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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가능성을 열다, 세상을 바꾸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3-24

가능성을 열다, 세상을 바꾸다

초기 스타트업의 멘토로 나선 진정한 프론티어, 매쉬업엔젤스 이택경 대표(컴퓨터과학 88)



새길을 열어온 벤처 1세대  

20여 년 전 웹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대부분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을 예측했던 이가 얼마나 될까. 벤처 1세대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이택경 동문은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웹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해 세상을 바꿨다. 그리고 현재 그는 초기 스타트업이 가진 가능성,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스타트업 육성가이자 멘토로서 활약하며 또 다른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꿈꾸게 한 대학 시절  

88학번인 이택경 동문은 진로 선택에서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90년대 초반은 명문대 졸업생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입사하던 시기였다. 창업이라는 말조차 진로 선택지에서 낯설었던 때였지만 그는 창업에 도전했다. 아직 웹 분야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웹 기술 기반의 창업을 한다는 것은 더욱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그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게임을 좋아하던 중학생이 게임 잡지를 보며 컴퓨터에 빠져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대학교 전산과학과에 진학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연구원들 정도만 사용하던 PC통신 초창기에 대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남들보다 한발 앞서 곧 펼쳐질 웹 시대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것은 창업을 결심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창업 결심은 대학 시절 대내외 동아리 활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학과 내 연구부 동아리에서 매년 창작 소프트웨어 전시회를 열었는데 프로그래밍 한 결과물을 4년 내내 출품했죠. 1, 2학년 때는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봉봉 게임은 게이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죠. 무엇보다 2학년 2학기에는 천리안이라는 PC통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며 친목을 다졌어요. 정말 새로운 세계였고 즐거웠죠. 창업의 가장 큰 계기가 됐고 향후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후 커뮤니티 카페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선배인 이재웅 동문과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며 웹 산업에 대한 비전을 나누게 됐고 이는 다음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웹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는 막연했어요. 하지만 웹이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역할을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직접 부딪혀 보기로 했죠.” 


동아리 활동이 웹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계기가 됐던 시간이었다면 인문학 수업은 시야와 깊이를 확장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신과대학 한태동 교수님의 인문교양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철학적인 내용의 수업이었는데 사람은 모두 굉장히 주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어요.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당시의 기업가 그리고 오늘날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설립 후 시스템 통합 등 B2B 분야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서비스 콘텐츠 분야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기술력이라는 강점을 집약한 한메일넷 서비스와 함께 PC통신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인터넷 카페 서비스에 선택·집중했다. 마침내 회사는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뤄 IT 대표 기업이 됐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투자하다

IT 산업을 이끄는 거대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던 이택경 동문은 창업 10년 만에 다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성공적인 창업자가 스스로 그 기업에서 퇴직한다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설립 초기부터 막연하게 회사가 성장하면 10년을 일해보고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또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관리 업무에 치중하게 돼 초장기의 작고 빠른 조직과 그 안에서 느꼈던 열정과 성취감이 그리웠죠.”


결국 그는 2008년 결심을 실행했다. 그리고 회사 재직 시 스타트업 대상 엔젤 투자와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의 길을 선택했다. 단순한 투자자 개념이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초기 스타트업 인력들을 만나 처음엔 당황했죠. 열정은 크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어요. 돌이켜 보면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초창기에 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죠. 그래서 투자자이지만 벤처 1세대로서 그간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누면서 초기 스타트업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2010년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들과 함께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기업 프라이머를 설립했고 2013년 좀 더 뒤 단계까지 아우르는 초기 스타트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매쉬업엔젤스(Mashup Angels)를 설립했다. 매쉬업엔젤스가 투자 및 육성한 스타트업은 설립 이래 총 109개, 누적 투자 금액만 137억 원, 후속 투자 금액 합산 약 6,630억 원에 이른다(2021년 3월 기준).


포트폴리오 스펙트럼도 다채롭다.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스타일쉐어, 원더래빗(캐쉬워크), 핀다, 휴먼스케이프, 옴니어스 등 테크에서 패션, 여행까지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으로 사업 궤도에 안착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산업까지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동문 후배가 창업한 스타트업과 함께 좋은 결과를 낸 경험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후배 최성욱(경영학 05) 동문이 설립한 외환 특화 핀테크 기업 센트비가 대표적이다. B2C 해외 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B2B 대상 결제 서비스와 해외 송금 서비스를 출시해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다. 한국은행 출신 외환 전문가인 최성욱 동문이 전문성을 갖고 있기에 남다른 성공이 가능했다. 현재 아시아 대표 외환 전문 네오뱅크로 성장하고 있어 더욱 뿌듯한 일이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의 역할로  

매쉬업엔젤스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행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0’에서 가장 투자 받고 싶은 엑셀러레이터 1위에 선정됐다. 이처럼 이택경 동문이 독보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단기 성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본질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을 비결로 꼽았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물론 수익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는 보다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켜보고 돕는다면 자연스럽게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함께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결국 주연은 창업자이고 저는 조연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엔 한계가 있지만 주연인 스타트업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조연이 되고 싶습니다.”


이택경 동문의 스타트업 역량 강화 의지는 후배들을 비롯해 잠재 창업가와 개발자 교육으로도 이어진다. 2014년부터 컴퓨터과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 개발자 커리어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고, 또 창업지원단과 함께 ‘쫄지마 창업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해 잠재 창업자들에게 인사, 홍보, 세무 등 보다 실용적인 경영 기본 지식을 나눴다. 


사실 창업이 가장 힘든 것은 교과서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 그래서 이택경 동문은 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특히 스타트업에 필요한, 또 그가 일관되게 지켜온 기업가 정신이다. 때문에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후배들이 창업에 대해 막연하게 청사진을 그리기보다 치열한 문제해결 과정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현실을 먼저 직시했으면 한다. 또 창업을 결심했다면 사업의 가장 기본인 “고객이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충분히 고민한 후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작했다면 가장 우선에 둘 것은 ‘고객을 찾는 일’이에요. 때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거나 투자 유치를 했다는 데서 성공을 자신하는 경우를 보곤 해요. 사실은 한 걸음 정도만 가까워진 거죠. 사업 현장에서는 고객이 가장 정확한 심사위원입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이 가장 투자하고 싶은 곳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해요.”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택경 동문은 앞으로도 자신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멘토로서 책임을 다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한국벤처투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공동으로 「VC가 알려주는 스타트업 투자유치 전략」 서적을 출간해 더 많은 스타트업이 국내 현실에 맞는 투자 유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생태계 내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정보, 인력, 투자의 선순환을 이끄는 역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획을 그은 2세대 창업자들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 200여 명이 넘는 동문 벤처캐피탈리스트 네트워크도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이 가능성을 열고 지속 성장하며 다시 세상을 바꿔나갈 것이다. 


남다른 선택, 도전을 즐겨온 이택경 동문의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까. 스스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며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가 언젠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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