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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5-24

또 다른 나를 찾아서

멀티 페르소나 시대를 여는 메타버스 탐험가, 오제욱 디오비스튜디오 대표(중어중문학 98)



세상을 놀라게 한 버추얼 휴먼, 루이 

지난해 10월 론칭 후 단기간에 200만이 넘는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 이 채널의 주인공인 루이는 노래를 부르고 여행 가는 것을 즐기는 스물두 살의 여성 캐릭터다. 루이의 브이로그에 펼쳐지는 영상은 실제 평범한 대학생의 생기 넘치는 일상이지만, 사실 루이는 진짜 사람이 아니다. 실제 인물 7명의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얼굴을 만들고 이를 영상에 합성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 인물)’이다. 버추얼 휴먼 루이가 처음 공개됐을 때 온통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유튜브 독자들은 물론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만큼 루이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실제 사람 같은 얼굴을 가졌다. 그리고 이 놀라운 반전을 만든 이가 바로 오제욱 동문이다. 



나 그리고 인생을 들여다본 대학 시절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Metaverse)는 ‘지난 20년이 인터넷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현재 미래 플랫폼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오제욱 동문이 만든 버추얼 휴먼은 이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 사업 콘텐츠, ‘또 다른 나,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가장 현실에 가깝게 실현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하며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에 도전해 온 그는 그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가상 인간을 세상에 등장시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제욱 동문은 학창 시절부터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진로를 구체화했던 건 아니었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에 열중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캠퍼스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한편으로는 내가 즐거운 일들을 하나씩 찾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 1학년까지는 연예인 지망생이었어요. 노래를 만들고 시를 쓰기도 했죠. 나를 표현하고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일이 즐거웠어요. 기획사의 가수 오디션에 합격하기도 했고 극단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기도 했지요. 그러다 2학년이 되면서 좀 더 깊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삶에 대한 사색이 지속되면서 그는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세상, 중국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처음 중어중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는 문학이나 스토리와 같은 콘텐츠에 대한 관심보다는 단순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중어중문학과 김춘희 교수의 격려 덕분이다.


“외고 출신의 중국어에 능숙한 친구들과 달리 저는 중국어를 새로 배워야 했어요. 김춘희 교수님은 언제나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죠. 덕분에 중국에 대한 관심도 가지고, 중국으로 떠날 용기도 생겼어요. 중국에서 1년간 지내며 어학 실력도 늘렸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은 졸업 후 제가 줄곧 중국과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고 추진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죠.” 



사업가로 기본기를 닦다 

지난해 디오비스튜디오를 창업, 버추얼 휴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첫 사회생활은 의외로 대기업에서 시작됐고, 철저히 경영 지식, 사업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었다. 학부 졸업 후 LG상사에 입사한 그는 신사업 TFT에서 시작해 경영분석팀까지 사업 기획, 분석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 경영 지식이 전무했던 그가 경영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됐으니 그의 신입 시절은 누구보다 힘들었다. 회사에서 숙식하다시피 밤새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뛰어난 선배들 아래서 배움의 시간이 쌓이자 신사업 개발을 위한 사업 타당성 검토, 사업 경영의 판단 자료로 쓰이는 사업 리스크 관련 데이터, 분석 자료 등을 만드는 일에도 능숙해졌고 경영분석팀에서 자신이 담당한 사업부가 높은 매출을 내는 성과도 거뒀다. 무엇보다 경영에 대한 시각과 기본기를 갖추는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연봉도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에게 답답함이 밀려왔다. 


“제 기질 자체가 예술가나 엔터테이너적 부분이 많다 보니 대기업의 꽉 짜인 규칙과 시스템 안에서 제가 변화를 줄 여지가 없는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퇴사를 결심했죠. 그때부터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개척하는 사업가로서의 제 능력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퇴사 후 스크린 골프 사업을 하는 골프존이라는 회사에 입사해 중국 시장 신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업무를 했어요. 중국 현지에 대한 이해를 위해 첫 시장조사부터 협업 모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중국법인 설립까지도 맡았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해외 사업에 대해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었어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한류 콘텐츠 가교로 전성시대를 맞다

이후에도 골프존에서 대만 시장 개척 일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는 시간이 갈수록 사업가로서의 그의 적성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대학시절부터 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왔던 그이기에 더욱 확신이 강했다. 


