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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코로나19와 기후변화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1-01-26

코로나19와 기후변화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건설환경공학과 강호정 교수, 생태계 속 인간이 추구해야 할 다양성




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계속되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대비가 미비한 한국은 해외 연구기관과 언론으로부터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됐고,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며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 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강호정 교수를 만나 기후변화와 건강한 생태계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자연의 경제’ 생태학(Ecology)

“영국은 생태학과 기후변화 연구에 오랜 역사가 있고 초기 생태학의 학문적 발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에서 기후변화 연구가 위축된 면이 있지만, 기초과학에 투자를 많이 해온 데다 훌륭한 연구중심대학들이 있죠. 최근에는 중국의 생태 연구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중국의 경우 환경생태안보라는 용어를 쓰며, 국가의 자연재해, 환경오염, 나아가 삶의 질을 정부가 관리하고 생태연구를 지원한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지만 과학이 발전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생각에 중국의 과학연구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최근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빠르게 설계돼야 한다고 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이 미뤄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해결에 연관된 생태학은 어떤 학문일까? 


“생태학은 생물학의 한 분과로 시작됐습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당시에 독일의 생물학자 헤켈(Ernst Heinrich Haeckel)이 생물체와 생물체 간, 생물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분야를 연구하면서 생태학(Ecology)이 나왔죠. 생태학의 ‘Eco’는 경제학(Economics)의 ‘Eco’와 같은 뜻으로 찰스 다윈의 책에 나온 ‘자연의 경제’와 연결된 용어입니다.”


공존을 위해 생태계 다양성의 가치를 엮다

강 교수는 네 권의 대중서를 썼다. 그는 제자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얻은 좋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글쓰기 책을 내고, 관심 있는 주제로 과학적 사실을 소개한 《와인에 담긴 과학》과 공저인 《지식의 통섭》을 펴낸 뒤 이번에 전공인 생태계생태학을 다룬 책 《다양성을 엮다》를 출간했다. 제목의 ‘다양성’이 무엇인지 물었다.


“생태학의 중요한 출발점은 자연에 속한 다양한 생명체입니다. 복잡한 종들 사이에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한 질문이죠. 좁은 의미의 다양성은 생물 안에 있는 유전적 다양성을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생물들이 사는 서식지가 얼마나 다양한가도 포함합니다.”


그는 다양성의 함의에 인간 사회의 다양성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젠더, 연령, 정치적 신념의 다양성을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런 다양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 정치·윤리적으로 옳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효율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존의 지식으로서 생태계 이해를 갖춰야…

강 교수는 저서를 통해 ‘생존의 지식으로서 생태계 이해’라는 주제를 강조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지식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여러 환경학자가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류세’라는 지질학 용어를 사용합니다. 인간이 농업을 시작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과 인구증가 시기를 맞고, 핵무기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에 방사능 농도가 높아지며 기후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인류세에 인간은 지구 전체를 오염시키며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 성장을 향해 폭주하면서 환경은 늘 백그라운드(background)에 그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획일적인 도시 생활로 생물 다양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해수면 상승, 농작물과 수산물 구성이 바뀌면서 먹거리 문제까지 발생했죠.”


그는 기후난민의 문제를 들어 환경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정치적 혼란과 농업 생산성 저하로 난민들이 발생해 유럽 국가들에 퍼져 살면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인종 혐오와 우익정권 득세의 혼란 기저에는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의 가뭄, 먹거리 부족 문제로 인한 불만이 쌓였고 사회복지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죠.”


기후변화는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생존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멈추게 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렇다면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흡수, 생물 복원 기술을 개발해 해결할 수 있다는 극단이죠. 반대 극단에서는 인간은 지구 환경의 암적인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심층생태학적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기술도 중요하고 자연도 보전해야 하죠.”


강 교수는 사람의 생각과 사회 시스템이 바뀌려면 여러 층위가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거나 환경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판단을 유도해 교육으로 인식을 전환시키는 방식, 환경 의식을 일깨우는 NGO나 종교 활동, 사회 운동이 함께하는 방식 등 각 층위의 주장이 모두 중요하고 각각의 노력이 합쳐져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자가 보는 코로나19와 그 대비책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환경과 연결된 문제다. 강 교수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런 감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별문제 없어 보이는 바이러스도 환경 변화로 생각지 못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위험성을 줄이려면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해야 하죠. 인간의 끝없는 경제 발전에 대한 욕망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구 전체를 자연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떤 지역은 인간의 발길과 개발을 제한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죠.”


그는 북극을 예로 들었다. 과거 버려진 땅이었지만, 상당한 천연자원이 보존돼 있다는 보고로 각 나라 정권의 지향점에 따라 개발, 시추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끊임없이 개발하다 보면 질병과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정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어느 선에서 개발을 멈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과 자연재해는 계속 등장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탄소중립선언과 우리의 습관과 행동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선언했지만, 기후변화 대응의 실제 대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유럽은 개인의 주장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이슈는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의 탄소중립선언은 힘든 목표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교육, 경제적 요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스웨덴의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환경 보호 행동이 미국 대통령과 맞설 만큼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나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개인이 행동하고 움직이도록 체계와 절차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단독 주택 거주자는 불편해하지만, 법이 있으면 개인의 습관과 행동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코로나에 묻혀 있는 이슈들

이어서 강 교수는 코로나19를 견디며 살아가는 지금 많은 이슈가 덮여 있음을 우려한다.


“해마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내성 세균 등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있었고,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식중독도 노로바이러스로 인해 겨울철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고령자의 기저질환 치료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와 개개인의 삶의 질 하락이 심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언론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계속 감당해야 하는 문제죠.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형 태풍과 가뭄, 집중호우, 폭설은 더 자주 발생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대비와 관리, 살아가야 할 방안을 찾는 데도 입을 모아야 합니다.”


강 교수는 순천시를 예로 들며 토목개발사업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다. 전라도 지역에서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 순천시로, 원인은 순천만습지의 보존에 있다. 그 습지의 특화된 자연경관을 보러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자연보호 지역을 지정할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성공 사례에 대한 연구, 홍보,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지면 환경 보전의 발걸음은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강 교수는 다양성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외형의 다양성뿐 아니라 생각의 다양성도 존중돼야 함을 언급했다.


“생각의 다양성, 주장의 다양성을 북돋워 주는 교육과 체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 논쟁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환경과 사회문제에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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