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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기후 위기, 티핑 포인트를 지났는가?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6-23

기후 위기, 티핑 포인트를 지났는가?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



파리 기후 협약의 기후학적 의미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위적인 온실기체 방출에 의한 것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러한 온난화 위기를 공감한 각국 정치인들은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고무적인 행동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 협정 탈퇴 선언으로 퇴색되기는 했지만, 이후 바이든 정부가 복귀를 선언하고, 협정에 서약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의 감축을 위해 실천되어야 할 정치적/경제적 그리고 우리 삶의 전반적 방향전환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2050년까지의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감축 계획을 달성함으로써 온도 상승폭을 1.5℃/2℃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1.5℃/2℃ 이하로의 유지가 가능한가? 

지난 세기 동안 지구 대기의 온실기체는 과거 수십만 년 동안 자연 발생한 증가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급격한 증가를 보여왔다. 이로부터 유도된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약 1도에 가깝게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이 1도의 상승이 현재 기록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410ppm; 산업혁명 이전 280ppm) 증가에 따른 직접적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기후 강제력(예: 이산화탄소)에 대해 지구 기후 시스템의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반도에 도달한 태양 복사 에너지가 가장 강한 시기는 6월 하순경이지만, 실제 기온은 7월 후반에 가장 높아지는 이치와 같다. 기후 모형 실험 결과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 값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전의 기후 상태보다 높은 온도가 수백 년 동안 지속된다. 이는 이산화탄소의 변화에 대한 기후 시스템(예: 해양)의 반응 속도가 느리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동안에 해양에 축적된 열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탄소 중립이 온난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없으며, 적어도 기온이 1.5℃/2℃ 상승한 더운 지구의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덧붙여, 기후학자들은 탄소 중립이 달성될 시기인 2050년에 즈음해 기후의 오버슈팅(overshooting)이 발현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예상했던 1.5/2.0℃보다 더 높은 기온 상승이 유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미래 기후에 대한 전망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신뢰할 수 있는 예측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은 높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보다 위험한 수준의 변화에 대한 전망으로 티핑 포인트 발현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Photography by Andrea Schettino / www.pexel.com)



티핑 포인트란 무엇인가?

티핑 포인트(또는 임계점)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작은 것이 만들어낸 급격하고 큰 변화’로 통용되곤 한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티핑 현상은 산 사태나 눈 사태 등을 들 수 있다. 기후에서의 티핑 포인트 역시 매우 급격하며 큰 변화를 수반한다. 즉, 기후 변화가 임계점을 넘게 되면 현재의 기후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기후 상태로 전환된다. 


여기서 기후 상태를 준안정의 평형상태(quasi-stable equilibrium state)라고 한다면, 티핑 포인트는 각기 다른 평형상태로의 변환에 대한 변곡점에 해당한다. 이는 마치 산을 중심으로 좌우에 서로 다른 골짜기가 있는 형상을 상상한다면, 두 골짜기는 각기 다른 기후의 평형상태로, 산 정상은 티핑 포인트로 간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골짜기에 놓인 공을 강제로 산 정상(티핑 포인트)으로 끌고 올라간다면, 이후 공은 반대편 골짜기로 쉽게 내려가게 된다. 한 번 이동한 공을 다시 반대편 원래의 골짜기로 이동시키려면 공을 정상으로 올리기 위한 강제력이 또다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큰 변화와 함께 회복 또한 어렵게 되는 것이다.   