“저는 주인의식이 강하고 창의적이고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일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어떤 분야를 신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콘텐츠 분야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골프존 퇴사 후, 마침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과 판권 판매 등의 사업을 하는 SBS 콘텐츠 허브에서 한류 관련 신사업 론칭 업무 관련 제의가 왔고, 흔쾌히 입사했습니다. 콘텐츠 분야는 처음이었지만 설레었고 즐거웠습니다.”


오제욱 동문은 신사업 개발 업무로 일을 시작하며 판권 등 콘텐츠 사업에 관한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중국판 ‘런닝맨’을 만드는 일이 크게 성공하면서 그는 런닝맨 프로젝트 관련 계약 협의나 의전을 담당하게 됐고 자연스레 중국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의 핵심 인맥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어서 중국판 ‘웃찾사’ 리메이크 제작에 PM으로 참여하고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 ‘짝’에도 투입돼 본격적으로 중국 제작 현장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고된 일이 많았지만 덕분에 중국 방송 관계자와 외주제작자 등과의 인연이 이어졌고,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만나는 중국 관계자들이 저를 적극 신뢰해 주셨어요. 특히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런닝맨뿐 아니라 짝에도 참여했던 총괄 임원이 ‘중국인을 존중하면서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잘 찾고 중재한다’는 칭찬과 함께 창업을 권유하셨죠. 결국 2015년 퇴사 후, 제 첫 회사인 티그라운드를 설립했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봐도 창업이 제 DNA와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어요.” 


티그라운드가 오픈하자마자 밀려드는 일감과 각종 러브콜에 오제욱 동문은 전성시대를 맞았다. 중국 언론에서 한류 콘텐츠 중심에 있는 총괄 책임 프로듀서로 대서특필 되기도 했고 단지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리메이크 제작하는 일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웹툰 등 보다 넓은 콘텐츠 영역에서 판권 관련 프로 브로커로 중국과 한국 콘텐츠 시장의 가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드로 인한 한한령으로 모든 사업이 리셋됐다. 회사를 접은 오 동문은 동서울대학교에서 방송채널 분석에 관한 강의를 하고 미국계 OTT 회사에서 근무하며 그 시간을 버텼다.  




버추얼 휴먼 시장을 향한 모험을 떠나다 

콘텐츠 분야 사업가로서의 그의 포부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 알고 지내던 투자자가 인공지능 개발 기술로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개발자를 소개했고, 시장조사를 해보니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방식의 버추얼 휴먼 기술이었다. 상상할수록 재미가 있었다. 좀 더 발전시키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한 달여를 고민했고 사업 추진을 결심했다. 그렇게 지난해 디오비스튜디오를 창업하고 버추얼 휴먼 ‘루이’가 탄생했다.


“가상 얼굴을 생성해서 버추얼 휴먼을 만들고 관련 콘텐츠를 생산해 수익을 내는 사업은 저희가 세계 최초입니다. 콘텐츠 분야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가톨릭대학교에서 한류 MBA 과정을 밟으며 1인 미디어 유튜브의 수익모델에 대한 논문을 썼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 논문과 결이 맞는 사업이기도 하죠.”


루이는 처음 신사업의 레퍼런스 개념으로 선보였지만 뜨거운 반응 덕에 각종 사업 제휴, 협업, 모델 섭외, 콘텐츠 행사 등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루이는 현재 관광공사의 디지털 명예 홍보대사로 국내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고, 중견 가구회사 모델로 선정돼 촬영 중에 있습니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 기업과 공동사업 계약을 맺고 한국어 교육 콘텐츠 제작도 진행 중입니다.”



