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소식

[여기 연세인] 저 너머에 사람이 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12-28

저 너머에 사람이 있다

새로운 포맷의 인터뷰 카카오M <톡이나할까>를 연출한 권성민 PD (신문방송학 05)



신선함과 친근함을 모두 잡은 콘텐츠 포맷의 등장, <톡이나할까>

2020년 9월 첫선을 보인 카카오M 오리지널 디지털 예능 <톡이나할까>는 첫 방송 전부터 ‘메신저를 이용한 토크쇼’라는 콘셉트로 화제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MC인 김이나 작사가와 인터뷰 대상자는 가까이 마주 앉아있지만, 목소리가 아닌 메신저를 사용해 인터뷰를 이어간다. 기대 속에 선보인 ‘1화 박보영 편’은 신선하고 과감한 기획, 그리고 메신저 대화가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린 소탈하고 섬세한 대화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냈다. 일상이 된 메신저 대화를 다른 각도로 변주한 새로운 포맷이 성공리에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톡이나할까>를 기획, 연출한 권성민 PD(신문방송학 05)를 만나 그의 크리에이티브에 풍부한 영감을 채워준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입학 전 학과 사무실 문을 노크한 고3 수험생

우리 대학교에 입학할 때, 그는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선택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 연세대와 다른 학교까지 두 학교에서 합격통지를 받았어요. 고민하다가 서울에 직접 올라가서 눈으로 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천안에서 서울을 향한 고3 권성민 학생의 캠퍼스 방문은 겉모습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캠퍼스는 다 아시듯 너무 아름답지만, 제가 4년을 어떻게 공부하게 될지 좀더 알고 비교해보고 싶었어요. 학과 사무실에 찾아가서 커리큘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학사 담당 교수님도 만나 뵀죠. 교수님께서 놀라시면서도 학사 과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연세대 교직원분들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셨고요.” 


직접 방문해 꼼꼼히 두 학교를 비교하고 선택해서 입학한 학교지만, 입학 후의 생활은 ‘자발적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다고 한다.



순간순간을 충만히 누렸던 캠퍼스 생활

입학 후 처음 든 생각은 ‘나는 스타트라인 뒤에서 출발하는구나’였다. 


“우리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서울 출신 같았고 다들 엄청 세련된 느낌이었죠.(웃음) 저는 갓 천안에서 올라와 서울 자체도 낯설었던 데다가,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휴학을 해야 하니 주중에는 공부만 열심히 했고 주말에는 천안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상황이어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릴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었어요.”


흔히 말하는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대신 강의와 공부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스스로 ‘아웃사이더’였다고 말했지만 실은 누구 못지않게 주체적이고 충만하게 우리 대학교를 누린 사람이었다.


“친한 친구나 선배들이 거의 없으니 수강신청을 할 때도 추천받은 수업보다는 오로지 실라버스(강의계획표)를 읽고 선택했어요. 실라버스에는 한 학기 동안 내가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지가 나와 있잖아요. 그걸 읽고 있자면 학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생겼어요. 다행히 제가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 철학 수업까지, 훌륭한 교수님들의 밀도 있는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공강 시간에는 도서관과 멀티미디어실에서 책과 영화를 마음껏 감상했다.

 

“도서관이나 멀티미디어실이 제 하숙방보다 시설도 더 좋고 쾌적했죠.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었고요.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순간까지 연세대는 어디를 가든 최고의 환경을 주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잘 누리고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죠.” 


공부를 좋아하는 성격에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져 수업 시간마다 앞자리를 지키며 공부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학과에서 유명한 사람이 돼 있었다.


“리포트를 2장 이상 써오라고 하면 10장을 써내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과 토론도 많이 하고, 조별과제를 하면 대부분의 분량을 도맡아 책임지곤 했어요. 교수님께서 익명으로 리포트 샘플을 공개하셨는데 다른 학생들이 저거 저 사람이 썼구나 다 알 정도였대요. 어느 날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더라고요. ‘형 과에서 되게 유명한 거 알아요?’ 하면서요. 그때부터 저도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연세대 안에 무척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죠.”


