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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가슴 뛰는 공연으로 세계인의 심장을 훔치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4-21

가슴 뛰는 공연으로 세계인의 심장을 훔치다 

지구 최고의 아티스트 BTS 월드 투어 콘서트 프로듀서, 김상욱 동문(경영학 98) 



케이팝 공연의 역사를 새로 쓴 BTS 웸블리 공연의 주역

2019년 6월, 저녁 7시 30분. 6만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 전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만이 선다는 꿈의 공연장으로 불리는 그곳에 한국 가수 최초로 BTS가 무대에 올랐다. 2시간여 동안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기고 퍼포먼스에 환호하고 메시지에 공감하며 가슴 뛰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던 이 공연 뒤에는 BTS와 함께 전 세계 콘서트 여정을 함께해 온 콘서트 연출가이자 프로듀서 김상욱 동문이 있었다. 


김상욱 동문은 2013년 데뷔 쇼케이스부터 2014년 첫 콘서트, 2018~2019년 스타디움 월드투어까지 7년여간 BTS의 공연을 책임지고 그들의 음악과 세계관을 공연 콘셉트, 스토리, 무대 장치 및 디자인, 음향 등으로 실현하며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했다. BTS가 케이팝의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 오는 동안 그 역시 그간 국내 공연계에서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적인 규모와 수준의 공연을 실현할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한 콘서트 연출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사진 출처 : BTS Official SNS)

그냥, 그것을 하는 게 좋았다  

김상욱 동문은 ‘내가 만든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즐겼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창작’에 열중했다. 연극, 뮤지컬, 대중음악 콘서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연을 섭렵하며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좇아왔는데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공연 연출가로서 현재의 그가 됐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음악 동아리 친구들과 녹음실을 빌려 CD를 만들기도 했고 공연도 했어요. 대학교 때는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도 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할지 확신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공연 연출 아카데미를 알게 됐어요. 아카데미에서 공연 기획 연출을 경험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무대에 그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서트 연출이 가장 멋진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주저 없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죠.” 


경영학과를 졸업한 선배나 동기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회계사 같은 전문 분야로 진출해 넉넉한 연봉과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도 김상욱 동문은 그런 삶이 부럽지는 않았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다. 아침 일찍 공연장에 들어가 밤을 새우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 현장을 맛본 아카데미 교육생 시절은 고되지만 즐거웠고 공연 연출가로서 삶의 방향타를 잡는 계기가 됐다. 이는 당시 공연업계에서 이름난 ‘좋은콘서트(현재 CJ ENM 공연사업부)’에서의 인턴 경험과 졸업 후 입사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공연 연출가로서의 항해를 시작했다. 


“좋은콘서트는 당시 젊은 회사였지만 굵직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었어요. 대표님이 동문이라 신뢰가 가기도 했지만 그저 가수 000 콘서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있는 공연을 선보였어요.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싸이 올나잇 스탠드’ 등을 보면서 콘서트가 단순히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잘 기획된 브랜드로 하나의 상품이자 작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무수한 배움의 시간, PLAN A를 완성하다  

좋은콘서트에서 시작한 연출가로서의 삶은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박봉에 힘들기로 유명한 공연업계에서는 워라밸이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일들로 1분을 24시간처럼 쪼개 쓰며 숨 가쁘게 현장을 누볐다. 공연 연출가로서 기초 체력을 다졌던 기억들이다. 


아티스트가 어떤 순서로 노래를 부르고, 어떤 무대 형태와 색깔을 구성할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무슨 영상을 내보낼 것인지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무대 연출 일은 인생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짜내고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나 그만큼 성장의 기쁨이 함께했고, 겨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내내 긴장으로 땀에 흠뻑 젖었던 2008년 성시경 일본 투어 콘서트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책임지는 연출가로 성장했다. 같은 해, 우리 대학교의 노천극장에 공연을 올렸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대학 시절이나 졸업 후에도 아카라카를 비롯해 노천극장에서 많은 공연을 즐겼죠. 그런데 제가 연출하는 공연은 학교 공연장들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어요. 그러다 첫 인연으로 2008년 성시경 콘서트를 노천극장에서 연출했어요. 교내에서도 가장 큰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인 데다가 당시 노천극장 오픈 이후 단독 콘서트로는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해서 더욱 기억에 남아요. 제가 공연을 봤던 곳에서, 제가 연출한 공연을, 최다 관객 수로 올렸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계속 들떠 있었어요.”


다수의 국내외 공연을 연출하며 내공을 쌓아온 김상욱 동문은 2010년 자신만의 공연 연출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사명은 PLAN A. 그는 좋은 연출이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기획인 ‘PLAN A’를 꼭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사명에 담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PLAN A를 설립한 후, 김상욱 동문은 2PM 아시아 투어, 원더걸스 월드 투어, JYJ 도쿄돔 공연을 연출했다. 2013년에는 데뷔 쇼케이스 연출로 BTS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케이팝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월드 투어까지 BTS와의 작업은 7년여간 지속됐고 질적, 양적으로 도약하며 케이팝 공연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상욱 동문이 연출한 BTS 월드 투어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62회 공연,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나 전 세계 팬들과 함께 호흡했고, 이 월드 투어는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2019 Tou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사진 출처 : BTS Official SNS)


스토리가 흐르는 콘서트로 마음을 움직이다 

김상욱 동문이 연출한 BTS의 공연에는 많은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이야기, 무대 구성, 효과 장치, 전 세계 공연 인력들의 노하우가 집결된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콘서트가 하나의 콘셉트로 잘 짜인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콘서트의 가장 큰 축이 된다. 그리고 김상욱 동문의 콘서트가 차별화되는 정점이기도 하다. 