(버추얼 휴먼 루이(Rui), 디오비스튜디오 제공)



이런 성공의 원동력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도 있지만 오제욱 동문은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환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점을 꼽는다.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기존에 대면으로 하던 일을 비대면으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버추얼 휴먼 루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팽팽한 것도 사실. 오제욱 동문은 여러 우려들도 잘 알고 있다. 놀라운 기술이긴 하지만 외모 지상주의나 B2C 서비스로 출시할 경우 사기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버추얼 휴먼 기술은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식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수효과 분야에서 버추얼 휴먼 기술은 제작비를 현재의 10%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는 한 명의 셀럽을 키울 때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 등의 투자가 셀럽의 도덕적인 문제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버추얼 휴먼이 범죄에 악용되는 문제는 현재 기술 고도화를 통해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오제욱 동문은 B2C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사실 예쁜 얼굴, 타인에게 조금 더 멋진 사람이고 싶은 욕구는 세계 공통이다. 더구나 가상 세계에서 현실과의 상호작용이 일상화되고 있는 메타버스 시대에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 멀티 페르소나 구현이 자연스러운 니즈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사업 기획, 신사업 추진을 하면서 얻은 통찰은 단순합니다. 사업은 수요를 채워주거나 괴로운 지점을 치유해 주는 것입니다. 버추얼 휴먼 사업은 두 가지 지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요. 저희의 경쟁자는 다른 버추얼 휴먼이 아니라 외모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성형수술, 포토샵, 포토 카메라예요. 또 얼굴을 바꿔보는 경험은 마치 게임에서 캐릭터를 바꿔보는 것처럼 재미의 측면에서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죠. 사람이 구별 못하는 진짜 얼굴 같은 내 분신을 통해 SNS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 확대될 겁니다. 그래서 B2C 분야에서 얼굴 분양 사업을 실현하는 것이 디오비스튜디오의 궁극적인 사업 목표입니다.” 



커리어 경험과 통찰을 나누며 

오랜 기간 신사업을 개발하고 기획하며 갖춘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시각 그리고 콘텐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실전 노하우,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분야를 파고드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낳은 오제욱 동문의 시장을 꿰뚫는 통찰은 그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 휴먼 사업에 진출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했다. “좋은 인연과 딱 맞는 시기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는 오제욱 동문.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이에게 통찰을 나누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각종 초청 강의에 흔쾌히 참여하고 있고 자신의 커리어 경험을 나눌 계획이다.


“사실, 또 다른 제 모습이 될 버추얼 휴먼은 작년부터 기획해 얼굴도 만들어 놨어요. 루이 관련 사업으로 요새 너무 바빠서 진행이 멈췄지만, 캐릭터는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로 설정했죠. 제 직업 경험이 독특하다 보니 그 이야기를 한번 풀어놓고 싶어요. 돌아보면 제 자신이 겪었던 힘든 시간들이 젊은 친구들에게는 격려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제욱 동문은 오는 6월 23일 우리 대학교에서 특강도 진행할 예정이다. 주제는 ‘디지털 휴먼 - 메타버스와 버추얼 휴먼의 시대, 휴먼 소셜 인플루언서의 멀티 페르소나 전략에 관하여’다. 특강을 통해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현장의 경험과 통찰을 나눌 예정이다. 더불어 그는 후배들에게 미래를 위해 구하면 반드시 찾아진다는 조언을 전한다.


“스스로 구하는 것을 찾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계속 찾았으면 해요. 저는 언제나 제 성향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첫 직장 퇴사 후 처음 봤던 책이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책’일 정도로 저 자신 그리고 제 무기를 알고자 했어요. 제 무기가 보이니 시장이 보이고 기회를 만들 수 있었죠. 여러분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제욱 동문이 탄생시킨 버추얼 휴먼은 가상의 또 다른 내가 되어주지만 이것을 이루기까지 그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왔다. 어쩌면 가상의 나를 만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내가 아닌, 진정한 내가 완성되는 또 하나의 과정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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