는 반면, 건강생활 실천은 당장은 인내를 요구하지만 미래의 건강을 생각하고 투자하는 개념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여가 시간에 게임, 티브이 시청 등을 하면 당장의 만족감은 크겠으나 대신 여가시간에 투자 공부를 한다든지 하는 노력은 미래에 달성될 결과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건강에 대한 투자나 다른 개인의 인적자산 가치를 높이는 투자는 모두 현시 선호적인 사람에게는 어려운 결정이고, 이러한 경향 때문에 비만인 사람이 노동시장 성과도 낮은 것으로 관찰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가설은 개인의 건강행태 및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한계가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의 효과적 통제를 위한 정책적 접근

비만의 효과적 통제를 위한 정책적 접근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가당음료를 포함한 불건강 식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 혹은 건강식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다. 세금과 보조금은 소비자가 식음료 소비 패턴과 관련 건강 결과를 개선하도록 하기 위한 잠재적 정책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식음료 가격의 변동에 대한 소비 변화를 추정한 기존의 연구들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10% 인상되면 가당음료, 외식, 과일, 채소의 소비를 평균적으로 각각 7.9%, 8.1%, 7.0%, 5.8% 줄인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높은 가격탄력도는 불건강 식품에 대한 소비세가 적어도 소비를 줄이는 데에는 일정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당음료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실제 미국의 여러 지역 및 전 세계 약 40개 나라에서 부과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비만세가 아직 구체적으로 법률화되지는 않았으나 관련 법률안이 상정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 행태를 변화시키든, 개인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을 변화시키든 효과적인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 비만 유병률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적 질병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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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아 교수는 개인의 비만 등 건강 행동의 결정요인 및 건강 행동이 노동시장 성과 등 다양한 영역에 미치는 결과를 보건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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