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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연구 프론티어] 이창열 교수팀, 남서 일본 느린 지진의 원인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규명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7-12

이창열 교수팀, 남서 일본 느린 지진의 원인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규명

저명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


[그림 1. 일본에서 발견된 제4기에 형성된 화산, S-파 분리(shear-wave splitting) 그리고 저-주파수 진동(low-frequency tremor)을 나타낸 그림. 적색 막대는 S-파가 빠르게 통과하는 방향과 시간차를 나타낸다. 파란 점선은 섭입해양판의 표면 깊이를 나타낸다. 녹색점과 적색점은 남서 일본과 동일본에서 관찰된 진동의 분포이다. 검은 선은 이 연구에서 컴퓨터 모델링으로 실험된 남서 일본과 동일본 지역을 지시한다. 출처: Lee and Kim (2021)]


이창열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이 남서 일본에서 발생하는 느린 지진의 원인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7월 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해양판이 맨틀로 침강하는 섭입대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힌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섭입하는 대표적 섭입대인 일본은 지진이 활발히 발생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1995년 고베(한신-이와지) 대지진은 일본 전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함을 잘 보여준다.


남서 일본에서는 큰 진동을 동반하는 지진뿐만 아니라 사람이 느낄 수 없는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느린 지진(slow earthquake)’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그림 1). 느린 지진은 다행히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향후 대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변형을 해양 지각이 축적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지진 발생 기작(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과거 연구들은 느린 지진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암석의 공극 또는 절리에 집중돼 발생된 과압력(overpressure)에 의해 발생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왜 남서 일본과 북미의 캐스캐디아(Cascadia) 지역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곳에서 느린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량적인 해답은 아직 제시되지 못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이창열 교수(제1저자)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교신 저자)와 함께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남서 일본과 오래된 해양판이 섭입하는 동일본의 섭입 작용을 컴퓨터 모델링으로 재현했다(그림 1과 2). 실험 결과 남서 일본에서는 전호(fore-arc) 맨틀이 위치한 약 70km 깊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섭입해양판 표면에서 남서 일본 지각의 모호면(Moho, 약 35km 깊이)까지 사문암(serpentinite)층을 형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그림 2. 컴퓨터 모델링으로 계산한 남서 일본에 섭입하는 필리핀 섭입해양판과 맨틀 쐐기의 온도 및 속도 그리고 물의 분포를 나타낸 그림. a) 섭입해양판과 맨틀 쐐기의 온도 및 속도 분포로 전호 맨틀의 위치와 남서 일본에서 느린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을 표시했다. 온도는 섭씨이다. b) 필리핀 섭입해양판과 맨틀 쐐기 내 물의 분포를 나타낸 그림. 왼쪽 그림은 암석 내 결정에 포함된 물의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섭입해양판 표면 위에 많은 양을 물을 포함한 사문암층이 모호면까지 수 km의 두께로 발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오른쪽 그림은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의 분포를 보여주는데 사문암층에 발달된 엽리를 따라 물이 모호면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모호면에서 과압력을 형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Lee and Kim (2021)에서 수정됨.]


연구팀은 이렇게 형성된 사문암층이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을 모호면에 공급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해 지속적으로 과압력을 형성시킴으로써 느린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된 해양판이 섭입하는 동일본 섭입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연구는 남서 일본에서 느린 지진을 발생시키는 물의 과압력이 전호 맨틀에 발달한 사문암층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S파 분리(shear-wave splitting) 연구를 통해 제안된 전호 맨틀에서의 강한 지진파 이방성(seismic anisotropy)과 남서 일본에서 발견되는 맨틀 성분을 포함한 온천수 등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창열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젊은 해양판이 섭입하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느린 지진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밝혔으며, 이 연구에 기반해 남서 일본의 화산 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고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김영희 교수는 “이 연구는 지구동력학과 지진학의 전문성을 활용한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 간의 융합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 지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구동력학 전공인 이창열 교수는 섭입대에서 물이 화산 및 지진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지구물리학·지진학 전공인 김영희 교수는 지진파 분석을 통한 섭입대 영상화 및 지진 발생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창열, 김영희 교수), 우리 대학교(이창열 교수), 서울대(김영희 교수)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논문정보

● 논문제목: Role of warm subduction in the seismological properties of the forearc mantle: An example from southwest Japan

● 저자정보: Changyeol Lee(이창열, 제1저자,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YoungHee Kim(김영희, 교신저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저널정보: Science Advances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행하는 저명 과학 저널로써 학술지 영향력(평가) 지표(impact factor, IF)는 14.136(2020년 기준)이다.