“대중음악 콘서트는 서사를 넣기 가장 어려운 장르입니다. 이미 발매된 제각각의 가사를 가진 아티스트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2시간이 넘는 콘서트에 굵직한 서사를 깔고 이에 맞게 음악을 배열하고 그 사이를 부드럽게 채우는 연출을 넣으면 훨씬 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어요. 기승전결을 가진 20개의 장면이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멋있는 무대 20개를 붙여 놓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감동을 주게 됩니다.”


아티스트의 본질을 기반으로 큰 줄기의 서사를 짜고 그 서사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한 VCR, 무대 장치, 음향 등 다양한 장치를 구성하고 그 위에 아티스트와 음악을 빛낼 수 있는 효과를 그려낸다. 이렇게 흐름이 있는 공연은 관객에게 몰입과 감동을 선사한다. 아티스트의 음악과 세계관, 메시지를 콘서트 현장의 시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 김상욱 동문은 BTS의 공연에서 이러한 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2014년 BTS의 첫 정식 콘서트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착안해 시리즈 형식으로 유기적인 스토리 연결을 가진 콘서트 3부작을 연출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시도였고, 그래서 더욱 성공적이었다.


콘서트의 콘셉트와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서는 또 그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 큰 규모의 스태프들을 이끌고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다음 콘서트 연출을 끊임없이 구상해야 하는 한계 속에서 보다 새로운 것, 더 과감한 것을 찾는 일이란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어려움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답이라고 말한다. 이는 공연 연출자가 지녀야 할 역량이기도 하다.  


“공연 관련 아이템뿐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넓고 얕은 관심을 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뭔가를 봐요. 그것이 언젠가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탄생하곤 하죠. BTS 스타디움 월드 투어의 오프닝 곡을 위해 무대 위에 12m짜리 표범 동상 두 개를 세운 적이 있는데 무대 위는 한정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대형 표범을 세웠다가 순식간에 사라져야 했어요.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대형 풍선 제작팀과 접촉해 실제로 구현했죠. 공연 타이틀을 정할 때도 문학, 음악 등 다른 분야에서 착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좋은 동료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논의할, 마음과 말이 통하는 동료가 있다면 어느 순간 1+1이 2가 아니라 3, 10, 100으로 변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느낄 수 있어요.” 



(사진 출처 : BTS Official SNS)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 BTS 스타디움 월드 투어의 대장정 

스타디움 투어는 5만 석 이상 규모를 가진 스타디움에서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인기를 가진 세계적인 스타들의 무대다. 비욘세, U2,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등 소수만이 가능했다. 그만큼 BTS의 스타디움 월드 투어는 김상욱 동문에게 가장 큰 도전이자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 2019년 봄 로스앤젤레스 로즈볼에서부터 시작해 6개월 동안 20여 회의 대장정을 소화해 내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모든 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웸블리 입성 시에도 감격을 느끼지 못할 만큼 일 자체에만 몰두했다. 


“케이팝 공연 역사상 5만 석 이상의 야외 스타디움 월드 투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게다가 한국 연출팀이 주도해서 연출부터 제작까지 수행하는 스타디움 투어는 아마 당분간 나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아무도 해 보지 않았던 큰 공연장을 채울 콘텐츠를 상상하고 제작해서 운용하는 것은 사실 그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상상력의 유리천장을 깨는 고통의 시간이었지요. 또 엄청난 예산을 운용하고 수천 개에 달하는 장비를 전 세계에 가지고 다니며 공연을 만드는 프로듀서로서의 업무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PLAN A는 스타디움 공연을 연출할 상상력이 있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결실이었습니다.” 


최대 80명에 이르는 프로덕션팀을 이끌며 공연을 올리는 프로듀서의 역할은 중소기업 하나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 경영자로서의 시각과 마인드가 필요했는데 김상욱 동문은 대학 시절 수강한 경영학 수업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어떤 일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의 틀을 가질 수 있었어요. 공연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최대의 효용을 끌어내는 일입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연출 요소에 얼마나 써야 관객의 즐거움을 가장 크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무대 세트 비용을 많이 넣을지, 영상에 더 힘을 쏟을지,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컨트롤해야 하죠. 큰 투어의 프로덕션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학교에서 체득한 경영학적인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시 멋진 공연을 준비하는 오늘    

현재 코로나로 오프라인 공연이 거의 멈춰져 있는 시기. 김상욱 동문은 그간 우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다시 엄청난 오프라인 공연의 파도가 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시 시작될 오프라인 공연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여러 자료를 공부하며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다시 BTS 스타디움 월드 투어와 같은 기념비적인 공연을 만들게 되기를, 또 대중음악 공연에만 국한하지 않고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큰 국가 행사 연출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첫 번째 책 「김피디의 쇼타임」에 이어 두 번째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발간해 BTS 콘서트 연출 스토리를 중심으로 콘서트 연출에 관해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향후에는 공연 연출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더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능력 있는 후배들이 더 멋진 공연을 연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공연 업계는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워요. 연극 연출, 뮤지컬 연출, 음향, 조명을 배우는 학과들은 많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콘서트 연출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후배들이 콘서트 연출에 대해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제 경험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김상욱 동문은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듣고 내가 만든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 유명 아티스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업계의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공연 연출가로서의 오늘이 여전히 좋다. 그래서 연세의 후배들도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 길로 가는 큰 원동력을 얻을 수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일을 찾거나 특출난 재능으로 쉽게 길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더 파고들어 봤으면 해요. 저 역시 음악을 좋아하니 콘서트를 가 보고, 그러다 보니 콘서트 만드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또 그 길로 접어들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 직업이,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되는 ‘덕업일치’의 삶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vol.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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