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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Academia] “이웃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홍보팀 / news@yonsei.ac.kr
2020-12-16

“이웃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공중보건의 시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바라보다



“보건학 분야에서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은 100년 만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존에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감염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것이죠. 그런데 심각한 우려는 이런 팬데믹의 주기가 점점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면서 코로나19 상황의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싹트고 있는 한편,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다 해도 이와 같은 팬데믹 현상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공중보건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훈상 국제보건개발파트너스 대표(의학 99)를 만나 관련 내용에 대해 짚어봤다. 


공중보건, 예방의학적 접근의 중요성

이훈상 대표는 지난 3년간 본교 보건대학원 객원교수로도 활동해온 국제보건 분야 전문가다. 본교 의과대학 졸업 후 질병관리본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에서 근무하며 모자보건(母子保健)과 지역사회보건을 비롯해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어 여러 역할을 담당해왔고, 현재도 국제보건 분야 및 대북보건지원 등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원래는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공공정책학을 전공했습니다. 우연히 북한을 돕자는 내용의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북한 아이들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얼굴은 한국 사람인데, 몸은 기근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의사가 되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아과 의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의대에 들어오게 됐죠.”


우리 대학교 의대에서 공중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중 현재까지 멘토로 따르고 있는 전우택 교수(연세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 소장)를 만나 WHO(세계보건기구) 인턴십을 경험하게 됐다.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아동들의 보건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졸업 후 바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이후 KOICA를 거치면서 가나 등 저개발국가에서 보건정책을 펼쳐왔다. 


“공중보건이라는 것은 예방의학적 접근입니다. 의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것과 달리 작게는 지역사회, 크게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구학적으로 접근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같은 경우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70% 이상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료로 가는 순간 비용도 늘어나고 관련 활동도 어려워지는데 그 단계로 가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것이죠.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 한 장이 중요한 예방 수단이 되는 것처럼요. 이런 식으로 다수를 상대로 하는 정책 및 캠페인을 통해 공중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공중보건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종 감염병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사회 환경 

코로나19 상황은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선진국의 경우 ‘감염병의 시대는 끝났다’고 자신할 만큼 모든 조건이 발달돼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행했던 손 씻기,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로 인해 기타 호흡기 감염 질병 발생률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것도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상황 이전까지는 국제보건 분야를 논의할 때 저개발국가의 보건정책개발을 돕는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감염병의 시대는 끝났다고 여겼었죠. 페니실린 등 치료약의 효능이 몰라보게 좋아졌고, 위생과 생활환경도 좋아지면서 사람 간에 전파되던 심각한 질병들은 100여 년 만에 거의 다 퇴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만성질환만 다루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저개발국가든 선진국이든 상관없이 미지의 바이러스가 전 지구에 걸쳐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면서 공중보건의 개념이 다시 중요한 화두가 된 것입니다.”


사람 간 전파되던 심각한 질병들을 대부분 퇴치했다고 생각한 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이렇게까지 대응하기 어려운 감염병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대량 육류 소비를 위한 공장식 사육 등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인간과 동물의 접촉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서 기인하고 있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던 바이러스들은 많은 경우 동물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모두 특정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넘어온 인수공통질병에 의한 것입니다. 원래 동물 안에서만 전파되는 질병은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가능성이 낮았던 전파가 일어나게 됐습니다. 사람의 주거지역 확장,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들의 이동, 대량 육류 소비를 위한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 등이 원인일 것입니다. 이렇게 접촉점이 늘어나면서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변형이 일어나게 됐고,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넘어온 바이러스는 기존에 인간 사이에서만 전파되던 바이러스보다 훨씬 독성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종류이기에 대처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정부, 사회, 개인이 함께해야 완성되는 건강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현상이 더 빠르게 반복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환경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동물과 자연에 대한 배려 없이 인간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현실이 조정되지 않는 한 또 다른 변형과 전이로 인한 세계적 유행 감염병은 계속해서 발병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현상의 근본적인 예방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강구 등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가 달라지면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지역도 달라집니다. 이로 인해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죠. 더불어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도 더욱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사람, 동물, 생태계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훈상 대표는 환경보호와 더불어 공중보건 분야에서 어떠한 노력들이 더해지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중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K방역이 우수한 사례로 꼽히긴 했지만 규모 면에서는 아직 상당히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역학조사 인력만 해도 코로나 대응 초기 인력 보유 규모가 유럽의 6분의 1 수준이었는데, 정말 적은 인원으로 사력을 다해 노력한 결과였던 것이죠.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관련 인력과 제반체계 모두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감염병전문병원 같은 공공의료 역량도 키워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민간병원에서 모두 다루기 힘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사실 공중보건 분야는 예방의 차원이라서 감염병 대유행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투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사스,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공중보건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중보건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는 한 축이라면, 또 하나의 축은 개인과 사회의 노력일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정부가 대대적인 예산을 통해 노력한다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력하지 않고 사회가 그것을 방관한다면 언제든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지금처럼 손을 잘 씻는 것부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작은 습관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프면 쉬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도 아플 때는 쉬어야 낫습니다. 그리고 아픈 사람이 쉬어야 소속되어 있는 집단에 해당 질병이 전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파도 학교나 직장에 나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사고가 전환될 수 있어야 개인도 사회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콜센터 등 열악한 업무환경 속에서의 코로나19 집단전파 상황을 생각해볼 때 노동 환경의 물리적 영역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경제적 측면만 생각한 여유 없는 근로 환경 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전파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하게 됐죠. 사무실, 식당, 공공장소 등의 공간 구성을 비롯해 개인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인식과 전환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는 요소입니다.”


이훈상 대표는 이웃이 건강해야 나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아파도 나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괜찮은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질병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퍼져 나갈 수 있는 연결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그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이웃을 비롯해 나 역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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