기후 시스템에 존재하는 티핑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현재 기후 시스템에서 미래에 발생 가능한 티핑 요소(tipping element)로는 북극 해빙의 소멸, 그린란드와 서남극 빙하의 소멸, 동토층과 툰드라의 소멸, 사하라 사막의 급격한 변화, 엘니뇨의 급격한 변화, 아마존 열대 우림과 북반구 온대 산림의 황폐, 산호초의 소멸 그리고 대서양 대규모 해양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의 반전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여름철 북극 해빙과 산호초는 파리 협정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큰 변화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동토층과 툰드라의 경우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 관측과 연구가 부족해 그들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AMOC는 대서양 전체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거대한 순환 고리로서 열대 지역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AMOC의 티핑은 약 2만 년 전의 빙하기가 끝나면서 북아메리카 지역의 빙하가 녹은 물(담수)이 북대서양으로 흘러들어 발생했는데, 이때 AMOC의 순환이 거의 멈췄으며 유럽을 비롯한 북반구 지역의 기온이 약 10도가량 급격하게 낮아졌고, 이 상태는 1000년 이상 지속됐다(‘영거 드라이어스’라고 함). 흥미롭게도 지난 100년 동안 북반구 대륙의 온도가 2~3도 증가한 데 반해, 북대서양의 온도는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AMOC 또한 약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하나의 티핑 요소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게 되면 다른 티핑 요소의 티핑 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티핑 캐스케이드에 대한 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티핑의 도미노 현상은 지구 기후 시스템의 티핑 요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티핑의 발생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티핑이 발생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위 3차 방정식의 곡선은 주어진 기후 강제력에 대해 평형상태의 지구 평균기온이 하나 또는 3개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후 강제력(E)이 E < (A) 또는 E > (B) 범위의 값을 가질 때, 평형 상태의 지구 평균기온은 하나의 값으로 존재하지만, (A) < E < (B)인 경우에는 평형 상태의 지구 평균기온은 세 개의 값을 가질 수 있다(즉, 다중 평형). 물론 그래프의 점선으로 표기된 부분에서는 시스템이 불안정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평형상태의 지구 평균기온은 두 개의 값이 가능하다. 여기서 과거 지구의 기후 평형상태에서 출발해, 기후 강제력인 이산화탄소 농도(E)를 (B)점 근처까지 서서히 증가시켜보자. 평형상태의 지구 평균기온도 점차적으로 증가함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B)점 이상으로 E를 증가시키면, 이 기후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안정한 평형상태는 지금까지 따라왔던 위의 실선에서 벗어나서, 결국 아래 실선에서 그 안정해를 찾아야 한다. 


결국 티핑이 발생하고, 평형상태의 기온은 그림의 현재 지구에서 미래 지구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문제는 급격한 변화 후에 기후 강제력을 줄인다 하더라도 쉽사리 현재의 기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아래 실선의 미래 지구 지점에서 다시 기후 강제력(E)를 줄여가면, 평형상태의 지구 기온은 온도가 높은 아래 실선을 따라서 변하게 되는데, 이때 E를 티핑 포인트 (A)점까지 줄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아래 실선에 해당하는 지구 기후 상태가 유지되고, 과거와 현재 지구 기후에 해당하는 위의 실선과는 먼 거리에 놓이게 된다. 이후 E를 (A)점 이하로 줄이면, (A)점에서 다시 티핑이 발생하고, 과거 지구로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봤듯이, 티핑은 기후 시스템의 비선형적 특성에 의해 나타나며, 한 번 티핑이 발생하면 원상태로의 회귀가 어려워지는 비가역적 특성을 보인다. 그러므로 기후 변화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기후 위기를 방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맺음말

현재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후 변화이며,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형태를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기후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본다면, 기후 위기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고,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산림 파괴를 줄이는 등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만 인류가 기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북극 해빙 및 서남극 빙하의 급격한 감소 등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최근에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티핑이 발생했음을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티핑이 관측에서 감지됐을 때는 다시 회복하기에 이미 늦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항공분야 용어 중에 “Point of No Return (PNR)”이라는 말이 있다. PNR은 비행기가 이륙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의미한다. 연료가 부족해 물리적으로 회귀가 불가능하거나 또는 비용 편익에 의해 결정되는 지점이다. 기후 위기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기에 물리적으로 회귀가 불가능한 위치에 도달하지 않는 한 기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해법이 비용 편익의 관점에서 결정돼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티핑 포인트에 이미 도달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전 세계는 기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만 적어도 더욱 큰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임은 확실하다. 끝으로 Dr. Stephen Hawking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맺으려고 한다. “We are close to the tipping point where global warming becomes irreversible.” 



안순일 교수는 이과대학 대기과학과 교수이며, SRC 연구센터인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서 비가역적 기후 변화, 티핑 포인트,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www.yonseiircc.com).  



 

vol.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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