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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5-21

자율주행의 현재와 미래

글로벌융합공학부 김시호 교수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조작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차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운전에 필요한 인지, 판단, 제어를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스스로 처리하기 위한 고도의 정보처리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해야 한다. 자동차의 자동화 기술 수준은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여섯 단계로 분류하는데, 조건부 자동화 단계인 레벨 3부터 자율주행차로 분류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도 모든 조건에서 운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은 레벨 5에 해당된다. 


현재 상용화된 자동차 중에서 자율주행 성능이 가장 앞선 테슬라 최신 모델의 기술 수준이 레벨 2에 해당되며, 2021년 5월 현재까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양산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없다. 80년대 인기 드라마 전격Z작전(Knight Rider)에서 나왔던 자율주행차 ‘키트’를 기대하고 있다면, 주인과 사람처럼 소통하면서 스스로 운행하는 키트 수준의 레벨 5단계의 자율주행 승용차는 앞으로 최소한 10년 이상의 연구 결과를 더 기다려야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혁명, 미래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

현재의 교통수단은 개인이 자가용을 소유해 스스로 운전하거나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 서비스 중에서 선택해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가용 또는 대중교통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모빌리티 시스템을 MaaS(Mobility-as-a-Service)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MaaS는 개인이 자율주행차를 필요한 장소로 편리하게 불러서 사용하는 기능이 제공되므로 자가용을 소유해야 하는 필요성이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자가차량 이용과 대중교통으로 양분되어 있는 현재의 모빌리티 체계가 자율주행 택시, 자율주행 셔틀, 자율주행 공유 차량, 대중교통 서비스 등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운전이 곤란한 노령층, 장애우, 어린이 등에게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뿐만이 아니라 도시인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운송 부문에서 디지털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자율주행은 또한, 이동의 자유를 확대함과 동시에 운전자의 자동차 관리 의무(세금, 보험, 차량 정비, 차량 관리 등)로부터 개인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Boston2030 보고서에 의하면, 자율주행차가 보스턴시에 본격 도입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도시에는 불필요한 차량 통행을 30% 정도 줄일 수 있고, 도심의 주차공간을 50% 감축할 수 있으며, 차량의 평균 통행속도가 30% 정도 향상되고 배기가스 등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공부문은 물론 개인에게도 많은 이득을 주며,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 만드는 미래 산업, 포스트-스마트폰 생태계(Post Smartphone Eco-system)

자율주행이 가져오는 모빌리티의 혁명적인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디지털 기술 혁명을 이끄는 ICT 서비스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애플, 구글, 아마존, 카카오, 네이버 등)의 검색, 쇼핑, 지도, 콘텐츠 제공, SNS, 핀테크(Fintech) 등 여러 가지 ICT 서비스는 클라우드와 스마트폰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는 대부분 스마트폰 생태계를 통해 콘텐츠 수집과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차, 로봇, PAV(Personal Air Vehicle)가 실용화된 미래를 생각해보면 자율주행 기술이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할 것이라는 상상을 쉽게 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2,200만 대의 차량이 등록되어 있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인구 2인당 1대 정도의 차량 보급률을 보인다. 자동차의 보급 대수는 휴대전화 보급 비율에 비해서도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며 인공지능과 초고속 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자율주행차는 새로운 ICT 플랫폼을 제공하게 돼, 스마트폰 이후의 ICT 산업은 자율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보다는 테슬라를 비롯한 신생 기업과 구글(웨이모) 등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다.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도 스마트폰 이후의 디지털 산업 생태계가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화할 것을 고려한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개발된 인지, 판단, 제어 기술은 음식 또는 택배의 배달로봇에 접목이 가능하다. 자동차보다는 저속으로 이동하고 탑승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은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을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erial Mobility)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수년 내에 자율주행 PAV의 상용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 대학교 STL(Seamless Transportation Lab)에서는 자율주행차에서의 연구 실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PAV 연구센터를 설립해 자율주행 화물 운송과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위한 UAM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STL에서는 10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연구를 진행하여 정부(국토교통부)로부터 3대의 자율주행차량에 대해서 임시운행면허를 취득했으며, 서울시 상암동 테스트베드 등에서 성공적으로 On-Demand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연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 :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용화하는 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동차의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인간 운전자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 운전자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운전 중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하고, 운전을 하면서 스스로 학습하여 경험이 쌓이면 운전 능력이 향상되며, 환경이 변화해도 적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기계의 인공지능은 학습 당시에 보여준 데이터와 설정에 대해서만 인지 판단 능력을 가지며, 사람과 같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전에 경험하지 않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은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현재 인공지능 서비스는 대부분 연산 능력이 매우 큰 데스크톱 컴퓨터 또는 클라우드 서버 시스템에서 처리되는데, 자동차는 연산 능력과 전력 소비가 제한된 내장 컴퓨터를 임베디드 시스템으로 차량에 탑재해야 한다. 즉, 알고리듬으로는 인공지능 인지 판단 등 처리가 가능하더라도 차량에 탑재된 제한된 성능의 내장 컴퓨터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저전력 지능형 반도체 등의 개발이 추가로 필요하다. 향후 10년의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인공지능 연구는 이러한 인공지능 컴퓨터와 반도체 성능과 전력 소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집중될 것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자율주행 연구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자율주행은 기계, 자동차, 컴퓨터, 인공지능, 전기전자 등 공학 전체의 다학제적인 문제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정한 하나의 전공 분야에만 전문화된 연구자들은 다학제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을 매우 낯설고 부담스러워한다. 예를 들면, 컴퓨터공학자들은 당연시하는 시스템의 단일 운영 체제와 단일 SW 시스템 구성을, 안전을 우선시하는 자동차 분야에서는 금기사항으로 여기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에서도 이와 유사한 학제 간, 전문 분야 간의 차이가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다. 단순히 여러 분야의 기술을 합쳐서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분야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공동의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융합적인 사고와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다.


자동차는 향후 10년 동안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용화를 목표로 꾸준히 기술이 발전할 것이며,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에도 적용되어 우리 일상생활에 다가올 것이다. 또한, 자율주행 도심항공 모빌리티 기술도 5년 이내에 시범실시를 거쳐 실용화되고, 10년 후에는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래 ICT 산업의 경쟁력은 자율주행 핵심기술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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