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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나눔을 넘어 상생의 길을 찾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3-24

나눔을 넘어 상생의 길을 찾다

소외된 이주민들의 수호천사, 연세소망치과 조천 원장(치의학 72)



소외된 이주민들과의 동행  

우리나라에는 많은 이주민들이 있다. 해외에서 이주한 다문화 가정 구성원과 탈북민들이 대표적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고되다. 문화적 차이, 사회의 편견, 부족한 교육 기회,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며 그것이 그들의 2세에게도 대물림되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경북 영주에서 ‘다문화 가정과 탈북민의 수호천사’라 불리는 조천 동문은 물질적 풍요와 명예보다는 소외된 이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듬으며 동행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우리와 상생할 수 있도록 자립을 돕고 있다. 



가장 소외된 곳에서 맛본 보람 

조천 동문이 처음 나눔을 적극 실천하게 된 것은 우연히 치의신보에 게재된 청송감호소에 치과의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다. 재소자들의 협박, 욕설 등 안전 문제로 그곳에 가려는 치과의사가 없었다. 조천 동문이 자세히 사정을 들여다보니 재소자들이 감호소에서 일을 하고 받는 임금이 당시 하루에 2천 원, 치료비는 10배 이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소자들은 통증을 참아가며 진료비를 모아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고 더러는 진료비를 돌려받고자 치료가 잘못됐다고 의료진을 협박했던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조천 동문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무료 진료에 나섰다. 


“감호소에서의 진료가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즐거워졌습니다. 한번은 치료를 받은 수감자가 고맙다며 따뜻하게 구운 오징어 한 마리를 품에서 꺼내 주더군요. 당시에 감호소 내에는 불을 사용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었고 오징어 한 마리를 사는 데에도 며칠 치의 임금이 들어갔을 겁니다. 너무 맛있는 오징어였어요. 그 맛과 보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조천 동문은 나눔의 기쁨과 보람을 함께 하고자 우리 대학교 치과대학에 요청해 여름방학 기간 의료봉사활동으로 이어지게 하기도 했다. 2002년 정문규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5일간 감호소에서 숙박하면서 340여 명의 수감자들에게 무료 틀니 치료, 발치, 보존 치료 등을 시행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의 의술을 전한 바 있다. 



이주민의 정착은 자립에서 시작된다는 확신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처가가 있는 영주에서 공중보건의로 생활하다 정착한 조천 동문은 영주시 보안협력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다문화 가정과 탈북민이 지역에 많다는 것과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결책은 뭘까,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치과 진료는 무료 진료도 하고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비용만 받거나 조금씩 진료비를 갚아갈 수 있는 방법도 마련했죠. 한 어르신은 3년에 걸쳐 잊지 않고 몇만 원씩 갚아왔는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문화 차이나 불안정한 생활로 쉽게 깨지고 탈북민들이 지원금에만 의존해 살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불안정한 생활과 편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자녀들이다. 그가 찾은 근본적 해결책은 일방적인 지원이나 나눔을 넘어선 자립이었다. 


“단순 보조금 지원, 일방적 혜택과 나눔은 그들의 사회 적응 의지를 꺾을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처방일 뿐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직업을 가지고 자립해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섞여 들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공존하며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는 것이 그들에게도 또 우리 사회에도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자립은 불안정한 생활을 끝낼 수 있는 큰 기회이기 때문에 조천 동문은 지속적으로 권유한다.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자신의 재능을 살려 자립해 잘 정착하는 사례도 있다. 


“한 탈북민은 중국어에 능통했어요. 그 재능을 살려 일을 하도록 권했고 무역 회사에 취업해 일하다가 현재는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재능이 있고 관련 자격증을 땄다 하더라도 말투 등 다른 부분에 대한 편견으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경우도 있죠. 우리 병원에도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외국인 직원이 있어요. 아주 똑똑한 친구죠. 잘 적응하고 있고 재능도 있다 보니 환자들의 편견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육은 상생의 원동력이라는 믿음 

이제 조천 동문은 보다 근본적인 자립에 집중해 의미를 확장하고자 한다. 자립을 통한 공존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다. 그 핵심은 ‘교육’에 있다. 과거 우리 대학교를 비롯해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기르고 이것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것처럼, 교육을 통해 함께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은 동남아 등에서 우수한 중고등학생을 데려와 우리 문화와 말, 직업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한국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정을 이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직업을 구해 자립을 돕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한국 정착의 어려움을 줄이는 기회이고 우리나라의 일원으로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는 고국에 돌아간 후에도 여기서 배운 지식을 나누며 그 나라의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과 우리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문 가족들의 대를 잇는 공동체 정신은 가장 위대한 자산   

조천 동문의 연세소망치과에는 세 명의 의사가 있다. 모두 우리 대학교 동문들인데 놀랍게도 조천 동문의 딸 조영원 동문과 사위 김선근 동문이다. 조천 동문의 강권은 없었지만 모두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뒤로하고 영주에서 세대를 이어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다. 상생의 가치에 주목하고 실천하는 것은 이 가족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가풍이자 가족의 큰 자산인 셈이다. 


“기독교 집안이기도 하지만 특히 어머니께서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어요. 가족들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현재는 연간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과거 약 30여 년간 매일 첫 환자의 진료비를 기부했던 것도 실은 미국에 있는 누이가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 딸과 사위 외에도 첫째 누이와 둘째 형도 연세 동문입니다. 학교의 이념이 우리 가풍과 잘 맞아 자연스럽게 동문 가족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좋은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늘 학교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의 환자들이 있어 병원이 운영되는 만큼 앞으로도 조천 동문 가족은 지역 사회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늘 고민하며 지역 사회와 상생할 것을 다짐한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끝나면 준비하고 있는 해외 청소년 초청 교육 프로그램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설레는 일이 될 것 같다. 그간 실천해온 활동들도 탄탄하게 이어져 언젠가 젊은이들도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


나눔은 작더라도 스스로에게 충만한 기쁨을 준다는 조천 동문. 소외된 이웃을 향한 나눔에서 시작된 그의 발걸음은 이제 공동체 상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래 세대로 이어질 그의 새 여정이 기대된다.


 

vol.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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