● 논문주소: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28/eabf8934


용어설명

● 섭입대(subduction zone): 해양판(oceanic plate)이 다른 판(plate) 아래 맨틀로 침강하는 작용으로 주로 해양판이 냉각되면서 증가한 밀도에 의해 발생한다. 일본 섭입대, 미국/캐나다 서부의 캐스캐디아(Cascadia) 섭입대, 칠레 섭입대 등이 있으며 강력한 지진 및 화산 활동이 자주 발생한다.

● 일본의 섭입대: 남서 일본(southwest Japan)에서는 필리핀판이 북쪽 방향으로 침강하고 있으며 동일본(NE Japan)에서는 태평양판이 서쪽 방향으로 침강하고 있다(그림 1). 태평양에서는 필리핀판 아래로 태평양판이 섭입하고 있으며 이주-보닌(Izu-Bonin) 섭입대에서 다수의 화산섬 및 해저화산이 형성됐다. 

● 느린 지진(slow earthquake): 수 초에서 수 분간 에너지를 방출하는 일반적인 지진과는 달리 느린 지진은 수십 분에서 수개월에 걸쳐 오랫동안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느린 지진은 지진성 진동(seismic tremor)을 동반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지진에 비해 진폭이 작으며, 지진파의 도달이 뚜렷하지 않고 대부분의 에너지가 2~8Hz 주파수 영역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남서 일본에서는 주로 전호 맨틀과 일본 지각의 모호면 부근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1과 2).  

● 맨틀 쐐기(mantle wedge): 맨틀로 침강하는 해양판과 상부 지각 사이에 존재하는 쐐기 모양의 맨틀. 섭입해양판과 맨틀 쐐기 간의 점성 결합(viscous coupling)으로 인해 맨틀 쐐기 맨틀이 맨틀 쐐기 내부로 유입됐다가 섭입해양판이 이끌려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그림 2).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맨틀 쐐기로 유입돼 맨틀이 부분 용융을 일으켜 마그마가 생성되며 이 마그마가 상승 및 분출해 호화산(arc volcano)이 형성된다. 

● 전호(fore-arc) 맨틀: 해구(trench)와 호화산 사이에 있는 맨틀 쐐기를 지시한다(그림 2). 침강하는 해양판과 전호 맨틀은 약하게 점성 결합돼 있어 맨틀 흐름이 약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온도가 낮아 화산 활동을 일으키기 위한 마그마가 형성되지 않는다. 남서 일본과 같이 젊은 해양판이 침강하는 지역에서는 점성도가 낮은 사문암층이 전호 맨틀 하부에 형성돼 전호 맨틀과 섭입 해양판과의 약한 결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 사문암(serpentinite): 맨틀 페리도타이트(peridotite)를 주로 구성하고 있는 감람석(olivine)이 물과 반응해 형성되는 함수(물을 포함한) 광물인 사문석(serpentine)이 주요 성분인 암석을 지시한다. 맨틀로 침강한 해양판의 함수 광물에서 탈수된 물이 맨틀 쐐기로 유입되어 맨틀 페리도타이트를 사문암으로 변성시킨다(그림 2). 섭입해양판에서 탈수된 물이 남서 일본 지각의 모호면으로 이동하는 ‘고속도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연구를 통해 정량적으로 밝혀졌다.

● 지진파 이방성(seismic anisotropy): 지진파가 통과하는 지구 내부 층의 구성 물질에 따라 지진파의 전파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감람석과 사문석의 경우 광물의 결정축 방향에 따라 지진파의 전파 속도가 달라지므로 맨틀 속 광물의 존재와 맨틀의 변형 방향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남서 일본의 전호에서는 사문암층에 의해 강한 지진파 이방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과거 연구에서 제안됐다.

●컴퓨터 모델링: 컴퓨터와 수치해석을 이용해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상용소프트웨어인 콤솔 멀티피직스(COMSOL Multiphysics®)가 사용됐다.

 

vol.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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