이야깃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누비며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던 대학 생활. 캠퍼스 안에 있는 것만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이 노력해야 얻을 수 있었을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해준 곳이 바로 우리 대학교였다.


해직과 복직, 그리고 새로운 도전

졸업 후 MBC에 입사, 예능국 PD로 일하던 그는 노조 파업 중 그린 웹툰 때문에 징계를 받고 결국 해직을 당한 바 있다.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저는 ‘복받은 해직자’라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와 동료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줬죠.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다른 해직언론인 선배들도 찾아와주시고요. 우리 사회에 이런 어른들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존경스러운 분들이었어요. 복직 후에도, 해직 기간에 받았던 격려들을 생각하면 책임감과 공적인 부담감을 가졌죠. PD로 살아가면서 앞으로도 사회에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짧지 않은 진통 끝에 복직한 그는 가상 세계를 설정한 실험적인 예능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와 파일럿 단계임에도 큰 화제를 모았던 <가시나들>처럼 신선한 기획의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가시나들>에 출연했던 경남 함양 할머님들은 촬영 후에도 찾아가 뵙고 왔어요. 할머님들께서 핸드폰도 없어 미리 연락드릴 수도 없이 불쑥 찾아뵀죠. 이남순 할머니께서, 우리 같은 사람을 우째 안 잊어먹고 찾아왔나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친근하고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하면서 특별한 재미와 감동을 찾아내는 연출자였던 그는 카카오M으로 이직,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도전했다.



다른 방식의 대화를 시작한 <톡이나할까>

<톡이나할까>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 ‘무엇’을 말할까보다 ‘어떻게’ 말할까를 먼저 생각해서 탄생했다. 그때 그가 생각했던 것은 “이(휴대전화) 너머에 사람이 있다.”였다.


<톡이나할까>의 인터뷰이였던 구경선 작가가 언급했던 ‘다른 방식의 말하기, 다른 방식의 소통’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었고, 그 결과 새로운 방식으로 진솔하고 따뜻한 교감을 이끌어냈다. <톡이나할까>를 보는 시청자들은 일반적인 육성 인터뷰보다 더 많이 몰입해 인터뷰이의 표정이나 호흡에까지 집중하면서 새로운 각도로 인물에 다가가게 된다. 인터뷰 대상의 폭도 다채롭다.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배우부터 작가, 유튜버 등 다양한 인물들이 이 프로그램에서만 만날 수 있는 다정다감함 속에 마음을 나눴다. 익숙하거나 혹은 낯선 이들과의 대화에 시청자들은 이어폰을 끼고 화면과 작은 숨소리까지 집중해 ‘이 너머의 사람’을 만나고 있다. 


캠퍼스가 ‘나의 것’인, 지금 이 순간을 누리세요

그에게 우리 대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흔히 우리 대학교가 개인주의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건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전체보다 개인의 개성을 잘 존중해준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결혼한 지금도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살고 있어요. 이 공간에 쌓여 있는 이야기도 많고, 영화 <1987>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연세인들의 이야기에 감동도 받았죠. 저는 대학교는 현실논리에서 좀더 자유로운 상아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현실에 최적화된 사람뿐 아니라, 꿈을 꾸는 몽상가들도 많아졌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캠퍼스의 후배들에게 편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저는 ‘고학생’이었어요. 분명 고됐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 연세의 캠퍼스 안에 살아가는 분들이 부럽네요. 그렇게 안 느낄 수 있겠지만, 그 공간에서 도서관도 강의실도 나의 것인 지금 이 순간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구조나 상황의 어려움을 보고 지적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누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온라인에서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2011년 MBC 예능PD 합격수기>에서 신입PD 권성민은 “내 꿈은, 'PD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꿈이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소통의 길을 개척하며 더 따뜻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의 걸음에 응원을 보낸다.

 

vol. 628
웹진 PDF 다운로드

연세소식 신청방법

아래 신청서를 작성 후 news@yonsei.ac.kr로 보내주세요
신청서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